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이라는 용어가 있다. 이 단어의 뜻은 ‘꼴불견이라 할 수 있는 행위나 그런 행위를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고 있다. 최근 용례를 보면 진상 뒤에는 고객 혹은 손님이라는 단어가 따라 붙는다. 이제 진상은 ‘고객의 갑질’을 지칭하는 단어로 자리 잡았다. 진상이라면 대체로 폭언・폭행・성희롱이나 과도한 요구 등을 떠올리게 되는데 최근에는 이러한 문제가 다음과 같이 여러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온라인 지역 카페
소비자들이 모바일과 SNS 매체를 중심으로 더욱 조직화되고 있다. 공통의 관심사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세력을 형성하면서 새로운 소비 권력 집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육아를 하는 엄마들이 만든 소비자 공유 조직인 맘카페가 있다. 원래 맘카페는 같은 지역의 엄마들이 육아 정보나 생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유용한 정보를 나누고 물품을 공유하며 서로에게 힘이 되자는 것이 목적이다. 그런데 이렇듯 좋은 취지가 무색해질 정도로 일부 맘카페의 갑질이 논란의 중심에 서는 일이 생겼다.
특정 상품에 대한 지역 여론을 주도하거나 회원들이 일부 가게에 과도한 할인이나 무상 제공을 요구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일부 회원들은 업체에서 홍보비를 받고도 광고가 아닌 척 후기를 남겨 소비자들에게 혼동을 주기도 한다. 일부 운영진이 다른 회원들을 강퇴시키거나 제재할 수 있는 권한까지 갖게 되면서 소비자들의 여론을 자의적으로 몰아간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특정 식당이나 업체를 겨냥한 불만의 글들이 올라오면 불매 운동으로 이어지고 해당 가게가 폐업하게 되는 상황까지 벌어진다. 정보 공유와 나눔이라는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난 이러한 사례들은 선의의 피해자를 만들고 맘카페 본연의 좋은 취지를 퇴색시키고 있다.
오버투어리즘_수용 한계를 초과한 관광객이 몰려들어 주민들의 삶을 침범하는 현상
여러분, 제발 도와주세요! 관광객 때문에 살 수가 없습니다. 제발 오지 말아주세요.
서울 가회동 골목길의 어느 한옥집에서 게시한 호소문이다. 관광객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큰 소리로 떠들며 사진을 찍고, 남의 집 대문을 열어보며 구경을 다닌다. 최근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골목길마다 사람들이 몰리며 거주민들이 큰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지역이 관광지화되면서 그 지역만의 독특한 스토리는 점차 사라지고 카페와 음식점, 기념품점밖에 남지 않게 된다. 외부 자본에 의해 현지의 문화나 풍경이 파괴되거나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서울시도 관광이용시간 제한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서울시와 종로구는 몰려드는 관광객으로 인한 북촌마을의 주민 피해를 줄이고 정주권을 보호하기 위해 ‘마을 입장시간’ 지정·운영, 집중 청소구역 운영 등을 포함한 ‘북촌마을 주민 피해 개선 대책’을 마련해 2018년 7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노쇼
서비스업 분야에서는 ‘노쇼no show’, 즉 예약 후 나타나지 않는 비매너가 큰 문제로 지적된다. 업계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와 인식 변화를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예약 5건 중 1건꼴로 노쇼가 나타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 이에 따른 매출 손실액은 4조5천억 원에 이르렀고, 식자재업체 등 간접적인 손해 비용까지 합치면 손실액은 8조2천억 원이 넘는 수준이다.
노쇼 문제에 대해 세계 각국에서는 다양한 방식을 동원해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식당 노쇼 고객들의 리스트를 공유하는 사이트가 등장했다. 미국과 캐나다의 식당 예약 서비스인 ‘오픈 테이블open table’ 앱도 무단으로 예약을 지키지 않는 고객에게 30달러에서 최대 200달러까지 위약금을 청구하고 4회 이상 노쇼가 누적되면 동일 아이디로는 예약을 못하도록 막고 있다. 이러한 페널티 규정 덕분에 노쇼 비율이 4%에 불과하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현실적으로 고객 노쇼를 막을 수있는 장치를 체계적으로 마련하고 소비자 스스로도 거래의 신의・성실을 지킬 수 있도록 인식 전환을 해야 할 때다.
* 본 포스팅은 《트렌드 코리아 2019》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