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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과마눌 Aug 02. 2021

결핍이 부르는 것들

노래는 아니겠지

알고 있다.

엄마가 얼마나 혼신을 다해

나를 키웠는지.


그래도 결핍은 있다.

그 사랑이

모든  덮어도.


엄마는 책을 사주지 않았다.


가난한데 똑똑한 엄마는,

그보다 더 어려운 환경에서도

일등을 해 낸 엄마는,

교과서 위주로 공부하는 것을 믿었으며,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 보는 것이라며

단호히 책값을 거절했다.


내게 준 용돈도

오로지 먹을 거 사는 데만 쓰길 원했고,

또 그걸 꼬치꼬치 확인했다.


그 결핍이

지금 내게 책에 대한 분풀이 돈지랄로 나타난다.

우리집 삼형제는

내 어린 날의 한풀이 대상이 되었고,

세대가 달라져,

책이 도무지 1도 재미없다는

막내 소짜는 부담스러워 죽는다.


니들이 결핍을 아느냐고

라떼는 말이다..를 외면서,

오늘은 내 책이나 주문할련다 하며,

시를 쓴다는 사람마다 추천하는

이성복시인의 삼종세트를 온라인 서점에서 골랐다.


결연히 결제 버튼을 누르는데,

알라딘유에스에이가 말린다.


님하, 3년전에 이미 같은 걸 주문하셨네요.


얼른 옆에 책장을 훑어보니,

구석에서 이 책들이 겸연쩍게 자리를 차지한 채

아조 깨끗하니, 먼지만 곱게 뒤집어 쓰고 있었다.


뭐야..이런이런.. 내 안목이 3년이나 앞서 갔네.


막을 길 없는 자기애가

결코 만들 일 없는 자기반성을 제끼자,

세상 역시 어느 잎파리 하나 변하지 않으며,

평온히 흘러갔다.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수십년을 같이 했고,

그간 할 만큼 했는데도,

앞으로도 영영 있을 거 같은

견고한 내 가난은

어찌 구원할까요


#읽어조진다

#책_가난

#이성복시인

#무한화서

#불화하는말들

#극지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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