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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리여행자 똥씨 Feb 11. 2024

"예민함"에서 오는 불편함 다루는 법

감정과 생각의 풍요로움과 깊음이 불편해질 때, '불편함'과 편해지기  

지난 포스팅에서 "예민함 - 감정과 생각의 풍부함"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경험에 대해서 나누었다면, 이번 포스팅에서는 나의 감정과 생각의 풍부함이 불편하게 느껴질 때, 불편함을 다루는 법에 대해 나누고 싶다.


이 것은, 내가 스스로를 실험용 쥐로 삼아, 심리학 이론들/심리치료 방법들을 이것저것 나에게 적용해 보다가 발견한 '나에게' 제일 잘 먹히는 방법들이다.


1. 다른 사람들 반응에 신경 쓰는 나의 생각을 재점검해보기

스스로가 "예민하다 = 생각과 감정이 깊고 풍부하다"라고 느끼는 사람들은, 다는 아닐지라도, 대부분 그런 자신의 모습으로 (내 풍부한 생각과 감정을 내가 표현함으로써, 아님 그냥 새어나가서) 내 주위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고, 부담스럽게 하고, 질리게 할까 봐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그로 인해 나의 풍부한 생각과 감정을 끊임없이 통제하고, 억누르고, 숨기려는 경향이 생기기도 한다.

 

나도 여기서 예외는 아니다. 항상 자동적으로 돌아가는 생각(=걱정) 패턴: '내가 Too much였나? 오늘 내가 나눈 이야기들, 내 감정들 튀어나온 것들이 내 주위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부담스럽게 했으면 어떡하지?'


내 지나친 두려움과 조심스러움에서 오는 '가짜 호랑이' (실제는 아닌데, 나만의 렌즈로 세상을 바라봐 만들어 내는 쓸데없는 걱정, 사람들은 전혀 그렇게 안 느꼈는데 혼자서 사람들이 그렇게 느꼈다고 생각하고 조심스러워하는 것) 일 수도 있고, 아니면 사람들이 진짜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다-'진짜 나를 잡아먹을 호랑이'. 그건 아무도 모른다. 내가 안전하다고 가깝게 느끼는 사람들에게 대놓고 '내가 너무 부담스러웠어? 내 감정이 너무 커서 그게 튀어나오면, 너 피곤해져? 라고 물어볼 때 그 사람들이 '아니야, 전혀 안 그래'라고 이야기를 해도 내 속에서는, '저거가 진심으로 하는 말일까, 아니면 나 상처받지 말라고 예의상 한 말일까' 의심하게 된다.


그런데 위의 생각들은 나를 아프게 만 하고, 내 멘탈 에너지를 뺏어가기만 하지, 결국 도움이 안 된다. 이런 자동적인 생각들이 찾아올 때 대처할 수 있는 나에게 도움이 되는 생각들을 찾아낸 것은 다음과 같다.


1) 사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죽었다 깨도 알 수 없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는 속담도 있다. 내 마음도 가끔 혹은 종종 나도 모르겠는데, 다른 사람들의 마음이야 내가 어떻게 헤아리겠나. 그 사람들이 그 순간에는 진심으로 나를 부담스럽지 않게 느꼈고, 그렇게 표현을 했더라도, 무의식적으로는 부담스럽게 느껴서 자기도 모르게 서서히 나에게서 거리를 둘 수도 있다.  즉 다른 사람들의 반응/그 이유는, '온전히' 그리고 '영원히' 나만의 '가정과 해석'에 머무른다. '진실'은 나는 모르고, 그 사람들도 모를 수도 있다.


2) 그 사람들이 설사 나를 실제로 '부담스럽게' 느꼈다고 하자. 그건 나의 풍부한 감정 생각 표현/새어나감 만이 아닌 그 사람들의 자기들의 다른 마음/현실적인 상황/성격 등의 요인들도 작용하는 거다. 인간의 모든 행동과 마음 반응은 한 가지 요인에 의해서만 결정되지 않는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수준까지 포함하면, 셀 수 없이 많은 여러 가지 요인들의 작용으로 나오는 거다. 어떤 사람들은 나의 풍부한 감정과 생각의 표현을 좋아해서 내 곁에 남아있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그 사람들의 성격, 스타일이 나의 스타일과는 안 맞아서 우리의 관계가 자연스레 멀어지기도 하다. 나의 과거, 현재와 그 사람의 과거, 현재가 무수히 엮인 복잡한 공식 속에 나오는 것이 결국 우리에게 주어지는 '관계'의 모습이다.  그러니 그 사람들의 반응을 개인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 그냥 우리는 안 맞는 거다.


