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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과마눌 Sep 10. 2018

너희를 키울.. 때

고광헌 시인) 정읍 장날

정읍 장날  
  
                                                         - 고광헌 

아버지, 읍내 나오시면 하굣길 늦은 오후 덕순루 데려가 
당신은 보통, 아들은 곱빼기 짜장면 함께 먹습니다 짜장면 
먹은 뒤   나란히 오후 6시 7분 출발하는 전북여객 시외버스 
타고 집에 옵니다 
  
 배부른 중학생, 고개 쑥 빼고 검은 학생모자 꾹 눌러써봅니다 
  
 어머니, 읍내 나오시면 시장통 국숫집 데려가 나는 먹었다며 
아들 국수 곱빼기 시켜줍니다 국수 먹인 뒤 어머니, 아들에게 
전북여객 타고 가라며 정거장으로 밀어냅니다 당신은   걸어가겠답니다   
  
 심술난 중학생, 돌멩이 툭툭 차며 어머니 뒤따라 집에 옵니다 

                                                     

                                                - 창비시선, '시간은 무겁다' 중에서



젊디 젊은 부부의 장녀였던 나는 
너희를 키울...라는 말이,  
..때..에 닿기도 전에  
늘 오금을 박았다 

날로 먹은 육아로  
함부로 명함 날리지 마시라고. 

정정하여 
철도 아직 없고 
아픈 데도 없는 아빠가 
내 오금 셔틀의 수취인 

근디,  
이 시를 읽고 
코 끝이 시큰한 걸 보니 
어리디 어린 청춘에  
덜컥 부모 된 우리 아빠가 
저만큼은 덜 먹고, 
저만큼을 날 준 게  맞다


허 할까 한다
너희들 키울..이라는 말이,
..때..에 닿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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