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쑥과마눌 Jul 26. 2018

당신은 우는 것 같다

신용목. 안희연 엮고 씀

기억과 공존하기엔 힘겨운 삶

내 기억에게 나는 쓸모없는 청중이다.
기억은 내게 끊임없이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길 바라지만,
나는 잠시도 가만있질 못하고, 헛기침을 하고,
듣다가 안 듣다가,
밖으로 나갔다가, 돌아왔다가, 다시 밖으로 나간다.

그는 내 모든 시간과 관심을 독점하길 원한다.
내가 잠들어 있을 땐,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일과 중에는 변수가 생기게 마련, 그래서 속상해한다.

오래된 편지와 사진들을 내 앞에 안타까이 내밀면서
중요한, 혹은 그렇지 않은 일련의 사건들을 상기시킨다,
내 고인(故人)들로 우글거리는,
내가 미처 못 보고 지나친 광경들에 시선을 돌리게 만든다.

기억의 이야기 속에서 나는 늘 현재보다 젊다.
기쁘긴 하지만, 왜 항상 그 타령이 그 타령인지.
모든 거울들은 내게 매번 다른 소식을 전해주는데.

내가 어깨를 으쓱거리면 화를 내면서
불쑥 끄집어낸다, 내가 저지른 모든 해묵은 실수들,
심각하지만, 훗날 가볍게 잊혀버린 실수들을.
내 눈을 빤히 쳐다보면서, 내 반응을 주시한다.
하지만 결국엔 이보다 더 나빴을 수도 있다며, 나를 위로한다.

내가 오로지 기억을 위해, 기억만 품고서 살기를 바란다.
어둡고, 밀폐된 공간이라면 더욱 이상적이다.
하지만 내 계획 속에는 여전히 오늘의 태양이,
이 순간의 구름듯이, 현재의 길들이 자리 잡고 있다.

때로는 기억이 들러붙어 있는 것에 진저리가 난다.
나는 결별을 제안한다. 지금부터 영원히.
그러면 기억은 애처롭다는 듯 미소를 짓는다,
그건 바로 나의 마지막을 뜻한다는 걸 알고 있기에.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그렇게까지 공평할 필요는 없는데.

모든 사람마다 아버지가 주어 진다지.

무분별하게 공평하게 주어진 아버지는
역시나 무분별하게
가장 연약하여 대책 없을 때
절대반지처럼 기억의 각인 찍어댄다지

그리하여
그 누구도
그 누구에게
아버지란 정의가 이러하니
이 사람에게 어떠한 대의를 가지라고 말하지 못한다지

알면 다친다니까..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나는 세상의 아버지에 대하여,

그가 나에게 주었고, 주고 있고, 끝끝내 주다주다 끝날.. 사자성어로 정리한다지


슬프면서 웃길 ,
슬프면서 열받을 ,
슬프면서 다시 슬픈 더블샷 슬플 ,
슬픈데.. 집중 빠지게 즐거울 .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는 이렇게 살겠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