3) 대다수의 사람들이 나를 부담스럽다고 생각한다 치자. 그리고 그게 두렵게 느껴지기 시작하면, 스스로에게 질문해 본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보든, 부담스럽게 보든 무슨 상관이야? 그 사람들도 각자 자기 자신과 살아가느라 바빠. 설사 그 순간 그렇게 생각했어도 그때뿐이야. 그리고 그 사람들이 나를 그렇게 생각해도 내 삶이 끝장날 정도로 영향을 미치지는 않아. 불편은 하겠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니까. 배척당하고 거부당하는 건 진화심리학적으로도 인간에게 '실질적 위협'으로 다가오지. 그래서 네가 마음이 불편한 건 이해해.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렇다고 해서 세상이 망하는 건 아니야. 결국 내가 나랑 편하게, 나답게 사는 게 그게 유일하게 중요한 거야". 너랑 24시간 평생 사는 건 '너 자신'이지 '다른 사람들'이 아니야.


4) 사람들이 나를 부담스러워하거나, 이상하게 볼 까봐 두려워질 때는 인지행동치료 (CBT- Cognitive Behavioural Therapy) 행동요법 '노출치료'를 사용하기도 한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을 '일부러, 의도적으로' 맞닥뜨리는 거. 그래서 사실 별거 아니었고,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두려운 것이 아니었다고 나에게 증거를 만들어 주는 것.


예를 들면, 예전에 친구관계로 있던 사람을 짝사랑할 때 내 마음을 들킬 까봐 조마조마했었는데, '에라 모르겠다- 내가 매달리지만 않으면, 맘껏 표현하는 거 뭐 어때. 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말든' 하는 생각을 갖고, 뜬금없이 전화했었는데, 우리의 '친구관계'는 멀쩡하게 유지되었다. 카페에서/바에서 혼자 책 보고, 일기 쓰고, 노트북으로 작업할 때 '사람들이 내가 지금 풍부한 감수성에 빠져있는 것을 느끼고, 이상하게 보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들 때는 일부러 맘껏 더 이상하게, 특이하게 보이려고 노력한다 (딱히 뭘 하는 건 아니고, 그냥 그래도 된다는 허용권을 스스로에게 주는 차원에서의 마음가짐 수준). 가끔 슬픈 날 밖에서 눈물이 또르르 흐르는 날도 있는데, 막상 그래도 아무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리고, 내 일상은 여전히 지속된다. 아무 변화 없이. 이런 증거들을 직접 실험을 통해 획득하면, 사람들 눈을 덜 신경 쓰는데 도움이 된다.


2. 풍부한 감정과 생각을 표현할 시간과 공간을 스스로에게 만들어주기.

그래서, 결국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하는데 에너지와 시간을 쓰는 것은 별로 쓸모가 없다.

심리학/심리치료에서는 '나의 통제권 밖/안에 있는 것들을'을 인지하는 것이 우리의 정신건강에 중요함을 강조한다.내가 통제 가능한 것 (내 마음 가짐, 행동, 내가 바라보는 시각)에만 초점을 맞추고,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 (다른 사람들의 반응, 해석, 외부 상황)에는 의도적으로 집중하지 않는 연습을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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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내 풍부한 생각과 감정이 가져오는 때때로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내 통제권 안에 있는, 내가 나에게 해줄 수 있는 방법은 나에게 사적인 표현과 노출을 허용하는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


내가 마련해 준 나만의 풍부한 감정과 생각의 배출구는 다음과 같다.


1) 매일 오전에 눈뜨자마자 하는 Morning Page 시간 - 필터링 없이, 구조 없이, 가능한 자유롭게 일기장에 맘껏 떠오르는 대로 내 생각과 마음들을 두서없이 털어놓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2) 내가 가는 gym은 바다와 하늘을 맘껏 바라볼 수 있는 통유리가 설치되어 있는데 (그래서 집 근처 가까운 gym을 두고, 왕복 1시간 운전하고 가야 하는 이 먼 gym을 굳이 다닌다), 일주일에 3-5번은 내 정신건강을 위해, 러닝머신에서 40분 음악 (90년, 2000년대 한국가요 - 내 감성 자극하는 노래들) 들으며 한없이 하늘과 바다를 실컷 보고, 그동안 나에게 '마음껏 느끼고 생각할 시간'을 준다. 통유리 밖으로 보이는 바다와 하늘에 그 풍부한 생각과 감정들을 막 내려놓는다.


