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의 글을 꾸중하는 것 같지만 부둥부둥하는 일기
내 브런치 글을 봤는데, 젠장...
주기적으로 내 브런치에 올린 글들을 다시 읽는다. 전부 읽는 건 아니고 몇 편씩 무작위로 골라서 읽는다. 다시 읽어도 괜찮게 쓴 듯한 글이 있고, 비난을 참기가 어려운 글이 있다. 대부분은 당연하게도 후자다. 다만 후자에서 갈래가 나뉜다. 비난거리를 찾게 되는 정도의 글도 있고, 참을 수 없는 창피와 격분을 느끼게 하는 글도 있다.
오늘도 격분할 글을 찾아냈다. 글 전반에 무쓸모한 문장이 너무 많았다. 그딴 걸 자랑스럽게 업데이트까지 한 스스로가 매우 창피하고 화가 불같이 났으나, 삭제하지는 않았다. 내 글에 찍힌 십여 개의 '좋아요'를 멀뚱히 바라봤다. 세상엔 아직도 선량한 사람들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지 않아도 될 것을 좋아하고 마는 당신들의 마음엔 어떤 신이 사는가요.
부끄러운 글 두 편을 조용히 수정했다. 격분을 느끼면서도 삭제하지 않는 건, 순전히 '좋아요'를 찍어준 사람들에 대한 예의다. 브런치를 시작하고서 지키고 있는 나 홀로의 원칙, 웬만하면 삭제하지 않는 것. 예의고 뭐고 차릴 체면이 도저히 없다고 생각하는 글들은 지운 적이 있긴 하다. 그마저도 브런치 개설 후 지난 3년 동안 일곱 편 정도에 불과하다.
마음은 좋아졌답니다
내가 브런치를 통해 펼쳐온 지난 3년의 기록을 봤다. 개설 초기 글들은 비탄에 젖어 눈물과 콧물을 훔치며 썼던 것이 많다. 그때 감정, 내 방의 불빛, 창 밖으로 스쳤던 소리... 글을 쓰던 순간의 감각들이 예민하게 되살아났다.
글의 분야를 떠나 일상의 부분으로 가면 다행스럽게도 두어 번의 뛰어넘기를 성공했다. 여유로워졌다. 짙은 회색 페인트로 아무렇게나 문대놓은 것처럼, 좋아했던 일들을 향한 마음도 시커메져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할지 모르겠던 날들은 나를 떠났다. 일상은 다시 색깔을 찾았다. 그것만 해도 좋았지만 거기서 한 단계 더 뛰어서, 다른 사람보다 나를 더 배려할 마음이 든다. 드디어.
나는 작가가 아니다. 브런치라는 공간에서 브런치 작가라는 타이틀을 단 작자가 용감하게 잘도 이런 말을 한다마는. 냉정히 말해 나는 작가의 재목은 못 된다.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이 그렇듯. 그 당연한 사실이 괴로워서 으앙 울었던 날이 있다. 글을 잘 쓰는 작가들을 존경하다가도 시샘을 느꼈다. 그런 질투에서도 자유해졌다.
3년 동안 글솜씨가 자라지 않았어도 괜찮다. 그지 같은 글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자꾸 업데이트해도 괜찮다. 역사에 남을 아름다운 문장을 빚어내는 예술가는 못 될 것이다. 누군가 내 브런치에 이딴 것도 글이냐며 난도질하는 댓글을 단다고 해도(물론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나는 눈물 한 방울 또르륵 흘리곤 계속 조악한 글들을 자꾸 양산할 것이다.
마음이 좋아지면서 깨달은 사실. 굳이 내가 뛰어난 작가여야 행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겐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어떤 자는 이 마음의 경지에 다다르기 위해 무섭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 요즘은 읽어낼 이야기와 알아갈 작가가 많아서 행복하다. 내 마음을 잡아끄는 이야기, 작가의 글을 보고 내 감정을 글로 밀어낼 공간이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해서 견딜 수 없는 내적 비명을 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