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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과마눌 May 23. 2021

그 나라 언어를 알아야, 이름을 외운다면

좋은 핑게

나무 밑에서 책을 읽으면 잎사귀 사이로 비치는 햇볕 모양대로 생각이 흩어져 간다. 한 권의 책은 많은 나뭇잎들의 역사로 가득 차 있다. 말을 잃어버릴 때야 침묵은 어느 말도 아니며 어느 말이기도 하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다.  

     

            - 사이토 마리코, 단 하나의 눈송이

알지 못하는 언어로 된 이름은 외우기 어렵다.

그래서 나는 일본 이름은 이토 히로부미만 안다.


이런 제한된 용량의 뇌를 모시고 사는 내가

요사이 사이토 마리코 이름을 아침 저녁으로 왼다.

그녀의 글이 좋기 때문이다.


따악 근질근질 표현하고 싶었던 내 마음을

귀신같이 뽑아서 고대로 활자로 표현해 놓았는데,

훨씬 정제되고 예쁘게,

군데군데 숨 구멍까지 넣어서

긴 호흡으로 술술 내려가게 써 놓았다.


상대가 우월하면

질투보다는 감탄이 나오고

감탄을 하다보면,

 속에 같은 은혜를 만나기도 한다


그랬다. 나도.

나무 밑에서 햇볕이 쏟아지는 걸 보면

무슨 말을 저리 하고 싶어

첩첩 쌓인 나뭇잎을 뚫고 내게로 닿나 싶었고.


책을 보면서,

어찌 이걸 나무에다가 적고 싶었을까,

최초에 나무에다 적은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했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말이 없을 때,

참 많은 말이 오고 가는 것 같기도,

참 많은 말이  금지 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나만 그랬겠나.



#대단한사이토마리코

#한국말로시쓴일본인

#기를쓰고그녀이름을외운다

#생각해보니

#토요토미히데요시안다

#고이즈미도안다

#그의아들펜쿨섹좌도안다

#스가?

#많이알았…

#그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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