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쑥과마눌 May 12. 2021

고요

오규원시인

고요


                             오규원


라일락 나무 밑에는 라일락 나무의 고요가 있다 

바람이 나무 밑에서 그림자를 흔들어도 고요는 고요하다 

비비추 밑에는 비비추의 고요가 쌓여 있고 

때죽나무 밑에는 개미들이 줄을 지어 

때죽나무의 고요를 밟으며 가고 있다 

창 앞의 장미 한 송이는 위의 고요에서 아래의 

고요로 지고 있다



나무에게 있는 고요가

사람에게 없을 리 없다


밝음이 짙고

사교가 짙고

입가에 머문 웃음이 짙을 때

고요마저 짙어 지리라


창 밖에 저리 한 그루 장미를 심고

황조롱이 시달림에 피우기를 주저하던 꽃 한 송이

마침내 뱉어 놓은 날

야생화를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에 선 보인

일상 속에 찾은 그 심미안의 고요가 고요해서

꽃마저 고요로 피운다



#사진위는 오규원시인

#사진은 최인호님 (Feat. 야생화를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

#사진 아래는 쑥언니 사설

#가입하고 싶은 동호회 생김 주의

#그들은 나를 주의요망

매거진의 이전글 내 손금이 너를 말하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