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불평하지도 안주하지도 말 것.
작년 이맘 때는 1급 언어재활사 준비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시험이 끝나자마자 병원 이력서를 쓰고 면접 준비를 하느라 쉴 틈이 없었다. 시험이 끝난 다음 날, 2년 임기제 공무원 직위로 언어치료사를 뽑는 기관에 제출할 이력서를 쓰러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고 카페에 갔다.
떨어진 기관도 있었고, 아이 육아에 도무지 방해만 될 것 같아서 포기한 기관도 있었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앞으로를 그나마 예측할 수 있었던 마지막 시기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그리고 불과 두 달 뒤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들어왔고 나도 내 주변도 모든 것의 질서와 틀이 깨지고 있었다.
올 한 해는 좀 바빠서 육아와 일을 같이 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면 그에 무섭게 코로나가 대유행으로 퍼져서 시간표가 심심하다 싶을 정도로 여유롭였던 한 해였다. 앞으로를 예측하며 시간표를 미리 짜둘 필요도 없었고 무엇보다 지금 내가 매우 바쁘다고 드러낼 필요는 더더욱 없었다.
아무리 수업 준비를 철저하게 했더라도 전염병이 퍼지면 아이는 오지 않았고 내가 일이 많아서 퇴근을 늦게 할 것 같으니 당신이 좀 일찍 퇴근할 수 없냐고 퍼붓던 잔소리는 그저 먼지가 되었다. 차라리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서로 에너지는 쓰지 않았을 텐데. 그것도 아주 의미 없는 에너지를 말이다.
물론, 앞으로를 대비해서 여러 가지 준비를 해두겠지만 현재를 단정 지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변하지 않는 것은 내 옆에 묵묵히 존재하는 가끔은 얄미운 남편, 그리고 나의 하루 에너지를 다 가져가는 온이의 존재일지도.
코로나 19에게 배우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배운 게 있다면 '무계획'이 아닐까. 앞으로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은 배우고 있지만 하루하루의 소소한 계획, 자랑거리들은 바로 다음날 확진자가 10명 이상 나오게 되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옆 사람에게 잘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