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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과마눌 Aug 27. 2021

떨어지기 위해 시들기 위해

찬비 내리고

나희덕 시인

언젠가

둘째 중짜가 늦은 밤 나를 찾아왔다.


나야 뭐

늘 그렇듯이 침대에 누워

아이패드에 코를 박고 있었지


평상시 말도 별로 없는 녀석인데,

내게 물을 것이 있다며, 바로 질문 들어간다.

이렇게 슬퍼지는 것도 사춘기의 일부냐고.

마음이 빈 것 같고,

감정들이 가만히 있는 자신에게 찾아 와서

일렁이게 한다고.


내가 말했다.

사실 그렇게 슬프고, 허무함을 느끼는 것은 

사춘기의 일부가 아니라,

인간의 일부란다.

그 감정들이 사람을 사람답게 하고,

숱한 예술을 탄생시켰지.

그리고, 그런 감정들을 어떻게 대하는 가가

그 사람을 결정한단다.

외로움은 많은 걸 불러 들이니까..유혹까지 말이야.

엄마한테 와서 이리 말해줘서 땡큐.


엄마도 이런 감정을 느끼냔다.

너희들끼리 잠들었는데,

아침에 엄마가 너희 침대에서 발견될 때가 많지.

중짜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 때가 바로 그 때.


‘떨어지기 위해 시들기 위해

아슬하게 저를 매달고 있는 것들은

그 무게의 눈물겨움으로 하여

저리도 눈부신가요’



#사춘기화이팅

#더러븐외로움에떨고

#슬픔에일렁이는

#인간들화이팅

#그다음날일상에서

#다시꽥꽥거린너와나

#그래서다행이다

#찬비내리고편지1

#나희덕시인

#눈부시네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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