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끝에 다다른 <친애하는 시리즈>
시험이 끝났다
약 일 년 동안 매달린 시험이 끝났다. 워낙 합격률이 낮은 어려운 시험이니 수험생활이 끝났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일단 2024년에 해볼 수 있는 건 다 했다. 적어도 시험장을 나오면서는 후련했다. 결과가 좋지 않아도 후회할 일은 없을 것 같다(물론 닥쳐봐야 아는 거지만).
시험을 위해서 유예해 놨던 것들을 집어 들었다.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하나는 내가 사랑하는 나의 시리즈물, <친애하는 여러분>을 종이책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편집을 봐줄 친구, 디자인을 봐줄 친구도 구해놨고 원고 작업도 끝을 향해 간다.
기분이 이상하다. 시리즈를 처음으로 시작한 건 3년 전, 그때만 해도 출판 계획은 없었다. 또한 30편 가까운 분량이 나올 거라고도 생각지 않았다. 그저 좋은 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친구들에 대한 인상을 기록해 놓겠다는 생각이었다. 기나긴 연재, 퇴고와 재연재의 시간을 거쳐서 2024년이 되었다. 3년이 흐르도록 잊어버리지 않고 책의 근황을 묻는 친구들이 있다.
대답할 수 없었던 때도 있다. 친구들에게 링크를 띄워 글을 보여주는 건 괜찮았지만 종이로 남기는 게, 이름을 박아 물질로 남기는 게 두려웠다. 금세 부끄러운 작업물이 되지 않을지 걱정했다. 내 이름을 세상에 남기는 게 무의미하다고도 생각했다. 의미. 내가 늘 집착하는 것. 너무 이상적인 무언가를 상정해 놓고 그에 미치지 못하면 쓸모도 의미도 없다고 간편히 후려쳐왔던 나의 인생. 그것이야말로 의미 없는 행동이었다.
이제 나는 대답할 수 있다. 아니, 묻기도 전에 대답을 한다. 올해 9월이 오기 전에는 정말 낼 거 같아. 책 내면 꼭 한 권 챙겨줄게.
친애하는 친구들에게
내 책은 철저히 비매용이다. 어차피 살 사람도 없겠지만 팔 생각도 없다. 같이 작업하는 한 친구는 독립서점 한두 군데에라도 연락은 해보지, 하면서 아쉬워한다. 물론 그런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것도 좋음직한 일이다. 다만 애초에 내 결심은 그런 게 아니었다.
나는 너를 이렇게 소중히 여겼어. 내 인생의 어느 순간에 너는 반짝거렸어. 그런 말을 건네고 싶었을 뿐이다. 따라서 권당 단가가 높아지더라도 40권 정도만 만들고 싶은 마음이다. 이것도 그나마 30권을 생각하다가 디자이너 친구가 만류해서 조금 높인 수량이다. 소량의 책을, 재밌게 만들고 싶다. 그리고 주인공들을 찾아가서 한 권씩 나누어주며 내가 좋아했던 미소들을 다시 보고 싶다.
그 친구들에게 개인적인 편지를 띄울 수도 있었겠지만, 이상하게 편지는 완전히 솔직하기가 어려웠다. 쑥스럽기도 하고. 브런치라는 플랫폼, 친구들이 잘 쓰지 않는 공간을 선택했기 때문에 솔직한 마음을 헤아렸다고 생각한다. 평소 친구들, 가족들에게 내가 말하는 방식을 생각하면 <친애하는 시리즈>의 표현은 과감하고 파격적이다. 친구들이 이 시리즈를 사랑해 준 것은, 그들이 내게 생각지 못한 솔직함 때문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얘들아. 조잡한 글을 보고 고마워해줘서 고마워. 나는 생각보다 너희를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