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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과마눌 Sep 14. 2018

까먹는 자의 기쁨

안현미시인> 렌트겐 사진

렌트겐 사진
생활
 
                                                             - 안현미
  
  
  나 자주자주 까먹어요 슬픔을 고독을 사탕처럼 까먹어요 여러빛깔의 사탕처럼 여
러 빛깔의 사랑을 까먹고도 나 배고파요 나 배고파  어느날은 몰래 사내의 꽃나무 열
매를 까먹고선 까무룩 혼절해요 사랑은 혼절이 아니면 혼돈이에요 내가 틀린 걸까
요? 나 자주자주까먹어요 월요일을 예술가를 부엌을 생활을 까먹어요 까먹어도 까
먹어도 줄지 않는 고독 까먹어도 까먹어도 돌아오는 계절들 까먹다 까먹다 마침내는
나까지 까먹고 나는 그저 우는 아이의 막대사탕 같은 엄마예요 내가 틀린걸까요?


                                                                      —- 창비, '이별의 재구성' 중에서


집요해서 기억력이 좋았다
찍히면 껌 씹으려, 다 저장했다

어느 날부터
더 이상의 이름이 기억 되지 않았다

나도 이젠 저축은 줄이고, 지출을 늘려야 할 때?
경기를 부양하는 대신
평화에 공헌한다

미운 이들의 명단이 줄어 드는데,
가만 둬야 할 사람들은 무섭게 늘어 나는
세월은 복리이자


대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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