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트렌드2021, 김용섭 지음, 부키.
2020년은 세상 공부를 많이 한 해였다. 가끔 신랑과 함께 뉴스를 보면 "혹시, 저 단어는 무슨 뜻인 줄 알아?" 질문을 받을 정도로 나는 시사나 경제에 큰 관심이 없었다. 깊이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몰라도 큰 지장없이 돈을 벌고 공부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 19는 모르면 당하는 전염병이었다.
2020년 봄, 김용섭 자가님의 <언컨택트>를 시작으로 트렌드 관련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때로는 무릎을 탁 치기도 했고 때로는 나에게는 적용시킬 수 없을 것 같다는 방법도 보았다. 어려운 용어가 나올 때에는 식탁 의자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기도 했다.
그런데 확실한 것은 '세상공부'가 우울감과 무기력증 그리고 불안감에서 해방될 수 있는 탈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김미경 선생님의 <리부트>를 읽을 때는 가슴이 뛰는 설렘으로 이른 아침 6시에 눈을 떴다. 이전 3월달에 기관 휴관으로 인해 강제 백수가 되었을 때에는 불안감으로 눈을 떴다면 올 여름 김미경 선생님의 책을 만났을 때에는 기대감으로 눈을 떴다.
돌이켜보면 내 주변에는 신랑을 제외하고는 시사나 경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교회 청년부 언니오빠들 중에 공무원, 은행원, 일반 회사원도 있었지만 교회에서는 회사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았다. 사회복지와 장애인 재활을 모토로 하는 대학을 졸업했고 신앙심과 봉사정신을 먼저 배웠다. 석사 생활 중에 돈이 없어서 김밥 한줄로 끼니를 채운 적이 많았지만 그때는 이 시기만 버티면 탄탄대로가 펼쳐지리라 생각했다.
세상의 쓴 맛을 처음 겪은 것은 내가 가임기 여성이라는 보이지 않는 이름표를 붙였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던 면접을 겪으면서였다. 병원 면접에서 그러한 대우를 받은 것도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부부가 운영하는 사설기관에서도 임신 가능성을 염두해두고 면접을 보는 것에 서글픈 감정을 느껴야했다.
그리고 아이가 두 돌이 지나면 좀 더 나은 미래가 펼쳐질 줄 알았다. 아무리 내 힘으로 자격증을 취득해도, 학위를 취득해도 안되었고 하원을 전담해주기로 친정엄마와 협상을 해도 안되었다. 코로나 앞에서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안전'이 위협받는 전염병 앞에서는 그저 넉 놓고 뉴스를 보는 것이 전부였다.
올 한해는 나만의 터를 만들어놓았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 이전부터 해온 블로그도 올 해 시작한 브런치도 모두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었다(물론 브런치는 쓰디 쓴 메일을 여러차례 받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는 저자와 함께 고민하는 듯한 여유도 아주 조금은 생겼다. 여전히 밑줄을 긋기 바쁘지만. 이전에는 '책에 이러한 방법이 나오니 이렇게 해볼까?' 종교 서적을 읽듯이 트렌드 책들을 읽었다면 점점 '그렇다면 나에게는 어떻게 적용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할 수 있는 여유가 아주 조금씩 생기고 있다.
안전하되,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일.
이러한 것들을 찾아가다가 만난 길이 바로 '공부'였다. 학위를 높이는 것이 가장 먼저 생각났고, 그러다가 생각난 것이 이전부터 하고 싶었던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박사는 박사 머리가 있어야 한다는 선배들의 조언이 생각났다. 나 역시도 이 말에 공감한다. '강의를 하고 싶은 마음'과 연구에 모든 것을 쏟아내는 박사의 마음은 너무나 다르다는 것을 간접적인 경험만으로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특수교육, 심리학, 상담심리...이 분야 중 하나를 공부하고자 한다. 주사위는 던졌으나 아직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기다림의 시간을 가질 수록 '내가 즐겁고 하고 싶은 공부'는 무엇인지 고민해본다. 나는 40대에는 학교 현장에 가고 싶지만 그렇다고 언어치료를 놓고 싶지 않다. 오히려 내가 가진 경험들을 후배 치료사들에게 공유하고 싶다.
최근 2주간, 비지니스 계정처럼 사용하던 sns를 쉬었다. 쉬는 동안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었고, 에너지도 충전할 수 있었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미래학자의 일이지만 앞으로 골든타임인 2021년~2022년을 채우는 것은 각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조심스러운 예측이지만 언어치료 또한 판이 바뀌어갈 것이다. 이제는 어느 한 분야에 전문성을 갖지 않는다면 의료적인 혜택이나 지역사회에서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많은 기관으로 이용자들은 찾아갈 것이다. 앞으로 2년은 드러나든 드러나지 않든 나만의 무기를 만들어두어야 한다.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하다. 10년 전만, 아니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석사 학벌, 1급 자격증에 공인 영어 성적만 좋다면 원하는 기관에 취업할 가능성이 높았는데. 그것이 곧 성공한 치료사라고 생각했었는데. 앞으로 우리의 삶은 어떻게 펼쳐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