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5년차 부부의 대화.

소제 : 당신의 야근

by 말선생님

며칠 전부터 신랑과의 논쟁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주제는 '야근'이다.


남 : 나도 집에 있는 시간을 포기하고 야근하는 거라고. 자기도 일 해봐서 알잖아.

여 : 나는 뭐 야근 안 해봤나? 그런데 나도 일이 많아. 오빠도 프리랜서 해봤잖아. 나는 온이 재우고 난 후 10시부터가 내 시간인데 오빠가 늦게 오니까 온전히 내 일에 집중할 수가 없다고.

남 : 내가 무슨 방해를 했다고 그래?

여 : 와서 내가 관심도 없는 직장 사람들 이야기 다 하잖아. 내가 듣기 똑같은 이야기들. 난 일하고 육아하고 재우기도 바쁘다고. 2시 반에 하원 시켜서 10시까지 내 시간이 없다고. 상담글도 밀려있고 처리할 일도 많다고.

남 : 그래. 하지만 나도 집에 있는 시간을 포기하고 일하는 거야. 온이랑 놀아주는 시간을 포기하고.

여 : 그래? 그럼 왜 온이랑 노는 시간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주말엔 잠만 잘까? 왜 핸드폰만 해?

남 : 그거랑 그거는 별 개지....



X 이러한 대화 패턴의 무한반복이다. 답이 나오지 않는 대화들. 사실 정답은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 당신 오늘도 일하느라 수고했다.' '당신 오늘 퇴근하고 온이 보느라 수고했다' 이 말이면 될 텐데.


마음속에서 자꾸 내 욕심이 앞선다.

'그래 당신 오늘도 일 하느라 수고했다' -> (나는 사실 일에 온전히 집중하는 당신이 부러워)

' 그래 당신 오늘 퇴근하고 온이 보느라 수고했다' -> (나는 집에 있는 시간이 더 좋은데 나가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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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을 바탕으로 만든 드라마 <며느라기>에는 사린이네 부부의 결혼 전후 달라진 모습이 나온다. 결혼 전에는 화사하고 예쁜 모습으로 직장에서 몰라 야근하며 데이트를 즐기지만 결혼 후에는 그러한 것은 어쩌면 사치가 되는 모습들. 세대차이라고 하기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시댁 식구들의 모습들.



내년에 대학원 석박사 과정 통합으로 진학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접어야 하나 싶다. 아이에게 엄마가 필요하다는 것은 너무나 잘 알고 있고 이에 대한 부담감은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남편의 말은 육아에 대한 의욕을 상실시킨다.


결혼 예비학교 수업을 들을 때 담당 선생님께서 3~5년 차가 이혼율이 가장 높다고 하셨는데 이제야 그 이유를 알겠다. 자신의 삶을 위해 살아온 두 남녀가 서로를 위해 희생을 하고, 그 사이에 풀 겨를도 주지 않는 아이를 함께 양육하는 것은 정말 전쟁터다.


그렇다고 해서 하고 싶은 곳을 포기하기엔 너무나 아깝다. 프리랜서의 길을 선택한 것은 그게 아이를 키우는데 최선이기에 그런 길을 선택한 건데. 하루하루가 늘 자갈밭을 걷는 것 같다.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언젠가는 우리의 대화도 조금 더 서로를 배려하는 대화를 할 수 있는 날이 다시 올 수 있을까. 부모로서 자신의 계획을 포기하며 이 시간까지도 딸의 집을 다녀간 우리 부모님 세대가 때로는 고리타분하지만 늘 존경스럽다. 온이가 자랐을 때에 우리 사회의 모습은 어떻게 달라져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