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반에 처음 있어 본 너에게.

생각해보면 '내 계획'대로 육아였다.

by 말선생님


#Intro.

코로나로 인해 한창 부모님들께서 언어 치료를 조심스러워하시다가, 이번 달부터는 거의 모든 일상이 정상화되어가고 있다. 소개받아서 나를 찾아온 아이, 주 2회 수업을 진행해달라고 말씀하시는 부모님, 잦은 휴관으로 인해 다시 기초부터 쌓아야 하는 아이들까지.


#1.

나의 아이는 종일반을 시작했다. 아직은 주 1회, 2회씩 늘려가고 있는 중이다. 언젠가 선배 치료사가 그랬다. 언어치료사의 평생 숙제라고. 나의 아이는 남의 손에 맡겨져 있는데, 나는 남의 아이를 치료하고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받아들이고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죄책감을 갖지 않는 것.






미안함이 앞선다. 생각해보면 나는 아이를 나의 계획의 틀에 맞추려고 안간힘을 쓰며 지내왔다. 기상시간도, 취침시간 패턴도. 아이를 재워야만 내가 노트북을 켤 수 있기에, 신생아 때부터 모든 패턴을 나에게 맞추려고 했다. 출근 전날은 일찍 재우고, 낮잠을 재우기 위해 산책으로 에너지를 빼기도 했다.

아이가 종일반에 가서야 그 시간들을 반성하게 된다. 나의 틀에 아이를 끼워 맞추며 보냈던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보며. 아이도 엄마가 재울 때 말고, 자고 싶을 때가 따로 있었을 텐데.






생각해보면 아이로 인해 내 일에 지장이 간 적은 많지 않았다. 아이가 갑자기 열이 나서 약속을 취소하거나 오후 수업을 캔슬한 적은 몇 번 있었지만. 오히려 '아이엄마'라고 하면, 어머님들의 신뢰도 더 받고, 주변에서도 '엄마'가 된 내 모습을 더 편안하게 느끼고 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신규 상담을 할 때에도 "어머! 저희 아이는요.."라고 운을 띄우면, 어머님들께서 마음도 1.5배는 더 열어주신다. 아가씨 시절에 선배 치료사들을 보며, 느껴보고 싶었던 기분이기도 했다.






#2.


온이에게.


신생아 때 성장앨범을 만들던 때에 편지를 쓴 뒤로 이렇게 글을 적는건 참 오랜만이야. 너도 언젠가는 글을 읽고,이 글을 볼 수 있을 때가 오겠지? 엄마는 어쩌면 sns에 올린 너의 우스꽝스러운 사진들과 육아의 힘듦을 솔직하게 적어놓았던 게시글을 삭제해야 할 수도 있겠다.


있잖아. 사실, 엄마도 나의 것을 내려놓는 게 아직 익숙하지 않아. 이제, 배운 지 28개월. 곧 29개월이 되어가고 있어. 어쩌면 엄마를 위한 합리화일 수도 있지만. 엄마는 생각해보면 임신 전에는 누군가를 양육한다는 것에 대해서, 아니 임신했을 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이 순간이. 뭐랄까. 이렇게나 나의 일상의 전부를 쏟게 될 줄은 몰랐어. 엄마는 조금 이기적인 삶을 살아왔거든. 남을 위해 내 시간을 포기하는걸 세상에서 제일 아까워했던 사람이었어. 그런데 감사하게도 하나님께서 엄마를 많이 사랑하셔서. 20살 이후 많은 사람들을 통해서, 또 아빠를 통해서 그걸 깰 수 있게 하셨지.


요즘은 '아이가 부모를 선택해서 왔다'고들 하더라고. 너의 선택에 참 고마워해야 하는데. 엄마와 아빠는 둘만 있을 때도 부족한 것 투성이였거든. 언젠가 너의 선택에 네 스스로 후회가 올 수도 있겠지만.


음, 있잖아. 오늘은 이 말을 하고 싶어서 이렇게 글게 운을 띄웠어. 온이야. 네가 어린이집에 있다고 해서. 다른 친구들의 엄마, 할머니가 친구들의 이름을 부르며 올 때 엄마가 일터에 있다고 해서. 결코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는게 아니라는거. 그걸 알아주었으면 좋겠어.


엄마, 아빠는 너의 선택에 도움을 주고 싶고, 지지해주고 싶어. 물질적인 것 뿐 아니라 정서적으로. 그래도 돈만 대주는 부모는 되고 싶지 않더라고. 언젠가 네가 학교에 가거나 엄마 도움이 필요할 때가 온다면 엄마가 일을 정리하거나 재택근무가 가능한 일로 바꿀 수도 있겠지.


온이야, 엄마와 아빠에게는 그래도 보이지 않지만 네가 세상의 전부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 아빠만 딸바보가 아니라, 엄마도 딸바보라는거. 나중에 잊지 말아줘.



2020년, 7월의 첫날. 엄마가 온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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