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달란트'는 있다.

아이의 배변훈련을 하면서 느낀 점.

by 말선생님
누가내머리에똥쌌어2.jpg 그림책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의 일부.

33개월이 된 온이에게 중요한 과제가 하나 생겼다. 그 이름하여. 이 시기 직전 후의 엄마라면 모두가 공감할 훈련. 바로.

배변훈련


사실, 배변훈련을 시작한 것이 최근은 아니었다. 변기가 익숙해지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두 돌 즈음되었을 무렵에 '국민 펭귄 변기'도 사주어보았고, 주변 엄마들의 조언을 받아서 물이 떨어지면 노래가 나오는 변기도 사주어 보았다. 변기가 두 개인데 결국 그 변기는 아이가 높은 곳을 올라갈 때 사용하는 하나의 휴대용 계단이 되었다. 대. 실. 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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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변훈련에 도움이 된다는 그림책들도 읽어주고(심지어 영어 그림책도!) 똥 만들기 활동도 해보고, 팬티도 각종 예쁜 색깔로 마련해 주었는데. 아이는 변기에 앉는 데만 몇 달이 걸렸다. 초반에는 바지를 입고 앉다가, 바지를 내리고 기저귀만 앉다가, 몇 달이 지난 이후에 이제 기저귀 없이 변기에 앉지만 아직 성공한 적은 없다.


가장 스트레스가 되는 것은 사실 아이가 아직 배변훈련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 변기에서 소변 누는 그 '또르르'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이 아니었다. 주변 어르신들이 무심코 한 마디씩 던진 말들이었다. 도대체 배변이 빠르다고 해서 뭐가 좋은지 나 조차도 기준이 서있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의 배변훈련 성공 여부에 대한 질문과 '쯧쯧' 의미의 조언을 들으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육아서와 발달놀이 전문가 선생님들의 조언 속에서의 배변훈련은 어른들이 '하냐 안 하냐'의 질문에 'O, X'로 답하는 것 이상의 굉장한 것들이 담겨 있었다. 아이가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기 시작하는 '항문기'는 이름은 조금 우스꽝스럽지만 '주변의 지지와 자신의 의지'가 콜라보가 되어서 성공의 경험을 하나하나 늘려 나가야 하는 시기인 것이다. 그 성공의 경험이 결국은 자존감으로 이어지고 세상을 살아갈 힘으로 비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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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온이는 장점이 많은 아이였다. 돌 이전부터 그림책을 접했고 주의 집중 시간도 꽤 긴 편이었다. 비록 엄마의 기준이기는 하지만. 그리고 여러 번 반복해서 읽은 그림책은 26~28개월이 지날 무렵부터 줄줄 외워서 읊기 시작했다.


지금은 문자에 관심도 많다. 알파벳 A, B, C, S의 이름을 알려주었더니 엄마와 아빠 옷에 새겨진 로고 안에서 배운 알파벳을 읽기도 하고('엄마 옷에 A 있어!') 한글도 정확하지는 않지만 '저건 기역이야!' 이렇게 'ㄱ, ㄴ' 두 낱자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조리원 동기, 그리고 주변 엄마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아이들 또한 각자의 달란트가 있는 것 같다. 어떤 아이는 이미 밤중 기저귀까지 뗀 아이도 있고, 어떤 아이는 신체적인 민첩성이 굉장히 좋은 아이도 있다. 또 어떤 아이는 온이처럼 글자에 관심을 보이며 책을 하루에도 몇 권씩 읽는 아이도 있고 어떤 아이는 조립을 잘하는 아이도 있다.


아이들의 능력은 얼마든지 변화의 가능성이 있고 아직 그 잠재력이 어떠한 열매를 맺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나 또한 30대 중반이 되어가는 올 해가 되어서야 내가 즐거워하고 행복한 일이 무엇인지 발견하고 있는데. 배변으로 인해 아이가 주눅이 들다니!


아이의 '언어' 또한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말 늦은 아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치료실에서 만나는 경우에는 '쟤는 말이 늦네", "OO야, 이렇게 말하면 사탕 줄게!" 이러한 피드백. 아이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의 눈빛에 익숙하면서도 위축되어 있는 아이들이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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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배변은 7세 이전에는 대부분 성공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그로잉맘' 유튜브 채널에서!) 언젠가는 성공할 아이들의 발달 과업에 우리나라 어른들은 왜 그리 관심이 많은지, '오지라퍼'가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이웃집 아이, 손주와 손녀, 조카가 잘 성장하기를 바란다면 발달 과업에 대한 질문보다는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에 관심이 많은지, 어떤 놀이를 좋아하는지에 대해 물어보는 것은 어떨까. 당시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웃어넘겼지만 잘 자라고 있는 죄 없는 아이에게 집에 돌아온 후에 괜한 짜증의 화살을 던지지 않도록. 주변에서도 함께 기다려주었으면 좋겠다.



온아, 언젠가는 성공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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