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의 관계를 통해 세상과의 관계를 배운다.

4살 육아.

by 말선생님

육아는 정답이 없다고들 한다. 한 때는 'OO맘의 육아 이야기'와 같은 제목의 에세이 형식 책이 서점 매대를 가득 채웠다. 온이를 임신할 때 즈음엔 '프랑스 육아'가 엄청난 유행이었고, 한 때는 '기록하는 엄마'가 유행이었고. '엄마표 육아'는 늘 유행인 것 같다. 다만, 이런 책들의 공통점은 저자 자녀의 대부분이 명문대에 갔거나 세상의 눈으로 보았을 때에도 실력이 좋다는 것이다. 영어든 예체능이든 아니면 창의력으로.




온이는 현재 가정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다. 올 초에 그토록 기다리던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왔지만 자차로 10분의 이동이 초보운전인 나에겐 공포 그 자체였기에. 그리고 대학원 입학을 앞두고 있었기에. 친정엄마가 픽업이 쉬운 집앞 어린이집에 계속 다니겠다고 했다. 동네가 집값이 비싼 동네여서 그런건지 (그렇다고 나는 우리집인 것도 아닌데) 정말 저출산인건지. 온이가 등원하는 어린이집은 인원 수가 더 줄어들었고 온이가 태어나자마자 대기를 걸어두었던 두 개의 기관은 문을 닫았다. 식당이 폐업하는 것은 많이 보았지만 어린이집의 폐업(?)은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KakaoTalk_20210601_103956079.jpg

원에서 나이도 제일 많고, 성별도 혼자 다르다. 집에 오면 매일 하는 놀이는 선생님 놀이. 누군가에게 지시를 하는 놀이에 머물러있다. 너무 걱정이 되어서 여러 육아서도 찾아보고 그림책을 읽어주면서 아이의 생각을 되물어볼 시간을 가졌다.


원을 옮기는 것은 지금 온이에게 너무나 낯선 환경이 갑자기 주어지는 일이 될 것 같았다. 생각해보면 온이는 어린이집이 심심하다고 말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문제아닌 문제는 엄마와의 관계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주변을 살펴보아도 그런 것 같다. 엄마와의 관계가 잘 다져진 아이들은 유치원 입학 전까지 가정보육을 했더라도 이후 기관 생활을 잘 해내는 경우가 많았다. 아이에게 엄마는 세상의 전부니까. 아이는 엄마와의 관계를 통해 세상을 배운다.


엄마가 짜증을 내면 아이도 짜증을 내고. 엄마가 주변 사람들과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 표정은 어떠한지 알게 모르게 아이의 눈에 담아두었다가 가장 편안한 집에서 역할놀이로 쏟아낸다. "말차 마카롱 다 떨어졌나요? 아, 그렇구나." 아이가 눈에 담은 세상 속엔 엄마가 가장 중심에 있다. 가끔 남편과의 말다툼으로 감정 통제가 되지 않는 날은 죄책감부터 몰려온다. '이런 장면은 담으면 안되는데!'




기관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엄마의 만족도도 중요하지만 아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 훨씬 더 중요할 것 같다. 아이는 생각보다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고, 반면에 과감한 변화를 원할 수도 있으니까. 아이의 니즈는 아이가 가장 마음이 편안한 공간과 시간에 아이의 말 속에 혹은 역할놀이 속에서 나온다. 엄마의 민감함이 필요한 순간인 것 같다.


또한 생각해보면 나 또한 활달하거나 엄마들과의 관계를 즐기는 편이 아니다. 온이가 18개월부터 다닌 기관이지만 친한 엄마가 없다. 출근시간 대도 다르고 하원 시간대도 다르다.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보다 퇴근하고 아이를 챙겨서 집에 가기 바쁜 엄마들이다. 혹시나 나의 관계적인 부분이 아이에게도 전가될까봐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그 이전에, 온이는 가정 안에서 차고 넘치는 사랑을 받는 것이 더 필요한 아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글을 쓰며, 언어치료실에서 만나는 청소년 친구들이 생각났다. 석사 때 교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치료실에 오는 아이들에게도 1대1 관계는 너무나 중요하다고. 누군가와의 1대1 관계는 그 아이에게 세상을 살아갈 힘이 되기도 하고 세상과 관계를 맺는 법을 알려주는 교사가 되기도 하니까.


놀이터에서 엄마랑 단 둘이 노는 시간이 전혀 위축되는 시간이 아닐 수도 있다. 그 시간을 통해 배운 관계가 아주 언젠가는 아이가 개인, 집단 내에서의 관계를 배우는데 작은 씨앗이 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다시는 오지 않을 시기에 즐거운 일을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