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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과마눌 Sep 18. 2018

개 같은 가을이

최승자시인

개 같은 가을이 

                                                    -최승자 


개 같은 가을이 쳐들어온다. 
매독 같은 가을. 
그리고 죽음은, 황혼 그 마비된 
한쪽 다리에 찾아온다. 

모든 사물이 습기를 잃고  
모든 길들의 경계선이 문드러진다. 
레코드에 담긴 옛 가수의 목소리가 시들고 
여보세요 죽선이 아니니 죽선이지 죽선아 
전화선이 허공에서 수신인을 잃고 
한번 떠나간 애인들은 꿈에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그리고 괴어있는 기억의 폐수(廢水)가  
한없이 말 오줌 냄새를 풍기는 세월의 봉놋방에서  
나는 부시시 죽었다 깨어난 목소리로 묻는다.  
어디 만큼 왔나 어디까지 가야 

강물은 바다가 될 수 있을까


개 같은..이라는 말은 
어디에다 붙여도 좋아
리얼 혀 

맞어 
세월 가니  
모든 길들의 경계도 같이 가버려  

그래도, 
세월 가니 
한번 떠난 애인들이 다시 오지 않아 고맙고 

또, 세월 가니 
원체 먼 길 
바다따윈 안물안궁 

그냥 흘러 흘러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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