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의 '중요한 시기'에 대한 마음 가짐.

육아에 중요하지 않은 순간이 과연 있을까.

by 말선생님

육아 경험이 전혀 없더라도 '처음 3년', 혹은 '36개월까지가 정말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 말은 임신을 하기 전에도 살짝 부담감을 주지만, 임신을 하고 난 후, 출산 직후, 100일, 돌, 18개월, 24개월의 시간을 지날수록 엄마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만든다.


언어치료 현장에서도 처음 3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편이다. 언어발달 전공서적을 보지 않았더라도 아이의 언어발달에 초점을 두고 쓴 육아서를 읽어본 경험이 있다면 이러한 문장을 만난 적이 있을 것이다.

* 18개월~24개월 : '언어 폭발기' 시기에는 부모의 반응이 매우 중요하다. 아이와 눈을 마주하고, 아이가 산출한 단어를 반복해주거나 산출한 단어에 한 단어 정도 살을 더 붙여서 확장해주면서 반응해줄 수 있다. 이 시기에 적절한 언어 자극을 받지 못한 경우 언어발달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지난달, 온이의 고집이 점점 강해지면서 책꽂이에 꽂아두었던 육아 심리서를 거의 1년 만에 꺼내보았다. 온이는 프로이트의 발달단계 안에서는 '항문기'에 해당된다고 했다. '고집, 공격성, 배변훈련..' 나의 관심이 쏠려있는 단어들이 마치 매직아이처럼 눈에 보였다.(참고 : 아이 마음에 상처 주지 않는 습관, 이다랑, 길벗)

아이가 이제 막 자발적으로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하는 그 마음을 충분히 읽어주는 것이 내가 찾은 정답이었다. 저자 이다랑 선생님께서 적어주신 예시처럼 아무리 바쁜 어린이집 등원 준비 시간에도 아이의 의사를 완전히 무시해버리지 않아야겠노라는 다짐을 마음속에 담을 수 있었다.


'항문기'는 아이들이 매우 민감한 시기라는 글을 육아 선배들의 sns에서도 보았던 것 같다. '순한 줄 알았던 우리 아이가 점점 고집이 생겼다', '드디어 첫 배변훈련 성공', '미운 다섯 살이라더니 미운 세 살이네' 이런 내용의 글이었다. 짓궂은 아이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함께.


일을 하고 있는 엄마라면 이 시기에 아이와 온전히 함께 있어주지 못함에 대한 미안함이 앞서게 되고, 일을 하고 있지 않더라도 아이를 온전히 사랑해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들 수도 있을 것 같다. 나에게는 친정 엄마의 조언이 너무나 무거웠다. "온이 얼마나 예쁘니? 그리고 가장 중요한 시기인데. 네가 일을 좀 조정했으면 좋겠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간인 거 네가 더 잘 알잖아." (우리의 어머니들은 OO 같은 애면 열 명은 키우겠다는 이야기를 참 많이 하시는 것 같기도)


그렇다면 이 세상 모든 육아 선배들과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 '중요한 시기'를 어떻게 함께 보내야 하는 걸까? 모든 일이 그렇듯이 '잘해야만 한다'는 압박감은 오히려 나중에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키게 된다. 육아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잘해야지. 아이에게 화내지 말아야지. 중요한 시기인데 내가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면 안 되지' 이러한 생각이 계속 쌓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고함을 지르는 순간이 온다. "엄마가 국에 손 넣지 말라고 했지! 너 정말 왜 그러니?" 그리고 죄책감이 한가득 담긴 눈으로 아이의 자는 모습을 어둠 속에서 바라보게 된다. 괜히 머리라도 한번 더 쓰다듬어주면서.


'중요한 시기'를 엄마 혼자 안고 가기에는 무게가 너무 무겁다. 엄마도 불과 5년 전만 하더라도 나 자신을 위해서 살아오던 사람이었다. 나의 일이 중요했고, 퇴근 후 자유를 누리며 스트레스를 풀 수도 있었고, 주말에는 데이트를 하며 마음의 힐링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한 일상이 하나둘씩 단절되어가는 상황에서 '아이에게는 엄마가 필요하기 때문에' 엄마가 그 부담감을 다 안고 가기에는 무게를 견디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큰 것 같다.

맘 카페 안에서도 육아 스트레스가 커서 상담을 받고 싶다는 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부모라면 누구나 마음의 부담감이 하나둘씩 쌓이게 된다. 그리고 그 부담감이 이전에 해결되지 않았던 나의 상처와 마주하게 되면 아이든 남편이든 약자에게 화살을 던지게 된다.



