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서니브라운 : 우리 엄마.
신랑에게 위염이 찾아왔다. 그동안의 식생활이 원인이 되었던 것 같다. 예민하게 받아들인다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내가 위염에 걸렸을 때보다 남편이 위염에 걸렸을 때. 상대 배우자에게 가중되는 책임 혹은 부담감이 더 크다. 아직은 우리나라의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덜 깨진 탓이라 생각된다.
30대에게도 그렇게 생각되기 쉬운데 우리의 부모님 세대에게는 어떻게 느껴질까? 당연히 시어머님께 좋은 이야기를 들은 것은 아니었다. '살림, 주부, 요리, 냉장고 관리...' 아무리 맞벌이를 하더라도 이러한 것들은 여자의 몫이다.
아이들이 만나는 그림책도 미디어도 그러한 고정관념을 하나둘씩 깨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외국은 그러한 시도가 점점 진행되고 있는 것 같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멀었다고 느껴진다. 엄마는 앞치마를 두르고 부엌에서 요리를 한다. 요즘은 워킹맘의 일상을 그린 그림책들도 많이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부엌이라는 공간과 어울리는 사람은 엄마다. 아빠가 저녁에 퇴근을 하면 아이들을 아빠를 맞이한다. 아이가 아프다는 연락을 직장에서 받으면 뛰어오는 모습 속에도 대부분 엄마가 등장한다.
남편이 집안의 가구 보수공사를 능숙하게 해내지 못하면 자연스럽게 수리 기사를 부르는데 아내는 요리를 잘하지 못하면 어딘가 능력이 없는 것 같이 느껴진다. 아이에게 어느 정도 엄마의 사랑이 더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어딘가 마음이 불편해진다.
결혼 전에 성차별적인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는 나와는 거리가 먼 주제라고 생각했다. 전문직이니까, 그리고 언제든 직장에 들어갈 수 있으니까 나와는 거리가 더 멀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결혼 이후에 안정적인 직장을 퇴사하고 세상에 발을 내디뎠을 때 처음 겪어야 했던 것은 나의 능력이나 직업과 관련된 경험보다도 임신 계획에 대한 질문들이었다.
아이를 낳은 이후에는 오히려 엄마로서의 육아 경력이 언어치료 현장에서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있어서 그런지 플러스 요인이 되기도 했지만. 9 to 6 근무를 해야 하는 기관에 입사를 해야 한다면 둘째 계획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것이다.
아픈 아이를 친정 엄마에게 맡기고 출근을 하면 독한 엄마가 되지만, 아빠는 직장 일에 있어서 이미지에 크게 타격이 없다. 병원 정규직 자리 또한 2~3년마다 한 번씩 채용공고가 올라오는데 이전 치료사의 임신이나 출산이 퇴사의 사유일 가능성이 높다. 아직까지는 변화가 필요한 씁쓸한 현실이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싱글, 딩크족을 꿈꾸는 개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달갑지 않았다. 오히려 노처녀, 혹은 아이를 갖기 어려운 부부라는 수식어를 붙이며 색안경을 쓰고 바라보게 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들의 자유에 대해 부러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나 또한 생각이 많이 바뀌어가는 것을 느낀다. 아이를 주시는 분은 신의 손이라는 것을 신뢰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데에는 엄청난 희생과 고충이 따른다. 어느 유튜버의 이야기처럼(그 유튜버의 이름은 '오마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요즘 세대는 아이를 희생해서 키워내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너도 나도 귀한 집 자식이었고 누군가를 위해 희생을 해오며 성장하지 않았다.
나 또한 가끔 나의 딸아이에게 "온아, 너는 결혼하지 말고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 이렇게 이야기를 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온이가 결혼 적령기가 되었을 때에는 어떠한 세상이 펼쳐질까? 그때는 '결혼 적령기'라는 단어가 사용될까?
남자가 요리를 잘하면 가정적인 남자, 1등 신랑감이고, 여자가 공구를 잘 다루면 공대를 갔어야 하는 존재가 되거나 '멋있는'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시대가 조금은 바뀌어있을까? 맞벌이를 하든 안 하든 살림은 두 사람이 결혼한 이상 한 사람의 역할이 아니라 공동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단순히 돌봄 쿠폰을 주는 것을 넘어서서, 오랫동안 내재되어 있던 우리 어른들의 생각의 변화가 우선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