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머신만 타기 지겹잖아
달리기, 이 괘씸한 녀석
우리는 어릴 때 걸어 다니지 않았다. 매일 이상한 흥분과 광기에 사로잡혀 뛰어다녔다. 생각나지 않는다면 거리의 어린이들을 지켜보라. 애들은 도통 걸어 다니지 않는다. 밥도 우리보다 훨씬 조금 먹을 텐데 어디서 그렇게 힘이 뿜어져 나오는지 계속 뜀박질을 한다.
그렇게 몸에 인이 박히도록 뛰어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다시 뛸 생각을 하면 눈이 아찔하다. 고통스러울 정도로 숨이 가쁜 감각과 종아리가 터져나갈 것 같은 느낌. 이런 것은 차치하고 어른들의 달리기에 가장 큰 이슈는 발목과 허리다. 어느 날 기분이 좀 들떠서, 혹은 출근길에 늦어서 갑자기 달리기를 해보면 느끼게 된다. 앗, 내 발목! 내 허리!
심하면 그 통증은 며칠 내도록 가기도 한다. 이 글을 쓰는 내가 지금 발목을 만지작거려서 하는 말은 아닌데, 달리기란 참으로 괘씸한 놈이 아닐 수 없다. 어린 날의 나의 단련은 쳐주지도 않는다 이거냐.
하지만 세상은 요지경이라던가. 그럴수록 우리는 더욱 달려야 한다. 러닝머신보다는 야외에서 뛰는 게 좋다. 러닝머신은 정밀하게 가공된 벨트 위에서 걷고 뛴다.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울퉁불퉁 예측 불가능한 땅 위를 뛰어야 한다.
무엇보다, 밖에서 흐르는 공기에 얼굴을 흠뻑 묻고 달리면 기분이 좋지 않습니까?
어떤 달리기를 할까요
어떤 달리기? 그냥 뛰는 게 달리기 아냐? 그것도 맞는 말. 그럼에도 사람마다 달리기를 시작한 이유와 목표가 있을 터. 체력을 기르고 싶은 사람, 다이어트를 하고 싶은 사람, 마음을 수련하고 싶은 사람. 그냥 달리는 것도 좋지만 목표에 따라 달리기를 해보자.
1. 체력을 기르고 싶은 사람: 반복
체력의 향상은 심장의 근력 향상과 거의 같은 말이다. 헉헉 거친 숨을 내쉴수록 당신의 폐와 심장은 강철처럼 단단해진다. 이런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다. 꾸준함이 훨씬 중요하다.
매일 같은 길, 같은 거리를 달리더라도 일정한 속도로 달린다. 점점 더 쉬워지고 시간이 단축됨을 느낄 수 있다. 그만큼 당신의 호흡기 근력은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다. 일정하게 달리기가 너무 쉽게 느껴지면 인터벌 달리기를 도전하도록.
2. 다이어트를 하고 싶은 사람: 심박수 널뛰기
매일 같은 길, 같은 거리를 달리는 것은 물론 그 자체로 훌륭하다. 거리를 늘려간다면 굉장히 훌륭하다. 좀 더 극적으로 체지방을 태우고 싶다면 달리기 중간중간에 심박수를 널뛰게 해주는 게 좋다.
손쉽게 취할 수 있는 방법은 계단 뛰어서 오르내리기, 언덕 뛰어서 오르내리기, 제자리에서 버피 등이 있다. 계단이나 언덕을 뛰어서 오르내리기 할 때는 올라갈 때 최대한 달린다. 내려올 때는 걸어서 내려오거나 천천히 달리는 쪽이 무릎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
3. 마음을 수련하고 싶은 사람: 마음대로
마음을 수련하고 싶은 사람은 어떤 방식이든 좋다. 다치지만 않으면 된다. 때로는 슬로우 러닝, 때로는 전속력 질주, 인터벌, 무엇이든. 거리나 시간을 정해두지 않고 마음 가는 대로 뛰어보는 것도 좋겠다. 힘들면 힘듦에, 혹은 땅에 발바닥을 스치는 느낌에 집중하다 보면 마음은 우뚝 선다.
'러너스 하이'를 들어 보았을 것이다. 달리다 보면 처음엔 고통스럽더라도 나중엔 무아지경으로 달리며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쉽게 닿을 순 없지만 한 번 맛보면 끊을 수 없다는 그 지점을 향해 달리자.
자신에게로 돌아가요, 조금만
달리기는 언제나 스스로에게 돌아가는 과정 같다. 남의 시선이 중요치 않다. 어떤 속도로 어떤 자세로 달리는 것도 중요치 않다(다치지 않는 선에서!). 바람을 가르고 숨을 밭게 뱉으면서 우리는 비로소 지금에 머무른다. 달린 후의 나를 씻기면서 성취를 느낀다.
매일 달린 때가 있었다. 달리고 나서 노곤한 몸으로 집에 걸어가면 나를 흔들던 것들이 땅에 떨어져 나간 것처럼 가볍게 느껴졌다. 새삼스레 하늘이나 나무를 보며 감명받기도 하고, 무릎도 상했다ㅋ. 어째서?!
달리기 전문가들이 일반인에게 권하는 달리기는 일주일에 3회 정도다. 기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