3) 바다수영. 바다와 하늘과 가장 가까이에 맞닿아, 차가운 바다 물에 자극되는 몸의 느낌도 생생히 느끼고, 그러면서 마음도 풀어놓는 시간.


3) 운전할 때 나만의 노래방 시간을 갖는다. 내가 좋아하는 감성 자극하는 한국 가요를 크게 틀고, 감수성에 젖어 신나게 노래 부른다.


4) 특정 감정이 가끔 쓰나미처럼 크게 올라올 때는, 그 감정을 피아노를 치고, 작곡을 하기도 하며, 풀어놓는다.


3. 에너지 발란스 맞춰주기

 위의 방법을 쓰면 '항상 마음이 시원해지고 가벼워지냐?'. 때에 따라 다르다. 어떨 때는 저러고 나면 내 안을 크게 자리 잡고 있던 풍부한 생각들과 감정들이 '들음 받고, 이해받고, 수용받는' 느낌을 받은 후 편하게 다독여진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진 않다. 어떨 때는 저 위의 활동들을 하고 나자마자, 이불 킥 순간이 오기도 한다. 아무도 보지 않았고, 아무도 내가 자유롭게 표현해 낸 감정과 생각들을 듣지 않았는데도, 뭔가 오글거리고 부끄러워지는 기분. '내가 내 감수성에 지나치게 퐁당 빠져있었네. 나 너무 센치했었네' 이런 부끄러움. 그리고 풍부한 감정과 생각을 너무 맘껏 느끼고 표현해서 에너지도 빠지고, 피곤해질 때도 있다. 그럼 또 스물스물 자동스럽게 올라오는 '나는 왜 이렇게 생겨먹었니?' 자기비판 목소리가 포착된다. 나를 더 피곤하게 하고 불편하게 만드는 익숙한 내 안의 목소리. 이 사이클이 종종 반복이 되는 것을 알아차린 후에는 '대비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심리학/심리치료 이론에서 따온 방법은 '나의 자동적인 오래된 반응 패턴을 알아차리고, 그것을 인지하고, 나를 아프게 하는 반응들 대신 대처할 도움 되는 방법들을 계획하는 것'.


그래서 나는 이제 저렇게 푹 감수성에 빠진 활동을 한 후에는 발란스를 맞추기 위해, 감수성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액티비티들을 한다. 멍 때리며 할 수 있는 활동들 (퍼즐, 손을 쓰며 하는 아트 활동들) 아니면 실질적으로 해야 하는 일들 ( 집안일, 아님  일 - 개인 클리닉 행정일, 리포트들).


사실 큰 제목 2번에서 얘기한 감수성 표출 방법 중 3) 바다 수영은 풍부한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와중에서도 발란스를 맞추는데 최적화된 활동이기는 하다 - 바닷물이 너무 차니 (나는 겨울에도 바다수영을 한다), 그 얼어 죽을 것 같은 차가움이 나의 감수성에 한없이 빠지게 하지는 않는다. 또 물에 빠져 죽지 않으려면 정신 차리고 수영해야 하니 감정의 바다에 정신줄 놓고 빠질 수 없다고 해야 하나?


그렇게 내 감정 에너지 레벨을 발란스를 맞춰준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말해준다. 인지행동치료 (CBT)에서 말하는, 나에게 도움이 되는 생각들 하기.

"감정 생각 실컷 표현할 공간이 너는 필요했어. 괜찮아. 감수성 풍부해도 괜찮고, 그걸 혼자서 표현할 공간 마련해 주는 것도 괜찮아. 아무도 안 들었어. 나는 이렇게 생겨먹었어. 괜찮아."


위의 방법들을 사용하면서, 나는 나의 풍부한 생각과 감정들이 불편하게 올라오는 순간들과도 편해질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나의 평생 진행되는 불편함과 편해지기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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