요즘은 코로나로 인해서 아빠들의 재택근무가 이전보다는 많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우리 집, 조리원 동기네 집, 고등학교 친구네 집 남편들은 회사에서 야근을 하고 있다. 가끔은 회식도 한다. 가정에서 아이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일찍 퇴근하는 아빠는 '아내에게 잡혀 사는 남자' 혹은 '사회생활 센스는 뛰어나지는 않은' 사람으로 보는 시선 또한 여전히 존재한다. 한 생명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부모'가 그 순간을 함께한다면 홀로 그 길을 가는 것보다 더 힘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아빠의 마음 또한 잘 돌보아야 한다. 엄마뿐 아니라 아빠도 '산후우울증'을 겪는다는 이야기를 이전에 오은영 박사님의 책을 통해 본 적이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신랑 또한 그 과정을 겪었던 것 같다. 마음속에 찾아오는 우울감과 무기력감을 충분히 공감받고 위로받아야 한다. 때로는 아내와의 딜이 필요한 것 같다. 예를 들자면, 서로에게 자유 시간을 허락해주는 것. 그래도 각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함께' 보내는 것을 더 추천하고 싶다.




이 시기를 현명하게 보내기 위해 내가 찾은 또 하나의 방법은 과도한 정보를 차단하는 것이다. 물론, 지금도 연습 중에 있지만. 요즘도 가끔은 단톡 방이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는데, 내가 세워온 육아의 가치관만큼은 지켜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에게는 특히 조기교육에 대한 가치관이 그랬다. 내가 조기 교육이 우리 아이에게 아직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면, 우리 가족의 환경, 아이의 성향, 그동안 내가 알게 모르게 갖게 된 가치관에 의해 내린 결정이었을 것이다. 과도한 정보 속에서는 내가 결정을 내린 과정을 잊어버리기가 쉽다.

나와 생각이 다른 육아관에 대한 비판을 하거나 나의 생각에 대한 근거를 바쁘게 손으로 쓰기보다는 내가 그곳에서 나오면 돌이켜 보았을 때 '잘했다'라고 생각될 때가 많았던 것 같다. 물론, 여기서야 말로 센스가 필요하다. 단톡 방을 나온 것에 대해 구성원들이 불쾌감을 갖지 않도록 해야 한다.

스마트폰을 잠시 보지 않았다가 다시 스마트폰을 보았을 때에 카톡 아이콘에 +100이 뜰 수도 있지만, 아이와의 시간보다 더 우선시해야 할 랜선 대화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던 것 같다. 가끔 직장에서 서류 제출에 대한 연락이 오기도 하지만.





엄마, 그리고 언어치료사의 관점으로 보아도 한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은 매 순간이 중요한 것 같다. 항문기를 넘어가면 성적인 가치관을 올바르게 세워야 하는 남근기가 다가온다. 더 쉽게, 나이로 생각해보면 매 순간 부모에게 새로운 과제가 던져진다.


* 아직 겪어보지 않았지만 어깨너머로 본 이후의 과제들.


6-7세 : 초등학교 입학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 기본적인 인지 개념 그러니까 한글과 숫자를 익혀야 한다. 영어는 이미 이전에 시작. 영어 유치원에 다닌다면 좋겠지만, 아니면 유치원 방과 후 프로그램 안에 영어는 꼭 있어야 한다. 치료실 안에서는 이 시기에 특히 아이들의 발음 평가가 많이 의뢰된다.

8세 :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시기. 1학년 때는 한글을 완벽히 떼야한다. 짧은 글 정도는 읽고 쓸 수 있어야 한다. 또래 친구들과도 잘 지내야 한다.

초등학교 고학년 : 학습적인 기본기가 다져진 이후에는 슬슬 국영수사과 선행학습이 시작된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의 성적이 이후를 결정한다는 교육 전문가의 글을 언젠가 본 적이 있는데 내가 부모라면 그 글을 읽자마자 당장 아이를 학원에 등록시켰을 것 같다.(그 전문가분에 대한 비난은 아니다. 이 또한 견해가 다를 수 있으니까).


올바른 교육관을 세워가기도 전에 너무나 많은 정보들이 쏟아진다. 부모로서 내 아이에게 무엇이 정말 필요한지, 아이가 무엇을 즐거워하는지 혹은 무엇을 어려워하는지 깊이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줄어든다.


가끔은 이런 상상을 해본다. 아이가 고등학생 혹은 대학생이 되었을 때, 아이가 학교에 간 후 신랑과 단 둘이 카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우리 부부의 모습을. 부모로서 100점을 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우리 열심히 노력했었다고, 잘 달려왔다고, 앞으로도 같이 또 걸어가자고 이야기하는 그때를.

'잘 키웠다'는 의미가 '좋은 성적을 받고 이름 있는 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아닌, '마음이 건강하고 무엇보다 자신을 사랑하고 때로는 주변에 위로와 공감을 주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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