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본 영화, '거짓말'

생각보다 잔상이 오래 남는 영화.

by 말선생님

브런치 공간에는 처음 남기는 영화 리뷰. 생각해보니 브런치 작가 승인이 난 이후로 영화를 깊이 본 기억이 없다. 코로나와 육아로 인하여 영화관을 가지 못한 것도 있지만 아이가 잠든 이후에는 주로 글을 쓰거나 보고서를 작성했기 때문이다.


영화 '거짓말'은 정말 우연히 보았다. 유튜브에서 옛날 영화를 보여주는 채널을 구독하기 시작했는데 똑똑한 인공지능이 이 영화를 찾아주었다. 나에게 필요했던 영화였기 때문이었을까. 내용도 꽤나 임팩트가 강했다. 예전에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 2'에도 리플리 증후군을 앓는 남편의 이야기를 본 적이 있었는데 이 영화의 주인공은 여주, 아영이었다.


아영이의 환경은 불우하다면 굉장히 불우하다. 알콜릭인 언니, 걸핏하면 가출을 하는 남동생, 그리고 부재해있는 부모님. 피부과에서 간호사도 아니고, 여드름을 짜주는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아영이는 고급지고 큰 집을 계약할 것 같이 하고 정작 계약은 하지 않고, 가전제품 또한 사려는 듯했다가 전화로 취소하는 게 너무나 당연한 일과다.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기 때문에' 거짓말이 위험하고, 거기에 빠져들었다가 헤어 나오지 못하면 리플리 증후군이 된다고. 아영이 또한 자신의 불우한 가정환경을 가리기 위해 작게 시작했던 거짓말이 결국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어느 것이 진실이고 어느 것이 거짓인지 스스로도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갔을 것이다.


당시에는 인스타그램의 존재는 그렇게 핫하지 않았지만 요즘으로 치면 SNS 속 세상이 그러하지 않을까. 보기 좋은 모습, 남들에게 과시하고 싶은 모습 중 일부만 올려도 사람들의 좋아요가 눌리고 그때는 나의 존재감이 작게나마 인정받는 것 같으니까.




영화를 보면서 나의 아이가 생각났다. 가정환경이 '불우하다'라는 말은 요즘은 사용하기 굉장히 조심스러운 단어라고 생각한다. 불우하다의 기준은 또 무엇일까. 결국 자존감이 높다면 어떠한 환경에서 자랐든지 리플리 증후군에는 빠지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 자존감은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부모로 인해 모양의 틀이 잡힌다.

아이가 부모를 필요로 할 때 그 자리에 있어주는 것. 아이가 어떠한 행동으로 인해 칭찬받는 것이 아니라 존재 자체로 사랑받을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만들어주는 것.

나는 아이에게 어떠한 부모일까? 그리고 나는 온라인 세상 속에서 그리고 오프라인 세상 속에서도 얼마나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있을까. 아영이의 거짓말은 잘못된 것이 사실이지만 그녀의 삶에 깊숙한 자리에 들어가 보면 마냥 비난만은 할 수 없다.


세상이 편리해지고 소통을 자주 할 수 있는 수단이 늘어나고 있지만 마음의 공허함을 느끼는 사람들 또한 늘어나고 있다. 마음속 깊은 곳이 채워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상한 종교단체에 빠지는 것도, SNS에 자신의 것을 과시하는 것도 거짓말의 고리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도 어쩌면 그 근원지는 공허함 인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니 그렇다. 서울에서 계속 살아온 사람들은 서울의 삶을 굳이 자신의 SNS에 올리지 않는다고 한다. 그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삶의 일부이기 때문에. 자신의 집, 차, 옷, 직장, 모든 것이 그러하지 않을까.


물론 이러한 드러냄이나 과시가 무작정 나쁘다고는 말할 수 없다. 육아에 있어서 SNS는 분명 에너지가 될 때도 있고 요즘 같은 때에는 소통의 도구로서의 순기능이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자신의 삶을 남들의 관심을 받기 위해 거짓으로 하나둘씩 포장한다면 결국 그 포장지는 찢어지게 되고 복구할 수 조차 없을 것이다.



흥행에는 실패했다고들 하지만 여운이 깊이 남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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