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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과마눌 Jun 23. 2020

나의 아저씨 7회와 8회리뷰

백만송이 꽃이 피고 졌던..

뭔 드라마가 이리 부담스러운 건지

보는 내내 묵직한 질문을 한방씩을 날리는 우리 아저씨


7회와 8회를 관통하는 화두는 

지금까지 나를 도와주려는 사람이 없었는줄 아느냐라는 지안의 물음에,

세 번정도 도와주고는 지쳐 나자빠져도,

그들의 세 번의 시도는  착하다는 코멘트를 받기에 충분하다는 동훈의 대답이었다.


두 주인공 지안과 동훈은 닮았다.

그들은 싸움의 달인이다.

여자이고 남자의 차이가 있고,

중년이고, 손녀가장의 차이가 있어도 말이다.


제도권안에 있건, 야생의 정글에 살던,

둘 다 만만치 않게 싸워 나가고, 상대를 예측하고 다룰 줄 알지만,

어디까지나 자신이 받을 공격의 상처를 줄일뿐이다.

늘 자신에 싸움을 걸어 올 판 자체를 바꿀 힘도, 

싸움의 주도권을 내게로 가져올 용기도 없는 그런 사람들이다.

그저 자신이 가질 상처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최대한으로 방어할 뿐이다.

그래서 그들은 쓸쓸하고, 그래서 그들은 지쳐간다.


그러다가 서로를 알아보고, 

그 알아봄에 슬퍼지고,

자신이 듣고자했던 말들을 서로에게 해준다.

화이팅이라고


전철안의 의자에 앉아 지안의 호구조사를 하다가

이지안에게 너는 할머니를 부양할 의무를 짊어질 필요없다며,

빨리 주민센터로 가보라며, 

너한테 그런 말을 해주던 어른이 없었냐는 동훈의 물음에

스물 한살 지안의 눈빛이 참말로 찡했다.


시스템에는 언제나 구멍이 나 있다.

참말로 엉뚱하고 너무도 당연한 곳에 손을 미치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런 틈을 채워주는 건

비록 한두번 하고 지쳐 나가 떨어져 나갈 지라도 

사람일 것이고. 

이웃일 것이며,

그들의 깨알같은 관심일 것이다.


만약 동훈에게 무식해도 헌신적인 엄니가 없고,

방바닥에 코피를 쏟고 싸움박질 할 형제가 없고,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면서 사채에 시달릴 노년의 할머니밖에 없었다면,

어찌 되었을까.


바람은 펴도 변호사 마눌에 

못난이 삼형제중 제일 잘 나가는 대기업 만년부장 동훈이

지안에게 필요한 근본적이 질문을 던지고,

도움이 되는 모습을 보고 

친구 하나가 생각났다.


나는 응팔 덕선이 세대인데

내 또래 서울 강북 사대문안 여중에서는 

나보다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나보다 책을 많이 읽고 글을 잘 써도,

집안형편이 도리없으면

도리없이 학업을 중단하거나 여상으로 진학했다. 

그렇게 진학했던 친구들은  은행원이 되기도,

백화점에 점원이 되기도 하고, 대기업 혹은 중소기업의 사무 여성이 되었다.


그중에 한 친구는 튼실한 건설업체에 서무과 직원이 되었다.

막노동을 하는 중년의 아저씨들이 월급을 받거나, 돈을 회사에서 받아 가야 할 때,

그리도 밍기적 거리고, 본인이 안 나서면서 다른 사람을 시키고 하여,

금전적으로도 본인이 손해를 보면서,  회사직원입장에서는 성가신 일을 자주 만든다고 했다.


동료들의 불평과 아저씨들의 대응을 바라보다가

그 친구는 눈치를 챘다고 한다.

돈이 급할텐데도 미루며 더디 찾아가고, 

다른 사람을 통해 받으려 이리저리 머리 쓰는 아저씨들의 대부분이 글을 못 읽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당시에 서류마다 그득한 한자에다 어려운 용어를 섞은 수령증을 보이고,  

읽어 보고 인감을 찍으라 하고, 회사에서 이것저것 공문을 내려보내고 하는 것들이  

이 아저씨들한테는 너무나 부담스러워서,

자신에게 불리해도 미룰 때까지 미루고 그랬던 것이었다.


친구는 그렇게 느적거리는 실실 피하는 아저씨 하나를 붙잡고,

눈이 어두우신 거 같으니, 제가 읽어 드리겠다며, 

한자 한자 짚어가며, 설명까지 곁들여 일을 처리 해 주었다고 한다.

그랬더니, 그날 이후로 눈이 어두운 아저씨들이 친구에게만 쭈욱 줄을 서서 일복이 무지하게 늘었더란다.

자신의 일을 했을 뿐인 친구에게 고맙다며 꼬깃꼬깃 얼마라도 돈을 쥐어 주려는 아저씨들의 호의를 

친구가 기어이 거절하니,  중년의 아저씨들이 그때 당시로선 획기상품이던 사회초년생용 스킨로션을 사다앵기기까지 하였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아주 오래전에 들었건만,

그 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의문이 떠올랐다.

내 친구는 어떻게 그 아저씨들의 비밀을 알았을까.


수많은 회사직원들이 답답해하면서 이해 못했던 

노가다판에서 뼈가 굵은 아저씨들의 철썩같은 비밀을 말이다.


나는 이 드라마가

지안을 알아보는 동훈과 

동훈을 알아보는 지안을 보며

노동판의 아저씨들의 비밀을 알아 낸 내 친구와

그 친구에게 세상에 아무에게도 하소연 못할 온갖 서류를 가져와서 

조용히 보여주고 확인을 받던 아저씨들이 떠올랐다.



겪어 보았고,

애정어린 시선으로 관찰하니 보였고,

내가 눈높이가 아니라, 상대의 눈높이로 보면, 상상력제한의 봉인을 풀게 되는 거겠지.



나의 아저씨

출연진 그 누구의 구멍도 없는 나의 아저씨


 

비록, '춥게 입고 다니는 예쁘게 생긴 애'라는 대사를

조끼 입고 다니는, 혹은 숙대 댕기는 애로 들리는 마력의 대사처리를 만들어도..멋져 보였던 이선균과

한번만 안아 달라는 유라를 진짜 한번 띡 안고 도망가버리는  송새벽

그 두 배우와 겨루면서도 밀리지 않던 신인 장기용도 눈여겨 볼 만했다.


몇 안되는 대사를 정확히 전달하며 빛나는 실력을 발휘하는 양아치 사채업자로

아이유의 미소를 멀리서 훔쳐 보던,

자신의 모르겠는 복잡한 감정을 표현한 장면은 베스트였다. 


이지아의 헤어지는 씬은 좋았다. 

그들의 연애만큼이나 허세에 쩔었고, 그 허세만큼 찌질했다.

이해되는 면이 없지 않으나, 불륜에 큰 기대를 건 거...순진한건가? 순진한 척 한건가?

너같은 인간을 사랑한 내가 쪽팔리다니..지켜 본 우리는 월매나 쪽팔렸게요?.


정희네 술집에 정희씨와 고두심여사의 큰 며눌을 보며 생각한다.

아..우리 나라 연극판에 못다 핀 무궁무진한 꽃들은 다 어쩔것인가


어디 연극판뿐일까?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없이.. 피어나는 백만송이 장미들..처럼

도처에 그득하다



#다시보는드라마

#나의아저씨

#리뷰를다시써가며볼란다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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