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규원시인
오규원
라일락 나무 밑에는 라일락 나무의 고요가 있다
바람이 나무 밑에서 그림자를 흔들어도 고요는 고요하다
비비추 밑에는 비비추의 고요가 쌓여 있고
때죽나무 밑에는 개미들이 줄을 지어
때죽나무의 고요를 밟으며 가고 있다
창 앞의 장미 한 송이는 위의 고요에서 아래의
고요로 지고 있다
나무에게 있는 고요가
사람에게 없을 리 없다
밝음이 짙고
사교가 짙고
입가에 머문 웃음이 짙을 때
고요마저 짙어 지리라
창 밖에 저리 한 그루 장미를 심고
황조롱이 시달림에 피우기를 주저하던 꽃 한 송이
마침내 뱉어 놓은 날
야생화를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에 선 보인
일상 속에 찾은 그 심미안의 고요가 고요해서
꽃마저 고요로 피운다
#사진위는 오규원시인
#사진은 최인호님 (Feat. 야생화를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
#사진 아래는 쑥언니 사설
#가입하고 싶은 동호회 생김 주의
#그들은 나를 주의요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