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이가 70일 경에 적었던 블로그 속에 내 일기다. 온이는 2월 생이다. 70일 경이면, 아마 4월 정도이지 않았을까. 날씨가 매우 좋았을 것이다. 미세먼지는 간간히 있었지만 지금처럼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외출 자체가 제한되지는 않았을 때였다.
조리원에서 아이를 출산하고 한 일주일 정도 지나니 내 감정이 예전과는 같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신랑의 작은 한마디에도 속상함의 무게가 몇 배는 더 크게 찾아왔다. 집에 와서 아이를 케어할 때도 몸이 힘든 것보다 마음이 우울해질 때를 견디는 게 더 힘들었다.
날씨가 좋으면 친정 엄마 찬스를 써서 밖에 가끔 나가기도 했지만 근본적인 우울감이 해소되지가 않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날이 우중충하거나 비가 많이 오는 날은 감정이 바닥으로 내쳐지는 것만 같았다. 차라리 직장에 다니면서 상사에게 치이면서 우울감을 가질 때가 더 낫다고 느껴졌다. 그때는 돈이라도 벌었는데. 나는 왜 저 작고 예쁜 아이보다 내 감정이 더 우선이 되는 걸까.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이웃님을 통해서 이 책을 알게 되었다 : '나는 엄마다, 액션 맘 심소영 지음, 길벗 출판사'. 글쓰기에 대해 알려준 책이었다. 이 책은 단순히 육아의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나의 이야기를 기록하면서 책을 채워나가는 그런 공간이 있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의 육아의 기쁨을 방해하는 것은 'SNS'일지도 모른다. 인스타그램 속 친구들은 이 봄에 다들 놀러 나가는 것만 같다. 심지어 일하는 사진도, 출근길, 퇴근길 사진도 너무 부럽다.
물론, 처음부터 이렇게 일을 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건 아니었던 것 같다. 이 시간이 아니면 아이를 온전히 볼 시간이 없다고들 선배 엄마들이 그랬다. 나도 집에서 온전히 아이와 시간을 보내보자고 결심했지만 SNS를 들여다보는 순간 나의 결단이 하나둘씩 깨지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 속 세상이 거짓이라는 것도, 극히 그들의 삶의 일부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출산을 하고 아이와 집에만 있는 그 순간에는 TV, 스마트폰 속 세상만이 바깥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였다. 유일한 소통의 도구가 나를 이끌고 간 곳은 '부러움'이라는 곳이었다. '나도 나가고 싶고, 일하고 싶다. 염색도 하고 싶고, 달라붙는 옷도 입고 싶다.'
인스타그램 어플을 지우고 그 대신 블로그를 보았다. 좋은 글을 쓰시고(물론, 인스타 속에 올라오는 글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지금 나의 시기에 힘이 되어주는 글을 쓰시는 분들이 정말 많았다. 어떤 그림책을 아이에게 읽어주어야 할지, 이 시기에 어떤 마음을 가지고 아이를 키워 나가야 할지 선배 엄마들의 정성 가득한 조언이 담긴 포스팅이 너무 많아서 고르지 못할 정도였다.
돌이켜보면 연애를 할 때도 인스타그램은 나의 행복의 상자이기도 했지만 남자 친구를 들들 볶게 되는 원인제 공지 이기도 했다. "오빠, 누구네는 지난 주말에 거기 다녀왔대. 우리도 가자." 남자 친구(현 남편)는 이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난 자기도 SNS 안 했으면 좋겠어!" 남자 친구의 이 말속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는데 꽤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물론 지금은 내가 글을 쓰고 일상을 공유하는걸 그렇게 반대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글을 쓰는 공간을 지지해주고 있다.
한 달, 두 달 정도 인스타그램을 끊고 지내보니 마음속 어딘가가 정화된 것 같았다. 온이를 키우는 데 있어서 나만의 가치관을 세울 수 있었다. 아이가 자라 가면서 SNS는 순기능도 있고 역기능도 있다. 아이를 키우는 또래 엄마들과의 소통과 지지, 응원이 무엇보다 가장 순기능인 것 같다. '그래, 나 그래도 아이 잘 키우고 있어!' 지지와 격려의 댓글을 보면 하루 종일 힘이 난다. 그런데 역시 역기능도 있다. '우리 아이는 왜 아직 배변이 안되지? 우리 아이는 아직 저 말은 못 하는데.'
SNS의 순기능도 역기능도 그걸 만들어가는 사람은 결국 나, USER 본인이다. 내 마음속에 건강한 가치관을 가지고 SNS 속 세상을 바라보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들이, 내 마음이 우울해서, 무언가 하고 싶어서, 결핍되어 있는 상태에서 그 세상 속을 바라보면 부럽고, 내가 초라해 보이고, 정말 '그. 사. 세.'인 것 같이 느껴진다. 결국, 그로 인해서 피해를 보는 건 나의 가장 가까운 사람, 남편, 아이가 될지도 모르겠다.
인스타그램을 계속 사용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개인 계정은 조금씩 정리할 예정이다. 언어치료와 그림책 이야기를 올리는 계정은 나의 브랜딩을 위해, 그리고 좋은 분들과의 소통을 위해 오랫동안 남겨두고 싶지만. 언젠가 SNS에 대한 글을 기록해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