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성취가 필요했던 것 같아요
브런치 연말결산을 받아들고 깜짝 놀랐다. 내가 브런치 작가로 승인난 지 40일이 다 되어 간다. 전에 써둔 글을 옮겨 적어서 일 수에 비해 발행한 글이 많은 편인데, 글을 옮겨 적고 수정하느라 시간이 그렇게 된 줄도 모르고 있었다.
더 놀라운 건 조회수 대비 라이킷 수다. 누적된 조회수는 600을 넘겼고 누적 라이킷 수는 200을 넘겼다. 평균내면 한 편당 대략 30명이 봐주었고 그 중 30%가 내 글에 하트를 찍어준 거다. 0으로 시작한 구독자는 심지어 5명이 돼있었다. 절대적인 숫자는 작지만 중요한 건 내가 한 발짝 걸음을 뗐고 누군가 내 걸음을 응원해준다는 거다. 내 친구도 가족도 아닌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감사하고 감개가 무량한 일이다.
브런치를 시작할 때, 나는 깊은 물 속에 잠겨있는 것 같았다. 내일이 없어도 아쉽지 않았다. 기대되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 뭘 하면 좋을지, 그리고 내가 과연 잘 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었다. 내가 나를 용서할 수 있는지도. 내 손에 남은 건 수수께끼 같은 현재와 미래 뿐이었다.
SNS에서 팔로우하고 있는 친구들은 물론 나를 응원했다. 내가 힘을 내기를, 괜찮아지기를. 그런 바람들이 힘겹게 느껴지는 날도 있었다. 힘을 내고 나아지고 싶었지만 그런 날이 언제 올지는 요원했다. 그래서 나는 툭하면 다정한 친구들이 있는 sns를 닫고 도망쳤다. 내가 받을 자격 없는 마음과 바람과 미래를 남겨두고서.
안식처 같은 나의 우울한 수렁 속에서 나는 미래를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쪽이 더 편안했다. 오늘을 살기도 버거웠기 때문에. 더 나은 내일을 생각하는 건 숨이 벅찼기 때문에.
친구, 가족이 아닌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고 새로이 평가받고 싶기도 했다. 무조건적인 응원과 지지가 아닌, 철저하게 모르는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나를 알지 못해도 사람들은 기꺼이 응원해줄까. 답은 ‘그렇다’ 였다.
조용히 찍히는 라이킷은 내가 필요로 하는 정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묵묵한 응원 같았다. 별 것도 아닌 내 글을 일면식도 없는데 읽고 좋아요를 눌러준단 말이지, 그럼 한 편만 더 써볼까? 하나만 더 올려볼까? … 그런 날이 쌓여 40일이 넘었다. 여전히 내일을 이야기하기는 어려워도, 다음 한 편의 글을 생각하기는 쉬웠다. 브런치는, 그리고 라이킷을 눌러준 사람들, 이곳을 찾아준 여러분은 내게 그런 의미가 되었다.
감사하다. 내가 한 편씩 더 업로드할 수 있는 의미가 되어준 모든 분들께. 그리고 특별한 재능이 아닌 내 글을 궁금히 여겨 구독을 눌러준 분들께. 얼마나 놀라고 근사한 기분이 들었는지 잘 전하기가 어렵다. 용기 내어 한 편 한 편 느린 걸음을 멈추지 않겠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