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을 더 잘하고 싶다면: 흑백요리사2 리뷰

요리라는 생존 게임에서 발견한 엄마 CEO의 태도

by miracle monica



나는 회사에서 일하는 엄마다. 그리고 동시에 가정이라는 조직을 운영한다. 잘하는 직원이 있든 없든, 수입과 지출을 통제하고 가정의 일정을 조율하며 크고 작은 의사결정의 결과를 끝까지 책임진다는 점에서 엄마 역시 가정이라는 하나의 회사를 운영하는 경영자와 유사한 마인드셋을 필요로 한다.



당장 눈앞에 3억이라는 상금이 놓여있고, 커리어에 명예와 인지도를 얹어줄 무대가 열린다면? 잃을 것이 두려워 뒷걸음질 치기보다, 그 치열한 과정 속으로 뛰어들어 단 한 명의 생존자가 되고 싶다는 야망이 꿈틀대는 건 경영자로서 당연한 본능일지도 모른다. 요즘 부쩍 요리에 관심을 보이는 아이들과 함께 <흑백요리사 2>를 지켜보며, 나는 그 안에서 단순한 요리가 아닌 '인생'과 '경영'의 유사성을 발견했다.



음식을 만든다는 것은 내가 하고 싶은 일, 즉 나만의 주특기를 숙련하는 과정과 닮아 있다. 매 미션마다 공평하게 주어지는 시간과 고퀄리티의 식재료를 확보하고, 나에게 딱 맞는 조리 전략을 세우며, 직접 몸을 움직여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냉정한 평가를 거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반복. 이 굴레는 가정이라는 회사를 운영하는 나의 일상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맞물린다.



화면 너머로 전해지는 셰프들의 집념은 경이로웠다. 바비큐연구소장의 자욱한 훈연, 윤주모가 술을 증류하며 쏟아붓는 정성스런 시간, 무쇠팔 셰프의 굳은살 뒤에 숨겨진 이야기들. 4평 공간에서 펼쳐지는 4평 외톨이의 상차림과 최강록의 깊이 있는 조림 요리, 요리괴물의 정교한 파인다이닝 기반의 퓨전 요리까지. 비록 그 맛을 직접 볼 순 없었지만, 그들이 쏟아낸 풍미와 정성은 화면을 뚫고 나와 내 마음을 자극했다.



때로는 아이를 키우고 가정을 운영하는 일이 나 혼자만의 고독한 '동동거림'처럼 느껴지는 날들이 있었다. 깨두부를 넣은 국물 요리에 담긴 자신에 대한 격려. 남을 위해 요리하느라 정작 본인에게는 단 90초도 써본 적 없다는 최강록 셰프의 고백은, 매일 가정과 일 사이에서 제대로 해 내는 것 없이 스스로를 다그치던 나의 모습과 겹쳐졌다. 결과보다 '재도전'이라는 과정에 의미를 두는 그의 태도, 그리고 "자기가 벌여둔 일은 자기가 정리하는 게 나의 중요한 원칙"이라는 담담한 일침은 고단한 하루를 핑계로 징징거리던 나를 곧게 세워주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언더독 흑수저 윤주모의 눈빛이었다. "발견해 알아봐 주시고, 인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글자 한 글자 눌러 담아 꺼낸 짧은 한마디가 가슴을 울렸다. ‘인정’은 결과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버텨온 시간과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자기 확인에 가까웠던 것 같다. 집 안팎을 넘나드는 CEO이자 엄마로서, 나는 우리 가족의 섬세한 애씀을 얼마나 발견해 주었나 되돌아보게 되기도 했다. 타인의 노력을 귀하게 여기는 혜안을 더 갖춰야겠다고 다짐하는 계기도 되었다.



좋아하는 일을 더 오래, 더 깊이 좋아하기 위해서는 결국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메타인지가 필요하다. 내가 무엇을 위해 요리하는지, 내가 벌여놓은 요리를 어떻게 끝마치고 책임질 것인지 애쓰는 시간들이 필수다. 서바이벌 쇼는 승자가 가뤄졌지만, 나의 주방과 나의 회사는 여전히 치열하게 돌아간다.



엄마는 아이의 성장도, 집 안의 시스템도, 가족 구성원들의 보이지 않는 감정 노동까지 운영해야 한다. 그래서 더더욱 가족을, 그리고 스스로를 조금 더 여유롭고 다정한 눈으로 발견해 볼 필요도 있다. 잘 드러나지 않는 노력과 당연하게 여겨지는 애씀을 누군가 먼저 알아봐 주지 않더라도 적어도 스스로는 정확히 인식하는 것도 필수다.



요즘 요리에 관심을 보이는 아이와 함께 흑백요리사 2를 보며, 어떤 부모 혹은 어른의 태도를 보여주고 있는지를 돌아볼 수 있었다. 정답을 빨리 찾는 사람보다, 자신의 속도를 알고 실패를 복기하며 다시 시도하는 사람. 남과 비교해 앞서는 것보다 스스로 선택한 일을 끝까지 책임지는 태도를 갖춘 기본기를 심어주는 것. 아이에게는 가장 오래 남는 씨앗일지도 모른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비록 서툴지만 좋아하는 일을 더 잘하고 싶은 진심의 태도를 늘 실천하는 엄마이고 싶다 :)



온 가족이 애정하는 우리집 소울푸드, 닭야채죽 :)
워킹맘 냉동실 상비 만능치트키, 소고기소보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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