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에 연령이 필요할까?

그림책 전문가는 아닙니다만!

by 말선생님

그림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을 무렵 가장 궁금했던 것은 '연령'에 대한 부분이었다. 전공 탓이었는지 '추천 연령'이 그림책을 고르는 기준이 될 것만 같았다. 언어치료에서 말하는 <한 낱말 단계>에서는 이러한 그림책을 보여주고, <두 낱말 조합> 단계에서는 이러한 그림책을 보여주면 아이들에게 더 적절한 자극을 제공해줄 것 같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림책에 있어서 연령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나는 그림책 전문가도 아니고 대학원에서 독서 관련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다. 그저 그림책을 좋아하고 관련 책들을 찾아 읽고 그림책을 sns에 자랑하는 것을 좋아할 뿐이다.

그림책에 있어서의 연령은 이러한 의미인 것 같다. 마치 글자가 아주 많고 그림이 작게 그려진 책이 영유아들에게 적절하지 않듯이 '이 정도의 스토리 정도는 이 연령대의 아이들이 읽기에 적합하다' 이 정도의 느낌으로 이해하면 무난하다는 생각이다.


<어떻게 하면 좋지?>, 북뱅크.


너무 어려운 단계의 그림책을 보여주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지나치게 연령에 갇히다 보면 아이들의 선택권, 자유, 그리고 그림책 그 자체로 볼 수 있는 흥미를 잃어버리기가 쉽다. "엄마~달님안녕 책 읽어주세요!", "그 책은 어릴 때나 읽는 책이야. 너는 이제 언니(오빠)잖아! 다른 책 좀 읽어보자!" 이러한 대화는 가정 안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림책의 주인공은 그림이다(참고 : 그림책을 보고 크는 아이들, 이상금, 사계절). 그러니까, 책 안에서 내용을 얻거나 글자를 읽는 것을 할 수는 있겠지만 작가의 의도를 아이와 함께 파악해보고 줄거리 안에 빠져드는 경험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어떻게 하면 좋지?> 그림책은 글의 양이 적은 편이다. 내용도 어렵지 않다. 아이는 이 책을 너무나 흥미 있게 보는데 엄마로서의 욕심은 '글자가 조금 더 많은 책을 읽어야 하는데..' 혹은 '이 책은 너무 쉬운 거 아니야?' 이러한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기왕 책을 읽어주는 시간에 더 교육적으로 접근한다면 엄마도 좋고 아이에게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다.


하지만 아무리 내가 좋아하는 것도 학습이 된다면 거부감이 들기 마련이다. 어른들 또한 그러한데 아이들은 어떠할까? 그림책을 읽고 나면 아이가 어떻게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질문을 하는 경우가 많고 아이의 연령이 높아질수록 학습적인 분위기로 이끌어가기가 십상이다.

중학교 때, 황순원 작가의 <소나기> 책을 읽고 감동을 그대로 느꼈던 것은 당시 선생님이 문학 작품을 있는 그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셨기 때문이었다. 이 글의 종류는 무엇이고 작가가 어떠한 구조로 글을 썼는지, 시험에 무엇이 나올 것인지 짚어주면서 수업이 마무리되었다면 지금은 작가의 이름조차 기억이 나지 않을 것이다.

초등학생이 된 아이들도 때로는 '영유아 추천도서' 그림책을 보기도 한다. 엄마와의 추억이 떠올라서 그럴 수도 있고, 책에 담긴 무언가가 아이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연령보다는 아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아이와 어떤 이야기를 이끌어갈 수 있을지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춘다면 그림책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조금 더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을 것 같다.




요즘 아이들은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해야 할 과업들이 너무나 많은 것 같다.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순간만큼은 학습적인 목표를 잠시 내려놓는 것은 어떨까?

내가 좋아하는 것은 특별히 노력을 하지 않아도 외워지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내 삶에 젖어드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 한 때(지금도 그렇지만) 마카롱을 너무 좋아해서 디저트 샵을 찾아다니고 원데이 클래스도 들어본 적이 있었는데, 베이킹에 '베'자도 모르는 내가 '꼬끄, 필링...' 이러한 용어를 접하게 된 것은 그저 '좋아해서'였다.


아이는 엄마가 책을 읽어주는 그 순간의 억양, 표정, 아이의 작은 몸짓에 대한 반응을 원한다. '누가 나왔지? 이게 뭐야?' 이러한 가벼운 질문 정도는 할 수 있겠지만 그림책을 학습적인 도구로 이용하기보다는 아이와 나를 연결해주는 고리로 생각하고 책을 읽는다면 그 시간이 조금 더 행복하게 채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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