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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밈혜윤 Oct 26. 2021

카페에서 들려오는 낯익은 따뜻한 말

세상은 생각보다 다정해서 놀라는 일기

   회사 점심시간에 가끔은 혼자 카페에 앉아있는다. 이어폰을 꽂고 뭔가를 볼 때도 있지만 가만히 앉아서 여러 소리를 듣는 걸 좋아한다. 짧은 점심시간을 어떻게든 잘 활용해 식사 후 커피를 마시려는 사람들의 분주한 발걸음 소리, 웅성대는 소리, QR코드를 찍는 소리와 직원들의 인사하는 소리 등을 듣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마음이 뭉근해지는 말들 카페에서 특히 계산대 근처에 자리 잡으면 사람들의 대화를 듣게 된다. 대개는 백색소음처럼 흘려보내지만 내 귀를 잡아끄는 말들이 있다. 사람들이 서로 배려하고 위해주는 말이다.


   "뭐 좀 먹을래요?"

   "아이구 밥을 그렇게 조금 먹어서 어떡해, 이런 거(빵류)라도 먹어. 내가 사줄게"

   "뭐 드실래요? 제가 이번에 커피 사겠습니다"

   "이것 좀 드셔 보세요"


이런 따뜻한 말들. 주변에서 괜찮다고 만류하면 커피를 사겠다는 사람은 겸연쩍게 자기 사정을 말한다. 좋은 일이 있어서, 기프티콘이 있어서, 저번에 사주셨으니까... 다양한 이유들로 사람들은 사람들에게 커피를 사고 빵과 쿠키를 나눈다.


  어느 날 멍하니 듣고 있다가 단 한 시간동안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서로에게 나누려 하던지 나는 꽤 놀랐다. 한창 마음이 삐뚤할 때는 진심과 가식의 비중을 셈해보고자 했다. 지금은 그냥, 표면 그대로 듣는다. 그것이 비록 '사회생활'을 위한 하나의 가면이라 해도 진심이 하나도 섞이지 않은 경우는 드물 거라 믿는다. 오랜 친구나 가족처럼 깊은 사이는 아니지만 사람들은 다정하다.


   낯익은 다정함 내가 받았던 호의와 내가 주었던 호의들을 떠올린다. 설령 상대방이 나와 아주 가깝고 편하지 않았어도 오가는 안부와 밥, 커피 같은 것들은 진정으로 위하는 마음이었다. 친밀의 정도와 진심 어린 호의는 언제나 별개였다. 그걸 알기에 낯선 사람들이 서로를 보듬는 말은 낯익고 그들이 썩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 세상이 변하고 시끄럽고 무서워도 일상에 산재하는 낯설고 낯익은 마음들은 온돌방 같고 그런 마음을 건너다 보면 내 마음까지 덩달아 푹 노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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