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명보다 더 힘든 것이 있다면

<나 여기 있어, 피터 레이놀즈, 문학동네>

by 말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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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 스펙트럼 장애> 혹은 ASD(Autism Spectrum Disorder)는 특수교육이나 언어치료를 전공하지 않았더라도 사회 안에 잘 알려져 있다. 아주 오래전에 개봉된 영화 '말아톤', 그리고 그 외에도 주인공이 전화번호나 지하철 노선도를 다 외우는 똑똑함을 가진 모습으로 등장하는 영화나 드라마의 영향이기도 하다.

나 또한 현장에 와서 가장 많이 접한 장애군이었고, 현장에 오기 전 자원봉사를 하면서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당시에는 어린 마음에 ASD 아동들의 단조로운 어조, 반향어, 독특한 행동의 양상들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부끄럽다. 부모님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릴 줄 알았더라면.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에만 관심을 갖지 않았을 것이다.




<나, 여기 있어> 그림책 속의 주인공은 자폐성 장애를 가지고 있다. 자신의 존재에 대해 세상에 이야기한다. 이러한 패턴이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ASD 아동들을 처음 마주했을 때에 친구들은 처음부터 거리를 두려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친구들의 입장에서는 주인공이 자신들이 다가오는 것을 거부했다고 여겼을 수도 있다. 조금씩 다르지만 ASD아동들은 혼자 있는 시간, 자신만의 패턴이 깨지는 것을 힘들어하니까.


이전에도 머리로는 이해하였지만 마음속 깊이 아이들의 행동 패턴을 이해하지 못했다. 학교 안에 오면 당연히 또래와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길을 터주는 것이 언어치료사의 역할이라고 자부하고 있었다.

육아를 하기 전 이 책을 읽었더라면 생각에 있어서 큰 변화가 없었겠지만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그동안 만나온 아이들의 모습이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되었다. 혼자 만의 시간. 나의 패턴이 깨지는 것. 주어진 환경이 불안하고 낯설거나 어딘가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나 또한 그러한 모습들을 더 보이게 된다. 내 마음속 아주 깊은 곳에 있어서 육아는 늘 불안하고 낯설고 혼자만의 충전 시간을 방해하는 존재로 정의되어 있어서 그런 걸까.(아주 그런 것은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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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 소년> 그림책 속 주인공 또한 비슷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책 속의 주인공은 선생님의 도움으로 갇혀있던 세상 밖으로 나온다. 아이들을 자신만의 세상으로 가두는 것은 어떠한 장애 진단명이나 소견이 아닌 세상의 잣대나 선입견이 아닐지 한번 더 고민하게 되는 책이었다.




영유아 시기에는 '말을 얼마나 더 잘하느냐'에 초점을 두고 가정 안에서의 중재가 이루어진다면 학령기 때에는 당연히 '학교 안에서의 적응'에 초점을 두고 중재가 이루어진다. 치료실 안에서 개별 치료 이외에 짝 치료, 그룹 치료를 진행하는 이유도 교실 내에서 아이들의 적응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기 위함이다.


하지만 늘 되새겨야 한다. 또래와 상호작용을 5회 중 몇 회 했다고 해서 성공적인 의사소통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누군가와의 '관계'를 아이들이 배워갈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주어야 한다는 것을. 세상이 던지는 날카로운 시선은 생각보다 아무렇지도 않게 던진 말에서 부모님과 아이들에게는 비수로 꽂힌다.


"엄마, 저 친구는 왜 했던 말을 그대로 따라 해?", "엄마, 저 친구는 왜 저렇게 혼자서 뛰어다녀?" 이러한 질문을 마주했을 때 질문을 던진 내 아이와 친구 모두 다치지 않도록 지혜로운 답을 줄 수 있는 경우가 과연 몇이나 될까? 나에게도 던지게 되는 고민이다.




장애 진단을 받은 아이들을 바라볼 때 그 틀 안에 너무 가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 또한' 그 모습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보면 아이들에게 다가갈 때에 느껴지는 벽의 두께를 조금은 더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의 감정이라는 것은 정말 신기한 것 같다. 아주 어린 신생아 또한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 돌보아 주는 사람을 본능적으로 알아채듯이 현장에서 만나는 아이들 또한 그러하지 않을까.


물론, 수업을 진행할 때에는 진단명, 개별적인 현행 수준이 중재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지만. 그것이 편견으로 이어지지는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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