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는 아니겠지
알고 있다.
엄마가 얼마나 혼신을 다해
나를 키웠는지.
그래도 결핍은 있다.
그 사랑이
모든 걸 덮어도.
엄마는 책을 사주지 않았다.
가난한데 똑똑한 엄마는,
그보다 더 어려운 환경에서도
일등을 해 낸 엄마는,
교과서 위주로 공부하는 것을 믿었으며,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 보는 것이라며
단호히 책값을 거절했다.
내게 준 용돈도
오로지 먹을 거 사는 데만 쓰길 원했고,
또 그걸 꼬치꼬치 확인했다.
그 결핍이
지금 내게 책에 대한 분풀이 돈지랄로 나타난다.
우리집 삼형제는
내 어린 날의 한풀이 대상이 되었고,
세대가 달라져,
책이 도무지 1도 재미없다는
막내 소짜는 부담스러워 죽는다.
니들이 결핍을 아느냐고
라떼는 말이다..를 외면서,
오늘은 내 책이나 주문할련다 하며,
시를 쓴다는 사람마다 추천하는
이성복시인의 삼종세트를 온라인 서점에서 골랐다.
결연히 결제 버튼을 누르는데,
알라딘유에스에이가 말린다.
님하, 3년전에 이미 같은 걸 주문하셨네요.
얼른 옆에 책장을 훑어보니,
구석에서 이 책들이 겸연쩍게 자리를 차지한 채
아조 깨끗하니, 먼지만 곱게 뒤집어 쓰고 있었다.
뭐야..이런이런.. 내 안목이 3년이나 앞서 갔네.
막을 길 없는 자기애가
결코 만들 일 없는 자기반성을 제끼자,
세상 역시 어느 잎파리 하나 변하지 않으며,
평온히 흘러갔다.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수십년을 같이 했고,
그간 할 만큼 했는데도,
앞으로도 영영 있을 거 같은
견고한 내 가난은
어찌 구원할까요
#읽어조진다
#책_가난
#이성복시인
#무한화서
#불화하는말들
#극지의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