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엄마인가 전문가인가.

엄마라면 누구나 갖게 되는 의문점.

by 말선생님

올해는 유독 브랜딩에 관련된 책을 많이 읽었다. 그동안 육아, 심리 관련 서적은 간간히 읽어왔지만 브랜딩이나 마케팅에 관련된 책을 스스로 구입해서 읽은 것은 올해가 거의 처음이었던 것 같다. 격동의 2020년을 지나는 모두가 갖는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불안감'. 어쩌면 미래가 불안정하기 때문에 새로운 분야에 오히려 더 관심을 갖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손을 잡는 브랜딩, 한지인 지음, 한겨레출판.

가끔은 '언어치료사'라는 전문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는데 왜 불안해하냐는 질문도 받는다. 올해는 유독 불안감이 엄습했던 한 해였다. 그리고 직장 타이틀, 학벌, 경력을 떠나서 나 자신을 브랜딩 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지난날의 나의 모습이었다면 구인 사이트를 드나들며 병원 정규직 공고가 뜨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불안감을 주는 요소들이 많았지만 우선 나는 엄마였다. 이전에는 언어치료사가 메인이고 기껏해야 아내로서의 역할을 하면 되었지만 이제는 엄마가 메인 직업인지 언어치료사가 메인 직업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아이가 내 삶에 깊이 들어와 있었다.


신랑은 이제 36개월이 다 되어가니 종일반에 가도 되지 않냐, 저녁 6시면 워킹맘 치고는 빠른 하원인데 맡겨도 되지 않냐, 정규직이 페이가 더 안정적이라면 아침 7시 반에 등원시키는 게 뭐 어떠냐는 뉘앙스로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이전에는 신랑이 내 마음을 이해해주는 것 같아서 고마움이 앞섰는데 요즘은 달갑지 않다.

엄마가 되었기 때문에 직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 부분이 생긴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나는 성인 케이스보다 아동 케이스를 주로 다루기 때문에 엄마가 된 이후의 부모상 담은 이전보다 질을 훨씬 더 높여주었다. 하지만 육아를 함께해야 하기 때문에 질이 높아진 상담을 내 마음대로 늘려나갈 수가 없다. 출퇴근 시간의 모든 초점은 아이에게 가있기 때문이다.



엄마로서, 그리고 전문가(언어치료사)로서 어떻게 길을 펼쳐나가야 할까? 온라인 상담을 시작하고, 나의 블로그, 카카오 브런치를 운영하고 있지만 여전히 고민은 계속된다. 나보다 더 앞서서 일과 육아를 병행한 선배들은 대체 어떻게 시간을 관리한 걸까? 아이의 정서는 어떻게 다루어주었을까? 궁금하다.


20대 초반에 세운 나의 플랜대로 대학원을 가고, 경력 10년 차가 넘어서고, 1급 자격증도 따고, 블로그 이웃 수도 많이 늘어났는데. 어느 부분에서인가 늘 공허함을 느낀다. 아이로 인해 나의 일에 대한 커리어가 더 쌓여가는 듯한 느낌이 들 때도 있지만 감정을 제어하지 못할 때는 바닥으로 치솟아 내리는 듯한 느낌도 든다. 언제까지 이러한 느낌을 가지고 일을 해야 할까?




상담을 하면서 '어머님께서 아이의 언어치료사가 되어 주세요.'라는 말을 줄곧 했었는데 그 말에 엄청난 부담감, 압박감, 오류가 들어있다는 것을 시간이 지나면서 깨닫게 되었다. 엄마는 엄마로서 아이에게 정서적으로 지지와 사랑을 채워주면 된다. 엄마가 가정에서 언어치료사의 역할을 하려고 하다 보면 정작 본질적인 것을 놓치게 될 수도 있다.


언어치료사의 역할은 언어치료사가 해주면 된다. 대신, 그 언어치료사는 엄마가 가정에서 아이와 상호작용을 할 때에 적절하게 언어 자극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친절하게 안내해야 한다. 엄마가 아이의 언어 수준을 파악하거나 자극을 주는 데 있어서 혼란을 갖지 않도록 노선을 적절하게 안내해야 한다.


엄마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다 잘 해낼 필요는 없는데. SNS 속 세상, 육아서 속 세상, 맘 카페 속 세상은 완벽한 엄마에 대한 환상을 불어넣는 나머지 때로는 육아에 있어서 불순물이 되는 욕심과 허탈감, 공허함을 남길 때도 있다.



엄마는 엄마 자체로도 충분히 전문가인데. 나 또한 누군가 인지 모르는 불특정 다수에게 완벽해 보이고 싶지는 않았는지. 글을 쓰며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오늘 글은 사실 큰 주제와 작은 주제에 따라 쓰지 않았다. 의식의 흐름대로. 엄마로서, 언어치료사로서, 내가 나 스스로를 응원해줄 수 있어야 현장에서 만나는 부모님들도 진심으로 응원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