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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기적리뷰]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진짜다!

by 밈혜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는 강박증 환자의 얼렁뚱땅 사회화 이야기다. 주인공 멜빈은 식당에서 늘 앉는 자리에 앉아야 하고 걸을 때도 본인만의 규칙을 지키며 걸어야 하는 흔한 강박증 환자다. 멜빈은 친구가 생기면서, 좋아하는 여자가 생기면서 천천히 강박에서 벗어난다.


그렇다면 영화 감독은 강박 등의 ‘결함’은 사람과 감정으로 치유된다는 메세지를 던지고 있는 것일까? 글쎄, 어쩌면 감독은 강박을 특별히 문제 삼지 않은 것도 같다. 질병은 명명으로 생겨나는 발명이니까.


영화에 등장하는 조연 캐릭터 중에도 어딘가 ‘문제가 있는’ 캐릭터들이 존재한다. 게이는 차치하고 잘생긴 게이 화가가 강도 습격으로 얼굴을 몹시 다쳤을 때 다친 얼굴에 대놓고 “오우!! 매애앤!!” 하고 눈을 가리는 에이전시 담당자, 대놓고 오열하며 거울을 보여주는 담당자2 같은. 감독은 그냥 B급 코미디 감성으로 뭔가 모자란 것 같은 캐릭터들을 보여준다. 주인공은 ‘강박’이라고 이름 붙임으로써 질환자가 되었을 뿐이다.


치유나 메세지를 떠나서 이거 진짜 웃긴다. 두 시간 내내 은은하게 깔려있는 병맛 코드에 아끼지 않고 까르르 웃었다.


“내 칭찬 하나만 해봐요”
“내겐 정신병이 있소. 정신과 의사가 약을 먹으랬지만 난 안 먹었소. 약이라면 질색인데 왜냐면 위험하니까…블라블라… 이제부터 칭찬 시작이오. 당신이 다녀간 그날 밤 이후로 나는 약을 먹었소”,
“?”

이 영화는 내내 이런 식이다.


명대사로 You make me wanna be a better man을 많이들 꼽는다. 아마 후반부로 갈수록 로맨스의 양상을 띄어서인 것 같은데, 나는 그보단 두 시간 내내 끊이지 않는 병맛 유머에 더 점수를 주고 싶다. 초반부는 ㅋㅋㅋ좀 웃기네? 하다가 갈수록 더 많이 웃었다. 그렇다. 제임스 브룩스 감독 유머코드에 ‘브며들고’ 만 것이다.


무례한 주인공 멜빈은 그가 쫓겨날 때 식당의 모두가 환호할 정도로 미움받지만, 사실 표현에 서툰 따수운 아저씨라는 설정은 그가 돈이 많기 때문에 서서히 입증된다. 애가 아픈 한부모 가정에 방문 의사를 불러 진료비를 다 내주고(심지어 미국인데!), 하루아침에 집 잃은 게이 화가를 자기 집에 들여주는 등의 인간적 면모를 보면서 서서히 멜빈에게 애정을 갖게 된다. 돈이 많지 않았다면 아무런 기회도 없었을 거라는 점에서 <써니>를 볼 때와 비슷한 씁쓸함이 남는다.


아니 이 안하무인 틀딱은 뭐지?에서 못말리는 괴짜 아저씨로 바뀌는 영화의 흐름은, 관계란 무릇 내가 아는 너의 서사를 통해 정의된다는 고전적인 깨달음을 준다. 또 멜빈은 캐럴, 사이먼과의 사적인 관계가 발전할수록 강박증을 조금씩 자기도 모르게 치료해나가는데(치료가 적절한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어딘가 결핍 있는 인간을 바꿔놓는 데에 가장 직관적이고 쉬운 방법은 포용이 아닐까?


그렇지만 포용을 꼭 내가 해야 하는 건 아니라는 점을 인간 관계로 인해 힘든 사람들은 기억하도록 하자.


더불어 지금같은 뛰어난 cg가 없던 시절 잭 니콜슨 못지 않은 명연기를 펼친 강아지 버델에게 찬사를 보낸다.


이 영화는 제목 그대로,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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