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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이나 남편한테 한국말로 이야기 하고 있으면,
그렇게 누가 쓰윽 옆에 와서 들어 봅니다.
제가 사는 곳은 이민자들이 많이 사는 메트로폴리탄 지역이라서
어디가나 세계곳곳에서 온 사람들이 넘쳐 나고요.
이 곳에서 산 지도 십년이 넘으니, 제가 느끼는 변화가 오버는 아닐 겁니다.
미국사람들은 안 보는척 하면서 다 쳐다보는 게 특기지만,
살다보면 그런 거 마저 다 알게 되는데,
요사이에는 제가 소곤소곤 말해도,
이전에는 무심히 지나쳤던 중년층들이 관심을 가지는게 보입니다.
며칠전에는 코스트코에서 고딩아이의 자켓을 고르면서,
둘 중에 어느 것이 가벼울까를 남편과 의논하고 있었는데,
미국인 아재가 계속 옆에서 듣고 있다가, 자기가 직접 입어 보이기까지 하면서,
자켓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더군요.
(사람들이 복닥대지 않는 시간이라, 한가한 곳이었음)
순간, 오징어게임 여러번 돌려 보신 삘이 느껴지더군요.
외국어 배워 보신 분들 알겠지만,
내용을 이해하고 보면, 어느 순간 그 나라 말을 전체적으로 알아듯는 느낌이 있어요.
그 분은 그 삘에 충만하신듯하여, 맞장구를 열심히 쳐주었지요.
틱톡같은 곳을 보면, 젊은이들이 주로 열광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 오징어게임은 중장년들을 자극하는 요소가 많아요.
특히나, 미국사람들은 평생을 빚으로 점철된 삶을 살아서 그러하지요.
부모를 처음 떠나 초년에 다녔던 대학,
그 학자금을 대충 갚으면 사십대 중후반이 됩니다.
그 즈음 미국인의 생일파티에 가보면, 드디어 학자금 다 갚았다고 축배를 많이들 듭니다.
그 때 그들이 보이는 표정이 있어요.
그 축배를 든 지 얼마 안되어서는, 자신의 아이가 대학을 간다고 집 문턱 앞에 서지요.
그 때 역시 부모로서 보이는 그들의 표정이 있지요.
그래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중장년의 비장함을,
나 살자고, 손에 피 묻히고 돌아 오는 귀갓길에 씁쓸함을,
주고 받는 상처와, 돌고 도는 카르마의 질긴 인연을 제대로 통찰해 낸
오징어게임을 우연히 접하고는,
그 자리에서 밤을 꼬박 새고 보게 되지요.
아주 먼 곳에 있는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만든 것인데,
분명 안물안궁한, 그냥 나랑 동떨어진, 아무런 상관도 없는 곳인데,
그들이 내 몰린 삶이 강약의 차이만 있을 뿐, 나랑 다르지 않고,
그들이 나누는 관계가, 그 와중에 쌓아 올린 감정들이, 내 코워커와 나랑 다르지 않으니,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공감대를 타고 친숙하게 들리기 시작한 거죠.
아무 것도 변할 것 없는 이민자의 삶은 그대로지만,
공감의 언어로 사용된 모국어때문에 이 한국인 마음 넉넉해 집니다.
못 알아 듣는다고 한국말로 욕하지 말기(씨발금지),
가능하면 소곤소곤..이쁘게 말하기로..
#시간나면오징어게임리뷰하렵니다
#잔혹함에흔들리지않을
#마음의장벽을세우고
#각잡고볼랍니다
#의외로무서운게많은
#나름추리소설작가
#아마추어조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