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시기'라는 말이 주는 부담감.

매 순간이 결정적 시기인 것 같은데.

by 말선생님

'결정적 시기'라는 말은 육아를 해보지 않았더라도 낯설지 않은 단어일 것 같다. 나는 학과를 선택한 순간부터 매 시간, 모든 과목에서 '결정적 시기'에 대하여 들어왔다. 직접 상담을 할 때에도 이만큼 아이의 언어발달 촉진의 중요성을 강조할 수 있는 단어가 없다.


어머님, 지금은 아이에게 결정적 시기예요.



그런데 상담자의 입장과 직접 아이를 양육하는 입장은 이야기가 달라진다. 누군가는 12개월까지가 결정적 시기라고 이야기하고, 누군가는 36개월, 또 누군가는 6세를 이야기한다. 아마 초등학교 자녀를 둔 부모님께서 이 글을 보신다면 '아닌데, 난 아이 1학년 때가 결정적 시기라고 생각하는데.'라고 의견을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춘기가 온다면 또 시기가 아이에게, 그리고 부모에게 있어서 '결정적 시기'가 될 것이다.





나는 브런치 글을 시작하면서 학문적인 근거를 제시할 생각은 거의 하지 않았다. 이전에 블로그 포스팅을 할 때 명확한 근거와 출처를 제시하지 않으면 나의 글이 캡처되어 돌아다닐 수도 있다는 생각에 겁을 먹어서 모든 글에 출처나 링크를 걸다 보니 스스로 지친 부분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쁜 일상에서 'b' 알림이 떠서 글을 읽다 보면 다른 작가분들의 글을 세세하게 읽어내지 못하는 나의 한계를 발견하면서 글을 최대한 짧고 전달력 있게 적어보자는 목표를 두었다.(잘 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글은 왜 쓸수록 길어질까?)


그래서 '발달'에 대한 글을 쓰기에 겁이 났다. 논문을 쓰는 것처럼 각주를 달고 출처를 달기에는 에너지가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0년 동안 언어발달에 대한 상담을 해왔지만 정작 내가 아이의 엄마가 되고 나의 일을 내 욕심껏 붙들고 있다 보니, 이만큼 나 또한 삶의 무너짐을 느끼고 아이에게 말할 수 없는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고 고백하고 싶었다.



오늘, 부모교육 관련 책을 읽고, 직장에서 아이 셋을 워킹맘으로 키워오신 분과 이야기를 나누며 그런 궁금증이 들었다. 자녀를 키울 때 그럼 결정적인 시기가 아닐 때가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시작은 '요즘 아이가 주말에 낮잠을 자지 않아요.'라는 어떻게 보면 다소 가벼운 질문으로 시작했지만 결국 결론은 아이를 양육함에 있어서 중요하지 않은 시기는 없다는 것이었다. 부모가 된 이상은 아이에게 나의 일부분을 조금씩 주고 희생하는 과정을 거쳐나가야 하는데, 온이가 30개월이나 되어서야 그 사실을 깊이 깨닫고 있다.


현대 사회는 이야기한다. '너의 삶도 중요해!' 그런데 또 육아서나 육아 프로그램을 보면 '아이가 36개월까지는 정서적으로 정말 중요한 시기입니다.' 그렇다면 그 정서발달을 잘 이끌어갈 수 있도록 대중매체가 도와주는 것 같냐고 물으신다면, 아직까지는 '그렇다' 대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교육을 다루는 프로그램에서는 스타 부부의 자녀가 진도를 앞서가고 있고 사교육의 메카 지역에서 교육을 받는 장면이 나온다. 역경을 이겨내고 자신의 재능을 찾아낸 아이를 볼 때면 부모들은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나의 자녀에게 시선이 옮겨진다.





결국, 한 사람이 건강한 자아를 가진 성숙한 성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매 순간의 발달과업을 잘 이루어야 한다. 이는 결코 부모 혼자 감당해낼 수 없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이웃집 아저씨의 따뜻한 인사가 엄마에게 큰 힘이 되어주듯이,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출처 : 아프리카 속담). 전염병이 돌고, 자연재해가 도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부모님들의 어깨가 오늘따라 유독 더 무거워 보였다.





* 중요한 시기를 잘 지나가기 위해 배운 것 중 하나! 아이를 위해 하루에 작은 것 하나를 '포기'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는 '포기'가 아니라 다른 말로 바꾸면 '시간의 비중'을 더 두는 것.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설거지를 하느냐 vs. 아이와 블록놀이를 하느냐.' 혹은 '아이를 남편에게 재우도록 하느냐' 혹은 '내가 잠시 30분만 핸드폰을 내려놓고 아이를 재우느냐.'

소식을 확인해야 할 핸드폰을 30분만 보지 않고 아이에게 시간이 비중을 더 두었더니, 아이가 핸드폰 불빛의 방해 없이, 엄마의 목소리로 방 안을 가득 채웠을 때, 더 꿀잠을 자더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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