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잉레그레이즈
전방 경사 또는 복근 자극 모르겠다->행레레
운동 이력에도 불구하고 레그레이즈를 못한다. 분명히 복근 운동이라고 하는데 다리를 들었다 내렸다 하면서 허리만 아프다. 복근이 자극되는지 마는지 아리송하기만 하다. 골반 전방 경사 구조가 한몫한다.
이렇게 허리만 아프고 복근은 자극되지 않는 레그레이즈를 반복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온몸은 연결되어 있으니 어디든 강해지긴 하겠지). 혹은 벤치에 누워서 다리를 들어 올릴 때 머리맡을 강하게 쥐는 것도 괜찮다. 허리가 덜 뜬다. 나는 그 방법도 잘 통하지 않아서 행잉레그레이즈로 틀었다. 일곱 음절은 일상 대화에서 말하기가 아무래도 번거로우니 간편히 말할 겸, 헬창다워 보일 겸 줄여 말하도록 하자. '행레레'.
행잉레그레이즈는 매달려서 레그레이즈를 하는 것이다. 의문이 들 수 있다. 똑같은 레그레이즈인데, 매달리면 뭐가 달라지나? 다르다.
레그레이즈는 다리를 움직이는 게 아닌 골반을 움직이는 운동이란 걸 알고 있는가? 나는 알고는 있었지만 몸으로 느끼진 못하고 있었다. 행레레는 누워있을 때와 달리 몸이 앞뒤로 흔들리지 않도록 강제로 '할로우 바디'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이미 복근을 활용하고 있는 상태이므로 자극을 느끼기가 더 쉽고, 레그레이즈가 골반을 움직이는 운동이란 것도 체감할 수 있다.
다만 매달려서 버틸 수 있는 악력, 할로우 바디를 유지할 수 있는 코어가 뒤따라줘야 할 것이다. 왕초보는 처음부터 너무 행레레에 집착하지 말고 매달려서 30초 유지, 누운 채로 할로우 바디 30초 유지, 이렇게 기초를 닦아가는 게 좋겠다.
운동할 때 간지 중요하잖아요
복근 운동을 싫어했다. 이 사람이나 저 사람이나 다 레그레이즈를 시켜댔다. 아니면 플랭크, 아니면 마운틴 클라이밍이었다. 복근이란 놈의 주 역할이 버티기이므로 복근 운동은 다 시간을 버텨야 하는 동작이다. 시간은 평소엔 쓩-쓩- 잘만 달리면서 복근 운동만 하면 더럽게 질척거렸다. 영원에 갇힌 도깨비처럼 지루한 시간을 세는 건 정말 싫었다. 복근이 약하기 때문에 그 시간이 더 힘들게 느껴졌을 것이다.
게다가 이런 말 좀 뭣하지만 레그레이즈, 플랭크, 마운틴 클라이밍은 간지가 안 살았다. 고수들의 동작은 진풍경이겠지만 내가 하는 모습은 영 모양새가 빠진다 이 말이다. 간지에 죽고 간지에 사는 나의 삶에 복근 운동이 낄 자리는 도무지 없었다.
행레레는 다르다. 우선 시간을 단순하게 견디기만 하는 게 아니라 나의 과감한 동작이 들어가고, '행레레'라는 이름에서 제법 헬창의 냄새를 풍길 수 있으며, 90도와 180도를 오가는 화려한 몸의 움직임이 시각적으로 자극한다. 세 가지 요소가 똘똘 뭉쳐 나를 자극했다. 그나마 재밌게 하던 복근 운동 AB 트레이닝에 관심이 홀랑 식을 만큼. 아팠던 이후로 운동을 다시 시작한 지는 일주일이 채 안 되었는데, 복근 운동은 행레레만 하고 있으며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다리를 쭉 뻗은 채로 골반을 들어 올리는 수준으로 얼른 레벨업하고 싶다. 아직은 그렇게는 못한다. 점점 앞뒤로 흔들림이 커져 자칫하면 그냥 매달려서 노는 인간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정도로만 복근을 자극하고 있다. 복근을 제대로 자극하는 느낌을 처음 느꼈다. 원래 이렇게 안쪽 근육이 아픈 거였구나? 신난다.
운동할 때 간지도 중요하고 복근도 중요한데 잘 모르겠는 분들. 어서 행레레 검색해서 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