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살, 세상의 중심에 서다.

자기 중심성이 강해진 아이의 육아.

by 말선생님

육아 전선에 직접 뛰어들기 전까지는 내 아이의 언어발달만큼은 진짜 전문가스럽게 책임지리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말을 잘하는 아이로 키울 자신은 없었지만 그래도 그동안의 부모상담 경력이나 언어치료 경력이 있으니 내 아이는 쉬울 줄 알았다. 그런데 직접 내 아이를 육아하는 과정은 오히려 더 어려웠다.

그동안 수학 선생님인 아빠가 자기 자녀를 직접 가르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들어왔고 피아노 선생님인 엄마가 자기 자녀를 가르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정말 의아해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깊이 이해가 간다.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는다'는 옛 말이 절로 떠오르는 육아의 과정들.

내 아이의 육아가 왜 더 어려울까 생각해보니 나는 언어발달 영역에서만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었지 타 영역은 어깨너머로 배운 게 전부였다. 언어발달 상담을 오시는 부모님들께, 특히 아이의 연령이 어릴 경우는 '아이가 두 돌 전까지는 언어, 인지, 감각, 정서 발달이 함께 어우러집니다.' 이렇게 말씀을 드리는 편이다. 간혹 언어치료 활동과 놀이치료 활동이 비슷해 보이는 것 같아서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는 부모님들도 계시기 때문이다.

아이를 양육하면서 다시 한번 전공서적을 찾아보기도 하고 무엇보다 심리, 육아상담 책을 보거나 영상을 찾아보게 된다. 아이의 의사가 분명해지면서 마주하게 되는 여러 상황 들을 잘 받아들여준다면 좋겠지만 나의 감정은 아이의 짜증, 고집, 거침없는 행동들을 받아들이기엔 너무나 메말라가고 있는 것 같다.

세 살, 33개월이 되어가는 아이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말은 "온이가~"이다. "온이가 할 거야. 온이가 먹을 거야. 온이가 갈 거야." 그리고 가장 많이 사용하는 조사는 "~만"이다. "김치만 먹을 거야(좀 특이하다)", "유모차만 탈 거야", "(피아노) 온이만 칠 거야."


프로이트의 발달 이론에 의하면, 세 살 무렵은 항문기인데, 이 시기에 아이에게 있어서 세상의 중심은 아이 개인이라고 한다. 온이는 그 시기의 딱 한가운데 있는 것만 같다. 작년 겨울까지만 하더라도 코트를 스스로 고르는데 그쳤다면 이제는 원하는 바지를 스스로 입고 방에서 나오기도 하고 원하는 신발을 신겨주지 않을 때는 울음을 보이기도 한다. 발을 동동 구르며 "엘사 신발만 신을 거야!"라고 이야기한다.




'아 맞다, 그러고 보니 이거 대학 때 교양수업에서도 들은 내용인데.' 역시나 내 아이에게는 이론을 기억하는 것보다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내(엄마) 마음을 통제하는 것이 더욱 중요했다.

감정이 평온할 때는 아이가 스스로 하려고 하는 감정을 읽어주거나 주도권을 갖도록 해줄 수 있지만, 출근과 등원을 동시에 하는 상황이 되거나 외부에서 좋지 않은 일들로 인해 내 감정이 상해있을 때에는 아이의 의견을 받아들이는데 벌써 기운이 빠져있다.

감정을 잘 다스리는 것. 신이 아닌 이상, 아이에게도 엄마에게도 가장 어려운 것이 아닐까. 이 부분이 누구나 잘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많은 이론을 아는 것도 좋겠지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그 순간을 유연하게 넘기기 위해 일상에서 내 감정을 잘 세탁해두는 과정을 갖는 시간인 것 같다. 좋은 것들을 보고 좋은 말들을 듣는 것. 혹 외부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있더라도 그것을 가정으로 가지고 오지 않는 것. 크게 힘든 일을 겪었더라면 신랑에게 도움을 구해서 감정이 세탁될 때까지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




육아를 하지 않았더라도 36개월까지의 정서발달이 일생에 있어서 중요하다는 것은 익히 들어왔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육아를 시작한 이후로 그 말이 정말 부담스러웠다. 일을 시작하고 난 이후로는 차라리 틀린 말이기를 바랐던 적도 있었다.


그 시기를 지나는 아이를 바로 옆에서 바라보는 지금은 그 말에 대해서 그래도 고개를 끄덕일만하다고 생각한다. 기쁨과 슬픔을 넘어서서 행복, 기대, 질투, 사랑받고 싶은 마음, 그 사랑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 내가 하고 싶어 하는 마음.


매일매일 새롭고 상쾌한 기분으로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기엔 다소 무리가 있을 수 있지만 매일 밤 이렇게 글을 쓰거나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은 분명 아이의 정서를 읽는 필터를 조금 더 세척시켜주는 것 같다.







* 참고도서 : 아이 마음에 상처 주지 않는 습관, 이다랑 저, 길벗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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