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쑥과마눌 Aug 12. 2021

뾰족한 수 없는 극한직업으로서 엄마

잘 할 수도, 못 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하기 싫은 수학숙제를 하는 큰 놈이

맴맴 돌아 다니며 딴짓만 하길래

그 놈 방에 누워서 책을 읽는다.


내가 여기 있는 게

사춘기 소년 너는 싫지

나도 싫거든

날 나가게 하고 싶으면

얼렁 끝내지..


그 다음 말은 삼켰다.

우리 엄마가 하던 타령이 각인되어,

온 몸을 타고 흐르다가

마침내 내 혀 끝에서 봉인해제하려는데도 말이다



니 과외하는 돈은

엄마가 어디 땅 파서..중략

니 게임하는 거의 반에반에반만..중략


대신, 이문재 시인의 노모를 읽는다


반쯤 감긴 눈가로 콧잔등으로 골짜기가 모여드는 이 있지만

나를 이 세상으로 처음 데려온 그는 입가 사방으로 골짜기가 몰려들었다

오물오물 밥을 씹을 때 그 입가는 그 골짜기는 참 아름답다

그는 골짜기에 사는 산새 소리와 꽃과 나물을 다 받아 먹는다

맑은 샘물과 구름 그림자와 산뽕나무와 으름덩굴을 다 받아먹는다

서울 백반집에 마주 앉아 밥을 먹을 때 그는 골짜기를 다 데려와

오물오물 밥을 씹으며 참 아름다운 입가를 골짜기를 나에게 보여준다



#이문재시인엄마가부럽다

#라고쓰고나니

#입가의골짜기는

#누가만들었을라나

#엄마극한직업

#구리구나구려

#세상의모든엄마들토닥토닥

#아들키우다가도통할수도

#이문재시인

#시집추천

#가재미

매거진의 이전글 스스로 피어나는 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