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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과마눌 Apr 20. 2018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결국...

드라마리뷰다

연애는 서사다.


온 몸이 따스해지고

가슴속 오골오골한 피가 새로 돌아

손끝 발끝까지 온기로 전해지는 듯한..

빈부귀천에 상관없이

오직 벼락맞은 이에게만 찾아온다는 드라마틱한 서사


바라고 바라던 주인공에 드디어 캐스팅된 자들은

눈이 돌아가고 말아..

듣는 이  없어도

여기저기에 자신들만의 네레이티브를 퍼트리고 난리다


그래서, 연애는 디테일 쩔고

기 털릴만큼 한 이야기를 하고 또 하며,

설레고, 가슴 조이며, 기뻐 발광을 하는 그 모든 단계에는

이야기를 들어줄 사관(Feat.친구)가 필요하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그렇게 연애에 빠진 사람들의 이야기들중 하나다.  

새로운 거 하나 없고,

어제 본 거랑 오늘 본 것이 다르지 않고,

놓쳐도 놓친 거 하나 없는

모든 클리셰를 그냥 왕창 다 가져다 부운

'누나'를 묘사하는 그 긴 수식어 하나로 다 알게 되는

그런 이야기.


신데렐라가 (1) 어려서 (2) 부모님을 잃고 (3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았듯이,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1) 노처녀 되어

(2) 자존감브레이커 속물엄마의 잔소리와 부친의 은퇴로 기력을 잃고

(3) 성추행상사와 찌질이 전남친의 콜라보로

멘탈에 금이 쩍쩍 가고 있을때,

그가 왔다.


당 떨어져 손 떨리는 순간 쥐어 쥔 초꼬레트처럼

베프의 훈남 남동생은 그렇게 찾아 온 것이다.


이게 다다.


그러나,

연애에 관한한 기본중의 왕기본 

정석의 정형성을 숱하게 포함하고 있는 이 드라마


그런데도 넋놓고 보게 되는 이유는

그간 모진 세월 지나오며, 

거칠게 사느라 잊었던 내 마음에도 

좋은 세월 모르고 지나갔던 지난 날의 내 연애 비스무리한 서사가 

곳곳에 향기를 뿝뿜 풍기며,

돌아 보라며 나에게 속살대기 때문이다.


이선균의 품성같은 아저씨 부장님이 아니라,

이선균의 조기축구같은 아저씨 부장님으로

저어짝에서 코딱지나 파고 앉아 있는 남편을 연민으로 돌아 보게하고..


그리 혼자 세상 영악하게 사는 듯했던

무척이나 안달내고 동동거리던 친정엄마 역시

속절없이 늙어, 가르친 것과 정반대로 정에 기대어 앉아 있고..


남같은 남동생놈은

여전히 남같으나,

지 형편 힘들어 지면 반드시 이 누나를 찾으리니 

말 해 입 아플 필요없는..


어둑한 방안 

화면 가득히 펼쳐지는

여기저기 치이고 끼인 사람들의 

용기있게 사랑에 빠져가는 서사들이

탁자밑에 놓인 그 손을 잡기전에 멈짓거리는 내 손가락처럼 생생하다.


살아 있으니,

좋아 하게 되고..

좋아 하니,

설레고, 떨리고, 새털같이 감정들이 일제히 일어나고..


어쩌란 말인가

내일 다시 우중충해도

오늘은 꽃이 피었으니

향기를 맡을 수 밖에..



그러니깐

알았다고.

그러니까

작작 좀 하라고..


추운 날

김밥같은 패딩은 지퍼까지 내려놓고 

삶은 달걀 까놓은 같은 정해인이랑

눈밭에서 뛸 필요까진 없잖아..



우리 남편은 

이 드라마 극불호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랑 결혼해서

여전히 밥은 잘 사주는데..

예쁜..을 어디다 팔아 먹은 누나때문에,

저노마를 말리라..고 외치다가, 방에 들어가 자빠져 잔다.


참고로, 난 늘 밥은 잘 사주는 사람이었을뿐이었다. 

남녀노소 그 누구에게도 말이다. 

평~엉~생~ 


남편만 오해했을 뿐이다. 

지한테만 사주는 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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