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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과마눌 May 22. 2018

나의 아저씨 인물분석 - 큰 아들편

진상의 정석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 풀꽃



자세히 봐봤자

상이다


오래 보면

홧병 난다.


도 그렇다.

-쑥과마눌, 가족





나는 이선균의 형은


한국에서, 아니 온 우주을 대표하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가족의 한 표상이라고 생각한다


찌질하고, 무능하며, 짜증이 이빠이 나고

그런 형한테 버럭 화를 내면

개싸움이 되고

레알 진실팩트 공격을 하고 나면,

풀이 죽는 그 모습에 

스스로 나쁜 놈이 된거같아

내가 미안하다고 말해야 할 ..

그래서 안 건드리고 싶은 

짜증 유발자


운전하라면, 개판이고, 

일하라면, 담배 피러 나가고

집 밖에선 개호구면서

제 식구들 개고생하여 벌어 놓은 돈은

심혈을 기울여 삥땅을 치고,

그걸 숨기고..그러다가, 다 들키고..

어느 집구석에나 다 하나씩 껴안고 키우고 있는 그런 캐릭터다.


드라마 9회내내 

맞고 돌아 온 이선균을 향한 뜀박질 보다

내내 가슴에 와 닿았던건

비싼 횟집 좋은 참치 앞에 두고,

엄마 장례식 운운하던 큰아들 모습이었다.


이놈들아, 엄마 목구멍도 참치 먹으면, 기뻐 날 뛸 줄 안다.

엄마 장례식에 화환숫자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걱정이냐

아무도 없는 식탁에 앉아 식은 밥에 대충 남은 반찬으로 떼울 네 에미도

한 젓가락 하시라고 목이 메어 올줄 알았더니

분위기 좋게, 맛난 거 먹고, 즐기러 나가면,

꼭 찬물 바가지 끼어 얹으면서, 

그렇게 하는 걸로 사람의 도리를 혼자 챙기는 역할로 아는 사람 꼭 있다.


나는 이런 사람의 뇌구조가 레알 화두여서,  

평생에 걸쳐 연구해 보았는데,

내가 내린 결론은

그냥 그 어느 순간도 제대로 살지도, 

즐기지 못하는 회피형인간이라서 그런 걸로.

자신이 덩달이로 숟가락을 얻게 되었건 어쨌건

축하하고, 좋은 음식과 술을 먹어, 황송한데..

저 밑에 양심 비스무리한 것이 뭐라 꼬물락 거리며, 걸리니,

갑자기 대의를 불러와 울고불고 컴밍아웃 시키는 거다.

일할 땐 일에 집중을 못해 짤리고

울며 불며, 빌어서 다시 기회가 주면, 다시 도돌이표고..

모일 기회 있으면, 죽어도 안 빠지고

모인 사람들 기분을 다 잡치고도 자기는 경우를 차렸다 강변한다.


가족이 아니라면,

내 주변에서 진즉에 짤려 나갔을 인간군상


나 혼자면

내 노력이면

훨훨 날아갈것 같은 데

그런 내 주변을 끊임없이 어슬렁 거리며

잘난 니놈의 핏줄과 근본과 배경이 그런 존재라는 걸 

주입시켜 스스로 포기하게 만드는 사람이다.

한마디로 기 털어가는 형


잘 나가는듯한 선량한 인간인데

무지하게 쓸쓸하고, 고독하고, 혼자 침잠하는 이선균을

만드는데 일등공신


제일 기함을 하게 만든건,

그리 쓸쓸한 이선균이 더불어 쓸쓸하게 만든 이지아가 

바람을 피었다는 사실을 알고

기껏 생각해낸 것이 이지아에게 전화걸어

못난 형때문이라고..미안하다고, 울며 불며 전화한 거다.


철저하게 자기입장만 생각한 거다.

이선균이 그걸 바랬겠나.

미안했다면, 기회가 주어지고,

변호사인 이지아가 와서 밥상 날라주고 그럴때

쫌 맹렬하게 살아보지 말이다.

내가 이선균이라면, 형이 그랬다는 사실을 알고 죽고 싶을꺼다.


그런 의미에서 

아직도, 문래동 카이스트언저리를 헤매는 그 형의 역할은 아쉽다

그냥 불쌍해 뵈고, 연민으로 보이니 말이다.

뻔뻔스럽고, 염치없고, 눈치없음이 덜 부각된다.


매사에 자신이 하는 일

자기자신의 본연의 일에는 딴청을 하고,

동생의 여직원마저도 궁금하고

막내의 연애사는 자리 한번 비켜주지 않으면서 다 듣고 있다.


물론, 마지막에 그렇게 꿈쳐 놓은 돈으로

이지안 할머니의 장례식에 제대로 썼다.

큰 일했다.

그러니, 이선균이 말한다

우리 형은 좀 저래도 된다고..


그런데, 사는 건 말이다.

특히 관계는 말이다

한방이 아니라...꾸준히..다.

그래서 어려운 거다


쓸만한 인간 이선균이 가지고 있는 인간관계에서

뿌린대로 거두고, 뿌린 것 보다 흡족하게 거두어서 보람찬 건

이선균의 가족이 아니라, 회사 사람들과의 관계였다.

물론, 라이벌도 제거해야 할 숙적도 있지만,

이선균과 그 부하직원들의 관계는 건강했고,

그 건강함은 대표와 마누라가 바람이 났었다는 쇼킹한 뉴스를 접하고도

농담을 날릴 수 있는 서로에 대한 믿음에 바탕을 하고 있다.


나는 그 큰 형같은 사람에게 지속적으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털리는 그 에너지가 아까웠다.

아니, 이지안은...인생역전을 맞았고, 사채업자는 스스로의 힘으로 화해를 날리는데..

큰 사고를 치지 않지만, 끊임없이 자잘하고 산만하게 가~족(?)같이 털어가는 저런 애물은 

형제애니, 가족애니 이런 걸로..

혹은 눈물 한방으로 미화 쫌 그만했으면 한다.


실상 가족은 아름다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이데아가 아니라,

육체적, 물질적, 정서적 착취의 기본 최소단위일 수 있다.


제발, 부모는 부모답게 성숙하며 책임감있고

아이는 아이답게 순수하고 깨끗하다는 대의가 좀 깨어지길..


레알 아침저녁으로 안 살아 보았나.

우리나라 가족 문화가 숨막히는 건

저런 지린 진상이 없는 듯하게, 밖에 나가서 화목한 가정을 연출하는게

내 평판에 도움이 되는 점이다.

이럴 경우 진상에 당하는 피해자는 이중고에 두번 운단다.

           

그런데도, 이선균은 외치더라

내 가족 건드리지 말라고..

그런 내 가족일지라도,

남이 패면,

나는 그 남을 죽일 수도 있는 거라고..


멍하게 있다가 나도 외친다.

가족이 별거냐.

애끼고, 위하고, 고마워하고, 갚으면 가족이고..

그런 사람들을 줘 패는 사회면

뒷끝 무지하게 길게 두고두고 씹고 갚으면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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