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이 좋은 길보다는 < 좋아하는 길로 가겠습니다.
격동의 2020년이 어느덧 보름도 채 남지 않았다. 모두에게 처음 겪는 일이었고 모두에게 혼란스러움이 존재했던 한 해였다. 코로나가 세상에 온 지 11개월 정도 된 것 같은데 그 사이 너무나 많은 것들이 바뀌어가고 있다.
내가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2020년은 병원 근무에 여념이 없는 일상을 보내는 언어치료사였다. 물론, 그림책 활동과 학령기 언어치료 관련 교재 작업을 간간히 할 계획도 있었지만 병원 근무는 나의 언어치료사로서의 여정에서 꼭 경험하고 싶은 곳이었다.
대학병원은 벽이 너무 높으니 지역의 병원에서 계약직 자리부터 시작하고 싶었으나 자리가 나지 않았다. 그럼 다시 복지관 정규직으로 취업이 된다면 이전에 쌓아왔던 호봉이 인정이 되니 복지관 자리를 알아보려니 아이의 등 하원 시간이 맞지 않았다. 어느 기관을 가든 아이는 등원 1등, 하원 꼴찌 자리를 담당해야 내가 일을 할 수 있었다.
아무쪼록 프리랜서로 복지관과 병원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되었으나 나에게도 팬데믹이 준 타격이 너무나 컸다. 지금은 확진자가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인한 수업 캔슬이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지만 올 상반기만 하더라도 그러한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다.
내가 찾은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 중 하나는 '공부'였다. 그렇다면 '어떤 공부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는데 초반에는 글쓰기 공부가 하고 싶었다. 하지만 글쓰기 공부에 집중을 하기에는 내가 벌려 놓은 본업과 연관된 일들이 너무나 많았다. 또한, 아직 글쓰기에 있어서 초보 단계이기 때문에 내가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겪고 난 이후에 글쓰기를 배워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두 번째 생각한 것은 콘텐츠 제작 관련 기술이었는데 이 또한 결국 육아를 핑계로 학원 등록조차 하지 못했다. 내일 배움 카드는 대체 왜 발급받았던 것일까.
마지막으로 고민되었던 것은 상담심리, 특수교육, 그리고 언어치료 박사과정이었다. 상담심리를 배우고 싶었던 이유와 특수교육을 배우고 싶었던 이유는 결국 교원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과정이 당연히 확연하게 달랐고 기간 또한 달랐다.
특수교육은 우선 학부로 편입을 해야 교원자격증을 발급받을 수 있었다. 내가 이전부터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과정이기도 했다. 대학교 입학, 졸업, 그리고 대학원 줄업 이후에도 늘 특수교육과 편입을 알아보고 있었고, 임신 직전에 특수학교에 근무하면서 편입에 대한 결단을 더 굳힐 수 있었다. 그런데 편입 대신 온이가 선물로 찾아와 주었고 출산 6개월 만에 언어치료 현장에 다시 적응하느라 특수교육은 고이 접어두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그저 '불안해서'였던 것 같다.
이 불안함은 올 3월 가장 크게 다가왔는데 이렇게 무급휴직으로 일상을 보내느니 차라리 학부 3학년으로 편입을 했더라면 이후에 교사가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다시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다시 학부를 가기에 시험도 합격해야 했지만 포기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언어치료 경력, 동료 선생님들, 교재교구 개발을 적어도 2년은 돌보지 못할 것 같았고(관계는 돌보는 것이 아니지만) 육아 또한 지방으로 학교를 오가며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신랑은 늘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특수교육과 졸업하면 뭐 하려고? 교사하려고?" "응, 당연한 것 아냐?" 합격만 한다면 너무나 감사한 일이지만 최근에 가장 본질적인 질문을 나 스스로에게 던지게 되었다. "언어치료 현장에서도 1대 1로 대하기 어려워했던 아이들에게 내가 과연 어떠한 교육을 할 수 있을까?"
상담심리는 현재 하고 있는 온라인 상담에 조금 더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동기가 되었고 이후에 언젠가는 교육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데 상담은 내가 지금 시작하기엔 그 과정이 너무나 깊고 심오했다. 간간히 상담 관련 책을 읽거나 워크샵에 참여하는 것은 가능할 수 있겠지만, 새로운 학문에 발을 들이며 수련을 받기에는 재정적인 부분 또한 무시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일지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가 정말 즐거워하는 것. 포기할 수 없는 것. 당장에 돈을 벌지 못하더라도 일을 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내가 힘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공부를 하게 되면 무엇가를 포기해야 하고 석사 때에도 다시는 이러한 힘든 길은 선택하지 않으리라 결심했었는데.
나는 부끄럽지만 내가 알고 있는, 내가 경험한 언어치료 이야기를 언어치료를 배우고 있는 학생들, 그리고 후배 선생님들께 전달해드리는 일에 즐거움을 얻는 것 같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언어치료의 전반적인 것들을 잘 아는 것은 아니고 특히 학습장애에 오래전부터 관심이 많았고 교재교구 또한 학령기를 대상으로 제작했다. 그런데 논문 머리가 있는지에 대한 확신은 없다. 출산 이후에 그 확신이 더 옅어지고 있다.
결과가 어찌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과연 학습장애 석박사 통합과정이 나에게 맞는 길일까. 그런데 떨어지더라도 물론 아쉬움은 있겠지만 내년에 다시 도전해볼 수 있으리라 생각하면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다. 학위로 인해서 수입이 눈에 띄게 늘어난다거나 없던 나의 명예가 생기리라는 기대감이 없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어떠한 길을 선택하든, 어떠한 곳에 합격을 하든, 모두 챔패를 하든, 무언가를 배우는 것은 계속 도전해야 할 길인 것 같다. 팬데믹 시대가 어쩌면 기회가 아닐까. 2021년은 2022년을 준비하기 위한 가장 최적의 시간이라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꼭 팬데믹을 떠나서라도 30대는 책을 읽으며 공부하고 40대에 다시 날개를 펴더라도 후회 없는 삶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