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에는, 아주 일상적이고 보통의 날이었는데.
요즘, 날씨가 더워지면서 아이를 하원 시킨 이후에 자주 가는 곳이 있다. 어린이집은 아파트 단지 내에 있고, 우리 동 바로 맞은편이지만. 아이는 결코 집에 바로 들어가지 않는다. 단지를 나와 신호등이 초록색으로 변하기까지 기다렸다가 탄천길을 걷고, 그 길을 따라 언덕길을 올라간다. 그렇게 올라가다 보면, 카페가 나온다. 신호등을 기다리는 이유는 그 시간 동안 도로 위의 차들을 신나게 구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란 버스, 이층 버스, 자동차, 오토바이, 구급차 등등.
날씨가 이렇게 더워지기 전에는 내가 오히려 산책을 가자고 제안했지만 요즘은 그럴 에너지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의 에너지는 언제나 샘솟는다. 감사해야 할 일이겠지.
20대에 내가 찾던 '카페'는 주로 과제를 하던 곳이었다. 대학교에 다닐 때는 카페를 자주 가지 않았다. 당시에는 커피 맛도 잘 몰랐고(지금은 아나?), 그만큼의 재정도 없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석사를 다니면서 나는 카페 죽순이가 되었다. 대학원 근처 어느 카페가 값이 착한지, 원두 맛이 좋은지, 과제하기에 좋은지. 머릿속에 지도가 그려져 있었다.
20대 중순을 지나면서 연애를 시작했고, 연애를 하는 동안 카페는 '혼자 있기엔 허전한 곳'으로 바뀌어 갔다. 남자 친구를 부르고 싶었다. 그래도 가끔은. 퇴근 이후에 혼자 카페에 앉아서 읽고 싶었던 책을 꺼내 읽거나, 카페 사진을 SNS에 게시했을 때는 하루의 피로가 날아가는 것 같았다.
생각해보면 20대 때 나는 지인들을 카페 안에서 만나는 것을 정말 좋아했다. 교회 1대 1 양육 프로그램도 카페에서 할 때가 많았고, 누구 오빠, 누구 언니 이야기, 남자 친구 험담(?)도 카페에서 쏟아냈다. 카페는 그런 곳이었다. 그래도 내가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곳. 그 마음먹은 때가 밤이라면 더 좋았다.
아이를 출산한 이후에 '카페'라는 공간은 부러움이 샘솟는 곳으로 바뀌었다. 모유수유를 하고 있으니 커피를 절제해야 했다. 아이와 단둘이 카페에 나오려면, 카페에 머무르는 시간의 배 이상으로 준비 시간이 필요했다. 아이가 100일이 지난 이후에 짐가방의 무게는. 그토록 벗고 싶었던 대학원 논문의 무게보다 더 무거웠다.
혼자 와서 자유롭게 과제를 하거나 자기 계발 공부를 하는 20대가 너무나 부럽게 느껴지는 곳. '나도 저런 때가 있었는데' 생각이 떠나지 않는 곳. 아이가 걷기 시작하면서 카페는 가끔 아이와 데이트 시간을 마련해주기도 했다. 비가 오는 날은 아기띠를 하고 가림막을 채우고, 우산을 써서라도 나왔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답답함과 우울함이 나의 하루 전체를 잡아먹을 것만 같았다.
카페에 가는 길에 늘 생각하곤 했다. '내가 무엇을 위해 이렇게 나가는 걸까?', '단지 SNS에 나 육아하면서도 멀쩡하게 잘 살고 있다고 보여주기 위해서일까?', '나와 함께 나오는 아이도 이 공간을 좋아할까?'.
아이가 아장아장 걷고, 어린이집에서의 일상을 이야기하고, 엄마 예쁘다고 칭찬을 해주는 지금도. 가끔은, 혼자 여유 있게 카페 안에서 자신의 일상을 보내고 있는 누군가가 부러울 때가 있다. 20대에는, 아니, 임신했을 때까지만 해도 나에게도 카페에서의 사색, 독서, 공부는 아주 평범한 일상 중 하나였는데.
그렇다고,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있을 때에 카페에서 내 시간을 갖는 게 매 순간 충전이 되는 것도 아닌데. 왜 아이와 함께 있을 때 유독 그런 마음이 드는 걸까.
내가 찾은 그리움, 부러움의 극복 방법은. '20대여, 그대들도 이후에 이렇게 될 것이다' 이런 마음을 갖는 것이 아닌, 아이와의 대화였다. 한 인격체로, 나와 20대 때 담소를 나누었던 누군가와 동일하게 내 앞에 앉아있는 작은 내 아이를 바라보는 것.
"온이야, 오늘 어린이집에서 뭐 했어?"
"소율이 언니랑 미끄럼틀 탔어."
"우와, 정말 재미있었겠다. 온이 밥은 뭐 먹었어?"
"김치 먹었어. 매웠어."
"그랬구나, 온이야. 이따가 엄마랑 같이 집에 가서 맛있는 거 먹자."
언젠가는 너와 함께할 진정한 '모녀 데이트'를 기대해. 나중에 네가 남자 친구가 생겨서 엄마와 보내는 시간이 적어지는 때가 오면 서운해할 것 같은데. 엄마도 지금, 너에게 서운함을 주지 않도록 노력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