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비장한 엄마 CEO, 힘 빼기의 기술

첫 초등 1학년 참여 수업 단상

by miracle monica



“엄마는 하늘이고 냇물입니다. 푸른 꿈을 심어주고 맑은 마음을 간직하게 해주는 존재입니다.” 큰 아이가 엄마 학교에 오냐며 하루에도 몇 번씩 확인하던 게 이 동요 <엄마아빠께> 때문인 걸 확인하니 그저 미소가 지어졌다. 엄마도 아이도 처음인 학교 공개수업 일, 반 친구들이 함께 나눠 동요 가사에 맡는 그림을 그리고, 열심히 색칠해 엮어낸 정성스러운 영상이었다.



아이에게 파란 냇물이고 높은 하늘이고 싶은 마음이 조금 과했던 걸까. 요즘 매일이 유독 피곤하다. 유아기에는 아이의 생존과 성장만 지키면 되었다. 그 시절은 단순한 목표 하나로도 하루가 채워졌다. 그러나 아이가 자라면서 육아의 난이도는 점점 더 올라갔다. 다른 이들은 아이가 크면 편해진다고 했지만, 매사에 목표가 높고, 지나치게 열심인 엄근진 나에게는 그 말이 끝내 실현되지 않는 듯하다.



가끔은 멈춰 서서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지금 무엇을 향해 달리는 중일까. 직원에게 하소연을 해도 마음은 더 무거워졌고, 방어적인 마음이 섞인 걱정만 돌려받았다. 주중 집안일에 육아와 교육이 덧대어졌다. 멈추지 않고 돌아가는 하루는 정신까지 소진시켰다. 회사 일보다 더 고된 일들이 집 안에서 조용히 나를 깎아내렸다. 아무리 자도 피로가 가시지 않았다. 지금 나는, 엄마 번아웃 상태에 가까웠다.



그래서 자꾸 속으로만 삭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게 되었다. 자주 환경과 남을 탓하기도 했다. 이런 모든 것들이 스스로를 더 피곤하게 만든다는 걸 알면서도 멈추지 못했다. 특히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 있어서는, 아직도 망아지처럼 날뛰는 아이들을 붙잡고 다독이다 보면 진이 빠지기 일쑤였다. 애써 감정을 누르고 웃는 얼굴로 하루를 넘기는 날이 많았다.



참여 수업 일, 학교 가는 걸 언제나 즐거워하지만 남 앞에 나서기를 딱히 좋아하지 않는 아이라 크게 돋보이길 기대하진 않았다. 그저 잘 적응해 있기를 바랐다. 조금 버벅거리는 모습도 있었지만 생각보다 씩씩하게 발표를 마친 아이의 모습에 마음이 찌르르 울렸다. 눈에 띄는 칭찬 없이도 조용히 그동안 애써온 시간들이 보상되며, 나를 채워주는 뿌듯함이 밀려왔다. 나는 그 감정 하나로 며칠을 더 견딜 수 있었다.



영어 시간에는 여느때보다 움츠러든 아이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당혹감이 밀려왔다. 집에 돌아온 아이에게 많이 어렵지? 틀려도 괜찮아. 실수하면서 배우는 거야. 너무 한 번에 잘하려고 하면 아예 시작도 하기 싫거든 하고 조언해 주는데, 이상한 기시감이 들었다. 어릴 적의 나, 글쓰기와 시험 앞에서 언제나 도망치고 싶었던 마음. 하기 싫어 미루고픈 마음과 더 잘하고 싶은 욕심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나의 그림자가 스쳤다.



하루 회사를 쉰다고 쉬는 것은 아니었다. 물리적 출근만 없을 뿐, 집에서는 또 다른 전선이 이어졌다. 아이 친구, 친구 엄마, 선생님들 사이에서의 ‘엄마 역할’은 회사 일보다 더 정서적 에너지를 요구했다. 해결되지 않은 일들을 떠안은 채 마음만 바쁘게 움직였다. 그렇게 긴 하루를 마치고 잠들기 전 적막을 깨고 아이가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엄마, 사랑해. 나 오늘 좋았어.”그 마음을 나는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돌아보면 이 모든 고단함과 외로움은 시행착오 없이 너무 잘하고 싶은 오롯한 나의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돌이켜보면 일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너무 잘 하고 싶은 마음이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꽤 있었다. 아이들을 잘 키우고 싶고, 잘 가르치고 싶고, 잘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과했던 것 같다. 이제 조금은 힘을 빼고, 덤덤하게 앞으로의 함께 헤쳐나갈 모든 여정을 받아들여야 할텐데. 머리로는 아는 데 실천이 잘 안된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앞으로 무슨 일이던 무던하게 겪어내야 한다고 오늘도 되내인다. 무엇이든 최선을 다해야 된다고 믿는 엄마 CEO의 고독은 숙명일지라도, 내리사랑은 매일 새롭게 시작된다는 것을 믿는다. 혼자만 애쓰는 마음으로 지치고 고단했던 하루에 충분한 위로가 가득했던, 아이의 대답으로 주변이 초록초록해지는 순간을 경험했던 오늘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 :)


덧) 곧 여름 방학인데, 요 시즌은 또 어떻게 버틸지!!

육아 선배님들 고견 부탁드립니다 ㅎㅎ


*

<엄마 아빠께> 박민식 작사/강동수 작곡


엄마 엄마는 제게 늘 말씀하시죠

“얘야 넌 참 소중한 존재란다

너는 엄마의 보물이야.”라고요

그런데 엄마 그거 아세요

엄마야 말로 저의 보물 1호예요


하늘이 높고 파란 건 꿈을 키우라는 의미죠

냇물이 맑은 건 깨끗한 맘을 간직하란 의미죠

엄마 제가 평소에 말씀은 안 드렸지만

엄마는 제게 하늘이고 냇물입니다

파란 꿈을 심어주시고 해맑게 해 주시잖아요


엄마는 하늘이고 냇물입니다

가끔씩 제가 엄마 속을 썩여드려서

엄마가 저 몰래 눈물 훔치실 때면

그거 아세요? 후회하며 저도 울어요


하지만 엄마 이다음에 제가 어른이 되면

엄마의 따뜻한 손, 편안한 발이 돼 드릴게요

엄마 손잡고 시장도 보고 여행도 함께할게요

엄마는 하늘이고 냇물이세요



아빠 아빠는 제게 늘 말씀하시죠

“얘야 넌 무지개보다 예쁜 빛이란다

아빠가 힘들 때 너는 한 줄기 빛이야.”라고요

그런데 아빠 그거 아세요

아빠야 말로 저의 영원한 빛이에요


바다가 파도치는 건 항상 부지런하란 의미죠

바람이 불어오는 건 늘 새로우라는 의미죠

아빠 제가 평소에 말씀은 안 드렸지만

아빠는 제게 바다이고 바람입니다

부지런함을 보여주시고 새롭게 만들어주시잖아요


아빠는 바다이고 바람입니다

가끔씩 제가 아빠 속을 썩여 들어서

아빠가 저 몰래 한숨 뱉으실 때면

그거 아세요? 한숨지으며 저도 울어요


하지만 아빠 이다음에 제가 어른이 되면

아빠의 밝은 눈, 영리한 귀가 돼 드릴게요

아빠 모시고 영화도 보고 산보도 함께할게요

아빠는 바다이고 바람이세요


엄마 아빠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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