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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과마눌 Sep 15. 2018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

박준시인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 

                                                         박준  


철봉에 오래 매달리는 일은 
이제 자랑이 되지 않는다 

폐가 아픈 일도 
이제 자랑이 되지 않는다 

눈이 작은 일도 
눈물이 많은 일도 
자랑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작은 눈에서 
그 많은 눈물을 흘렸던 
당신의 슬픔은 아직 자랑이 될 수 있다 

나는 좋지 않은 세상에서 
당신의 슬픔을 생각한다 

좋지 않은 세상에서  
당신의 슬픔을 생각하는 것은 

땅이 집을 잃어가고 
집이 사람을 잃어가는 일처럼 
아득하다 

나는 이제  
철봉에 매달리지 않아도  
이를 악물어야 한다 

이를 악물고  
당신을 오래  생각하면 

비 마중 나오듯 
서리서리 모여드는 

당신 눈동자의 맺음새가 
좋기도 하였다


            - 문학동네,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을 먹었다' 중에서

보이는 건

맨 푸르름이라도

돈다발이였으면 딱 좋을 저런 잎파리들이

발 밑에 깔리면

여름은 장사를 끝내고 떳다는 말이다.


저 길 내내

님이 오시는 지 라는 가곡이

내 입술에 떠 올라서

스스로 달라진 취향에 흠짓했다


교육이 문제였다 
어린 여중생의 귀에 입력해 놓은 가곡 하나 
반백이 가까운 아쥠의 산책길에 
취향불문하고 쓰윽 들어 온다


그래서, 읽어 본다

청년의 시를..

이름도 시인스런 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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