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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과마눌 Aug 01. 2019

랑야방 리뷰: 복수는 아무나 하나

권력의 기록



궁금한 것이 있었다.


동양의 부모는 선량한 오지랖으로 남을 돕다가, 배은망덕한 배신을 당하여 

억울함에 피폐해지고, 거지꼴이 되어,

목숨마저 잃어 버리게 되는 그런 서사에서 

어찌하여, 그 숨이 넘어가는 찰라에, 

눈물 흘리며, 임종을 지키는 사랑하는 자식한테

부디 이 원한을 잊지 말고 갚으라며 숨을 몰아 쉬며, 기어이 유언을 남기는지 말이다.


저리도 선량한 사람이

저리도 두루두루 이웃에게 유익하며,

가정을 따뜻하게도 보살피던 사람이

복수를 할려면 자기 생전에 하던가

자신도 못 한걸

유산은 못 남겨줄망정

자식이 평생을 이고지고 살아가며 이루어야 할 대업으로 남기는가 말이다.


그러다 생각한다.

복수에 드는 에너지를.

복수만큼 품이 많이 드는 일이 있을까하고.


넓게는 세상의 대의를 추구하며

사사로이는 부모의 묵은 원한을 풀려고

복수 플랜을 한번 짜본다 생각해 보시라.


숨 넘어간 부모를 잡고,

망연자실 슬퍼할 겨를이 없다.

얼른 묻고, 

무덤에 풀이 자라기도 전

붉은 흙을 보며, 

간단하게 챙긴 봇짐을 짓고 떠나야 한다.


일단은 심신을 단련할 도량을 찾고

두번째로 스스로 공부하여 전략전술을 할만큼의 지혜를 쌓을 스승을 찾아야 하며,

그 뜻을 함께할 동지들을 찾고 규합하여야 하기에 바빠야 한다.


그냥 유복하고 현명한 부모밑에 태어나서,

그보다 더 중요하게 악인의 뒷통수에 억울한 개죽음을 당하지 않는 부모를 만나서

순탄하게 사는 인생보다,

훨씬 더 많은 어깨의 짐이 있는 것이며,

해야 할 태산과 같은 태스크와 

단련하고 검증받아야 할 숱한 시험들이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목적이 블랙홀같이 이끄는 삶이다.


용서하라는 말..을 하는 거보다

자식의 삶의 앵커가 되어줄 신념으로서 복수는 

무지하게 주체적이고, 적극적이며, 빅픽쳐에 진치적이고 창조적인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이다.


그러니, 복수라는 목적을 향하여 나아가는 자

그 인생의 여정은 찐하고 찐하다.


랑야방은 일단 역사와 사람의 숫자에서부터 기 털리게 만드는

스케일 큰 나라에서 만든 레알 스케일 큰 사내의 진정한 복수극이다.


의심많은 왕의 변덕스러운 결정으로 억울한 죽음을 당한 임수가

독을 많이 써서 병약하고, 외모마저 변해 버린 매장소로 거듭나서

그의 가문과 숱한 동지들의 억울한 죽음을 해소하기 위해 펼치는 복수극


그는 의심 많은 왕을 

의심을 풀려하거나, 혹은 그 의심때문에 퇴출시키지 않는다.


가진 것이 많고, 지킬 것이 많은 권력자가 수하를 의심한다는 데, 뭐 어쩔것이며

스스로 께름직한 일을 만들어서, 

그 께름직하여. 께름직하여, 께름직하니까 께름직한 사이클로,

억울한 사람들의 의심하여, 함정을 파고, 죽이고, 

그 한 많은 희생을 신원하지 않고,  묻어 버린다는 데, 무얼 어쩔것인가


왕이 제대로 권력자인 시대.

매장소는 그 세계의 룰은 그대로 인정하되

단순히 진실을 파헤침으로 억울한 자신과 가문을 소명하는 일로 목적을 이루지 않고,

스스로와 다수의 백성들이 원하는 세계를 꿈꾸고, 

그에 적합한 인물인 정왕을 찾아내어

정왕이 제대로 정통성을 가진 권력으로 나아가도록 돕는 것으로 뜻을 정한다.


나에게 의심많았던 왕을

나에 대한 의심을 풀고,

다른 사람에게 의심을 향하게 하는 권력으로 갈아 치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원칙이 사사롭지 않는

다른 말로, 엄청 깝깝하게 사는 고지식한 정왕을 

그 원칙을 허물지 않고, 지켜나가면서도

그 권력이 모자랄 것없이 정당하게 승계받게 함으로 정통성을 세워 준다.


그는 끝끝내 정왕에게

자신이 정왕이 그토록 신원하고자 했던 옛친구 임수임을 먼저 밝히지 않았고,

숱한 의심과 고구마 백개의 답답함속에서도 정왕에게

자신의 진심을 호소하지 않는다.


정왕에게 매장소가 요구한 것은

정왕이 세운 원칙에 한치도 빗나감이 없는 잣대로

스스로 평가받기를 원하였고, 

그 잣대가 정왕이 황위에 올라도,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될 잣대로 지속되길 바랬다.


그래야, 막강한 권력을 가진 정왕의 세계에서는

기회는 균등할 것이며, 과정은 공평할 것이이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 아닌가!



용맹한 장수였던 임수에서

골골거리는 샌님 매장소로 변한 모습은

기존의 무림의 고수로 나타나는 복수혈객의 클리셰에서 벗어나 좋았고


무엇보다, 

복수의 차원을 

스스로 원하는 것(가문과 개인신원과 진실 추구)에서

자신뿐아니라, 백성과 세상의 유익함으로 확장시켜나간 그의 성찰과 깨달음이 좋았다.


복수도 멋진 인간이 제대로 하면, 제대로라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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