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없이 오래 함께 가는 직원 관리 10 계명
요즘 나는 매일 퇴근 후 내가 세운 또 다른 ‘회사’에 출근한다. 법인 등록은 못하는 유령 회사이지만, 업종은 위대한 ‘가정 및 육아 운영’, 규모는 만만찮고, 수익은 없지만 사회적 영향력은 꽤 크다.(고 믿고 싶다.ㅎㅎ)
나는 이 회사의 대표이자 기획자이자 실무자다. 아이 둘을 잘 키우겠다는 사명으로 가정이라는 회사를 세웠고, 안정적인 파트너와 동업했고, 자본금은 내 커리어와 체력과 인내심을 빌려 충당했다.
처음엔 공동 창업이라 믿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사실상 단독 경영자였다. 그러던 어느 날, ‘아, 내가 너무 남편에게 나와 같은 창업자 마인드를 요구하고 있었구나’ 하는 뼈 때리는 자각이 찾아왔다.
마음이 정리되니 시야도 달라졌다. 내가 자주 느꼈던 억울함과 서운함은, 어쩌면 직원 마인드의 남편에게 CEO의 책임감과 감수성을 요구한 내 착각에서 시작된 게 아닐까.
육아는 팀플이길 바라지만, 현실은 여전히 단독 경영에 가깝다. 그렇다면 CEO이자 엄마인 나, 직원관리 방침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
그래서 정리해 봤다. ‘가정이라는 스타트업’의 창업자가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직원관리 10 계명. 기대 없이, 감정 낭비 없이,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한 아주 현실적인 리스트다.
1. 직원은 회사의 비전을 끝까지 이해하지 못한다
창업자의 철학, 교육 방향, 육아의 디테일은 결국 창업자만의 세계다. "같이 낳았는데 왜 몰라?"는 금지. 창업자가 직접 설명하고 리마인드해야 한다.
2. 직원은 주인의식이 없다.
퇴근하면 잊는다. 자발적 야근도 없음. 일부러 육아 출근을 늦추는 듯한 킹리적 갓심도 든다. 업무 외 시간엔 ‘육아’가 그의 1순위가 아니란 걸 인정하자. 적당한 휴게시간은 보장해 주고, 릴스를 보든 쇼츠를 보든 직원의 자유임을 잊지 말자.
3. 직원은 매뉴얼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애 씻겨줘”보다 “8시에 물 받아놓고, 머리는 린스 바르고 3분 뒤 헹궈줘”가 효과적. 자율보다는 구체적 지시가 빠르다.
4. 직원은 상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5분 맡기고 안심했다가 TV+과자 파티 현장 도달 가능성 100%. 방심은 금물. 간단한 체크인은 창업자의 기본 업무다.
5. 직원은 복잡한 멀티태스킹이 어렵다.
밥 먹이면서 세탁기 돌리고 애 등원 준비?
→ 창업자 전용 기능. 직원에게는 과부하다.
6. 직원은 셀프개선 욕구가 없다.
“짬이 났는데 요즘 육아서나 교육 유튜브 한번 살짝 봐 볼까?” 같은 자발적 학습은 기대하지 말자. 동기부여보다 명확한 역할 분배가 중요하다.
7. 직원은 칭찬에만 반응한다.
"이거 도와줘서 진짜 큰일 막았어!"
칭찬은 최고의 동기부여.
→ 피드백보다 ‘적당한 리액션’이 생산적이다.
8. 직원은 긴급한 상황에서 판단력이 떨어진다.
아이가 토했다? 옷부터 갈아입히기 전에 사진부터 보내오는 직원도 있다. 위기 대응 매뉴얼은 사전에 공유해 둘 것.
9. 직원은 창업자의 감정을 캐치하지 못한다.
말 안 하면 모른다.
“그냥 알아서 좀!! 도와줬으면 해”는 비즈니스 세계에선 No. → 업무 요청은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10. 직원은 CEO처럼 비전과 먼 미래를 보지 못한다.
다음 학기 입학, 육아비용, 사교육 방향...
CEO가 전문인 분야의 자료는 직접 찾아보고, 단호히 결정하자. 초반 시장 조사와 자료 서치를 맡길 때는 구체적으로 쪼개서 지시하고, 중간보고 일자를 세팅해 두자.
결국, 나는 이 회사를 오래 굴러 가게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이 가정을 오래 지속 가능한 상태로 모두가 행복하도록 잘 유지하고 싶다. 금쪽같은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 독립하고, 그 사이에 내가 소진되지 않으려면, 파트너에게 과한 기대는 줄이고, 철저한 시스템 및 CEO의 정서와 건강 유지에 집중하는 것이 유일한 생존 전략이다.
직원은 평생 계약직처럼 존재할 순 있어도, CEO만큼의 열정이나 책임감을 기대하긴 어렵다. 때때로 부당하다고 느껴져도, 억울한 순간이 와도 내가 이 가정이라는 회사를 선택하고, 행복하게 잘 꾸리기로 작정했기에 매일 평정심을 유지하며 경영을 지속하는 중이다.
거칠고 점점 악화되는 외부의 경영 환경 속 무너지지 않기 위해, 더 건강한 몸과 마음을 지닌 경영자로서의 나를 더 단단히 다져야 한다. 금일 퇴근 후 위클리 회의 시 잔소리와 5월 업무 평가는 과감히 생략하기로 한다!!(후우후우)
덧) 엄마는 뒷통수에도 눈이 달려야 하는 거 맞죠!?!!
*우아하게 예술과 맛집을 찾아다니는 여정이 궁금하다면!
*굳이 애 키우며, 회사 다니며, 예술 석사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에너지 부족으로 현재 연재는 쉬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