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작은 회사를 운영한다는 것

육아도 가정 교육도 모두 고관여 기획일. 엄마도 돌봄이 필요해!

by miracle monica


워킹맘의 하루는 회사와 가정 사이, 두 개의 프로젝트를 동시 운영하는 일이다 “엄마는 왜 늘 바빠?” 출근하려는 엄마의 뒤통수에 대고 묻는 아이의 주저하는 물음에 순간 멈칫했다. 요즘 유난히 더 마음에 여유가 없어 부산하게 매사를 서둘렀던 탓일까.



워킹맘은 회사에서 기획안을 작성하고, 담당 업무의 진척을 분석하고, 유관부서 담당자들과 커뮤니케이션하며 하루를 보낸다. 하지만 가정의 일이라는 업무 역시 쉬지 않고 24시간 함께 돌아간다. 낮에는 미리 기획하고, 아이의 일에 피드백해야하고, 잔여 일의 우선 순위를 정해야 한다. 그리고 집에 들어오는 순간 현업에 즉시 투입이다.


살림은 단순히 치우고 닦는 일이 아니다. 예산을 짜고, 지출을 관리하며, 장기적인 자산 계획을 세우는 일이다. 고정비와 변동비를 따로 관리하고, 보험·세금 납부일을 캘린더에 표시하고, 생활비 통장을 주기적으로 리밸런싱한다. 가끔은 작은 조직의 재무담당처럼, '이번 달은 적자 없이 넘기자'며 장바구니에서 한두 개를 다시 내려놓는다.



모든 엄마는 각 가족의 라이프스타일 매니저이고, 운영총괄 책임자다. 사계절 이불을 제때 갈아주고, 식재료를 정리하고, 식단을 짜고, 물·휴지·세제를 떨어지지 않게 챙긴다. 아이의 계절 옷을 맞춰 사고, 신발 사이즈를 체크하고, 냉장고 속 남은 반찬을 리스트업한다.쾌적한 생활 환경을 만드는 건 단순한 집안일이 아니다.



육아는 감정노동이 아니라 정신노동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 아이의 기분을 살핀다.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 친구들과의 관계, 선생님 피드백을 듣고 메모한다. 입학 3개월차 큰 아이에겐 학교 준비물, 학원 피드백은 기본, 수행평가와 예체능 수업 진도까지 체크한다.어떻게 하면 조금 더 학업에 효율을 내 볼까, 다른 학원을 알아볼까 알아보는 일도 보통 엄마의 일이다.


가끔은 혼자 팀원도 없이 ‘육아 전략실’에 앉아 있는 기분이 든다. 학부모 상담 시 선생님의 작은 눈빛, 말투, 반응 하나로 ‘선생님의 평가’를 센싱하고, 그에 맞는 ‘대응 시나리오’를 또 고민한다. 말이 육아지, 사실은 ‘HR’, ‘PR’, ‘CS’ 총괄인 것은 아닌가. 너무 유별나거나 대단하게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우는 것도 아닌데 점점 예민해지는 나를 종종 발견한다.


(물론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아빠들은 보통 ‘내 일 먼저’, 엄마들은 ‘가정, 아이들 먼저’ 그리고 나서야 겨우 내 일, 내 정서를 돌보는 경우가 많은 듯 하다. 엄마와 아빠는 다르고, 그래서 서로를 잘 모르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가끔은 오해가 쌓이고, 외로움이 눌러 앉기가 쉽다. 서로 너무 바쁘고, 힘이 든단 이유로. 나도 이미 충분히 많이 하고 있지 않냐는 날 선 피드백으로.



바쁜 날엔 “오늘 일 너무 많아”라고 먼저 털어놓고, 쉼이 필요할 땐 가족에게 “이번 금요일, 엄마도 휴가 낼게”라고 알려야 한다. 일은 함께 나누고 휴식과 돌봄도 당연히 돌아가며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소리 내어 확인받는 것. 그게 엄마의 커리어와 집안일, 질 높은 양육까지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단, 모든 대화와 회의 위에는 늘 한 스푼의 다정함을 얹어야 한다. 통보가 아닌 협의, 지시가 아닌 제안으로 손을 내밀 때 관계는 유연해지고, 가정이라는 작은 조직도 한결 부드럽게 굴러가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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