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깃 독자 생각하기.
여느 글쓰기 또는 책 쓰기 책을 보아도 '타깃독자'라는 키워드가 항상 등장한다. 나의 글을 읽을 예상 독자를 정하지 않으면 글이 엉성해지기 쉽기 때문이다. 가령, 처음에는 '그림책 육아에 관심이 있는 영유아 자녀를 양육하는 엄마'가 예상 독자였다가 점점 더 글의 내용이 방대해지면서 '책육아에 관심이 있는 모든 엄마'로 나도 모르게 넓혀질 수 있다.
책을 쓰기 이전에 '나의 이야기를 누구에게 전하고 싶은지'를 먼저 생각해 보면 좋겠다. 어떠한 영웅적인 스토리가 아니어도 내 글을 읽어주는 단 한 명의 독자가 있다면 괜찮다. 마케팅 전략은 그 이후에 조금씩 다듬어갈 수 있으니까.
나에게는 <말선생님 언어치료> 블로그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 적어도 이틀에 한 번은 글을 쓰니까, 말의 어미를 '-요'로 하는 게 나에게 편한지, '-다'로 끝내는 게 잘 맞는지 이러한 것조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중간중간 내 글을 읽고 주시는 피드백 또한 예비 독자가 나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글이 술술 잘 읽힌다', '마음에 편안해진다', '위로가 된다' 이러한 댓글이 달릴 때마다 독자들이 어떤 주제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고 읽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있었다.
타깃독자를 잡는 데 있어서 목표를 거창하게 잡는 것보다 '나와 대화가 가장 잘 통하는 사람은 누구인지? 어떠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지?' 이러한 것을 생각해 보는 것을 권한다. 책이라고 해서 꼭 무언가 지식을 전해야만 책이 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나의 경험이, 생각이, 한 편의 노래 가사가 책이 되기도 한다. 내가 찍은 이미지가 책이 되기도 하고 손글씨와 손그림이 책이 되기도 한다.
육아의 과정을 어떻게 책에 녹여낼 수 있을지, 우리 아이는 어떠한 기질을 가지고 있는지, 나는 우리 아이의 어떤 부분이 수월하게 느껴졌고 어떤 부분이 특히 힘들었는지. 내가 관심이 있는 교육 분야는 무엇이고 어떻게 아이에게 가르쳤는지, 우리 부부의 육아관은 어떠한지. 이러한 것들이 모이고 모이면 하나의 글감이 될 수 있다.
초임 시절에는 영유아 부모님이 너무나 어려운 대상이었다. 육아 경험이 없을뿐더러 머릿속 가득 채운 발달 과정은 시험만 끝나면 왜 이리 쉽게 잊히는지. 배변훈련, 애착, 고집에 대한 질문이 나오면 등에서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저도 사실 잘은 모르지만... 양육서와 전공서적에 의하면...', '언어발달은 아는데 그 부분은 저도 잘 모르겠어요.' 마음속 외침이 들릴까 겁이 났고, 책상 위에 있는 애먼 수업자료만 만지작거릴 때도 많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아이 엄마가 된 지금은 영유아 부모님들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아이가 5살 미만일 때는 '그래, 나도 이제 육아 경험이 있어!' 이 마음이 컸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부모님들의 마음에 공감이 가고 그 부담감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고 싶었다. 특히 언어발달에 있어서 가정에서 자극을 충분히 주지 못했다는 죄책감, 그중에서도 그림책을 자주 읽어주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마음이 요동치는 것을 느꼈다. 그림책은 죄책감의 도구가 아닌데, 언제부터 부모님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도구가 되었을까.
누구나에게 이러한 스토리가 있을 것이다. 나의 경험을 꼭 전해주고 싶은 단 한 사람, 집단은 누구인지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블로그에 시작해 보는 것도 나의 이야기보따리를 풀 공간을 다지는데 기반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쓰고 싶다면, 나의 글을 공개하는 훈련 또한 필요하다. 단 한 권의 책을 낸 초보 작가가 주는 팁에 불과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글을 공개하는 훈련을 권하는 이유는 공개된 글을 쓸 때 나의 손이 나도 모르게 저절로 움직이는 그 주제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 책을 누가 읽을까?
마지막으로, 나의 글을 내가 사랑해야 하고 내가 애정을 갖고 있어야 한다. 나 자신을 내가 사랑해야 타인에게 사랑받을 수 있듯이. 너무 오만해서도 안 되지만 나의 글을 소중하게 대해야 독자도 나의 글에 애정을 가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