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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과마눌 Feb 06. 2024

몹시 옳은 말

그렇다고

몹시


                     

                                    - 이원규



당신이 몹시 아프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아프다, 는 말보다

몹시, 라는 말이 더 아팠습니다


그러니까 당신은 몹시의 발원지

몹에서 입을 꽉 다물고

시에서 겨우 입술을 뗍니다

그날부터 나의 시는 모두 몹시가 되었습니다


걸어서 지구 열 바퀴를 돌면

달까지, 당신의 뒷면까지 가닿을 수 있을까요


얼굴이 몹시 어둡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대 불면의 눈꺼풀이여..라는 제목에 이끌려 시를 찾다가,

몹시를 몹시 사랑한 이원규 시인의 다른 시를 읽었고,

그 시가 더 좋아 이리 올려 보았다.


사실 시가 시들해졌었다.

시보다는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게시판에 조랑조랑 달린 댓글이

삶으로도 시로도 마음을 더 두드리더라.


한 입시생 엄마가 

열심히 달렸는데도

주르륵 안 좋은 결과만 접한 자식이

자신 앞에서는 아무렇지도 않는 듯 행동하고 있지만,

그 아이의 방문이 열릴 때마다 

슬픔이 우르르 쏟아져 나오고

공기마다 눈물이 맺혀 있는 것 같아서

아이 방문을 두드리기가 무섭다는 말을 댓글로 달았다.


그 엄마는 아마도 자신이 시를 줄도 모를 것이다.


위에 시를 쓴 이원규시인은 

지리산에 살면서,

비가 내리면 미친듯이 오토바이를 몰고 산 위로 올라가

안개가 내려 오길 기다려서 야생화를 찍는다.


시는 더 이상 문자가 아니라면서

하늘에도 별, 꽃들도 별, 사람마저 다 별이라며

세상에 별들에 홀릭하고 있다.


몹시 옳은 말 같았다.


몹시 사랑하는 이의 아픔을 느끼면, 

댓글 장인 엄마처럼 

별같은 말을 무심히도 저리 피우겠지.




#사진 위는 이원규시인의 시

#사진 아래는 그냥 내 사설

#꽃나무 사진은 이원규시인 사진

#겨울나무 사진은 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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