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보육, 3천 원의 행복.

딸 육아, 소소한 행복 만들기.

by 말선생님

얼마 전, 조리원 동기 언니와 연락을 하다가 비즈 팔찌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되었다. '나는 언니처럼 금손도 아닌데 과연 아이가 좋아할까?' 이 생각이 먼저 들었지만! 왠지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주고 싶었다. 그런데 재료를 인터넷으로 주문하려고 알아 보니 배송이 오는 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리는 듯했다.


때마침, 오늘 아이와 함께 산책하는 길에 토요일임에도 문구점이 문을 연 것을 보았다. 초등학교 근처에 있는 문구점에서 비즈 목걸이 재료를 팔지 않을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격도 꽤나 착한 편이었다. 3천 원.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나름 풍성하게 채울 수 있고, 우리가 마음 가는 대로 원하는 모양을 끼울 수 있다는 점까지 생각하면 더욱더 착한 비용이었다.

이제 막 31개월이 된 온이는 두 돌 전보다 오히려 더 '세상의 전부는 엄마'인 아이 같다. "엄마도 온이 사랑하지이?" 매일 사랑을 확인하듯 질문하고, 엄마의 대답을 기다린다. 걸음마를 시작하기 전보다 안아달라고 하는 횟수도 오히려 더 늘어난 것 같다.

아이에게 있어서 세상의 전부는 엄마라는 말을 아이를 출산한 이후에도 깊이 납득하지 않았는데, 요즘 들어서야 그 말에 격하게 공감을 하게 된다.


팔찌를 만들어주었는데 처음엔 너무 크게 만들었다. 다시 온이의 팔의 크기를 가늠해서 여러 모양의 구슬을 끼워주었는데, 아이가 점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 모양 이름, 색 이름을 이야기해주었고, 온이는 나에게 팔찌를 만들고 난 다음에는 목걸이도 만들어달라고 했다.


그런데 정작 팔찌가 완성된 직후에는 온이가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내가 팔에 끼워주었던 팔찌를 빼고 다시 다른 장난감에 관심을 돌렸다. 어딘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걸까? 나름 야심작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아이에게는 아니었던 걸까?




그리고 온이를 씻기기 전, 청소기를 밀고 있었는데 온이가 소파에 앉아서 팔찌와 목걸이에 눈을 떼지 못하고 팔에 끼우고 빼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또 만들자, 또 만들어 줄게!" 이 말을 반복하면서.

온이는 원하는 물건을 "~줘" 이렇게 분명히 요구하기도 하지만, 가끔 들었던 말을 그대로 따라 하면서 요구를 표현하기도 하는데 오늘은 후자인 것 같았다. 고작 3천 원주고 사서 만들어주었던 팔찌와 목걸이가 그렇게 좋았을까? 아이에게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엄마가 된 이후로 가장 미안한 순간은 나의 상황, 나의 감정을 아이에게 그대로 투사시키는 순간인 것 같다. 분명 스트레스의 원인은 외부에 있었는데, 가장 약자인 아이에게 나의 감정이 분출된 것을 느낄 때. 시간을 돌이킬 수 없을뿐더러 그 날은 결국 죄책감으로 인해 깊은 잠을 자기는 틀린 날이 된다.


마음이 정돈되고 아이도 일찍 잠이 들고 외부의 스트레스가 적은 날엔 한 없이 아이의 요구와 투정을 받아줄 수 있지만, 일상 속에서는 그렇지 않은 날들이 더 많다.

그리고 어리석은 생각인 줄 알지만 싱글의 누군가의 삶과 나의 삶을 비교하는 순간 또한 죄 없는 아이에게 원망의 화살을 쏘게 된다. 아직까지 내 안에 해결해야 할 찌꺼기들이 남아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모든 엄마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인생 2막을 살아가고 있다. 모양이 다를 뿐 내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는 마음은 누구나 같다. 그리고 보이는 모습과 같든 다르든 자신의 욕구와 싸워가며 아이를 양육해가고 있다.

'엄마'라는 자리가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내 아이에 대한 주변의 평가를 들으면 순간 유리멘탈이 되기도 하고 아이가 아플 때는 세상 누구도 이길 수 없는 강인한 힘이 나오기도 한다.


전공이 언어치료지만 엄마가 된 이후의 치료사로서의 삶은 석사과정을 밟았을 때보다 더 실제적으로 배우고 느끼고 있다고 생각한다. 박사 과정을 간다고 한들 학문적으로는 깊이 배울 수 있겠지만, 현장에서 마주하는 부모님들의 고민에 대한 공감대는 강의실 안에서 결코 배울 수 없다.




아이는 엄마에게 비싼 장난감이나 스펙 좋은 가정교사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언젠가 원하게 될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가장 원하는 것은 엄마의 따스한 눈빛과 자신의 관심사에 대한 격한 리액션, 그리고 짧게나마 엄마와 함께하는 놀이시간이 아닐까.


엉뚱한 생각일 수도 있지만, 아이에게 세상의 전부가 엄마인 이 시기를 잘 공략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아직 세상의 것에 눈을 덜 뜬 시기에 줄 수 있는 것들. 밖에서 보기엔 소위 말하는 '똥 손' 작품, 유치한 놀이, 아날로그 식의 놀이일지도 모르지만. 아이에게는 무엇이 되었든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다.



* 편의상 '엄마'라고 기록했지만, '엄마와 아빠'라고 생각합니다..:) 아이에게 엄마와 아빠가 주는 관심과 눈맞춤은 세상 최고의 선물이 될거에요. 크리스마스, 생일 때 받는 장난감은 어느 새 질려버리고 말지만, 엄마와 아빠가 놀아주는 시간은 질리지 않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