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출근이 어려운 이유.

마음 속에서 커지는 부담감 다스리기.

by 말선생님
"지금 퇴근하고 육아 출근하러 가고 있어요."


부모라면 회사에서 퇴근을 하거나 다른 볼 일을 마친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번 (이상) 즈음은 이 말을 해보았을 것이다. '출근'은 단어를 듣기만 했을 뿐임에도 압박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육아 출근이 더 힘든 이유는 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특히, 신생아 육아는 더 그렇다. 아이가 밤에 많으면 5~6번을 깨거나 아예 밤낮이 바뀌는 경우는 '퇴근'이라는 단어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애초에 미련을 버려야 한다.


올봄까지만 해도 퇴근을 하고 온이와 시간을 보내는 것은 그렇게 부담감이 크지는 않았다. 물론 아이들을 만나서 하루 7타임 이상 수업을 하고 온이를 만날 때는 내가 지쳐서 넉이 나갔던 적도 많았지만 집안일을 하면서 온이가 꺼내놓은 장난감으로 놀아주다 보면 어느덧 금세 씻길 시간이 다가왔다.

온이는 감사하게도 패턴을 잘 익히는 아이였다. 병원에 지금껏 입원 한번 해본 적도 없었고 특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10시 전에는 대부분 잠이 들었다. 퇴근 이후 마음만 잘 읽어주면 여전히 밤 10시 이후는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고민에 빠지기 시작한 건 온이가 27~28개월이 되어가면서였다. 종일반에 있는 시간을 점점 늘리기 시작한 때와 얼추 일치하는 시기인데, 아이가 밤에 잠을 자는 시간이 점점 늦어졌다. 온이는 퇴근하는 엄마를 보자마자 '다녀오셨어요'가 아닌 계속 무언가를 요구하는 말을 던지기 시작했다.


치즈 줘. 요구르트 줘. 요플레 줘.


처음에는 외할머니나 아빠는 잘 주지 않는 것들이어서 엄마만 기다렸다가 달라고 요구하는 거라고만 생각했었는데 한 달 정도 지속되고 나니 무언가 메시지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또한 깨닫기 전에 한번 버럭 소리를 질렀다. "너는 왜 엄마만 오면 이렇게 뭘 달라 그러니? 엄마도 힘들거든?"


아이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단순히 자신이 먹고 싶은 것을 주지 않는다고 울었을 때에는 다른 대체할 수 있는 놀이를 함께 해주면 금방 잊고 놀이에 빠져들던 아이였는데 장난감도 던지고, '나도 무지 힘들었거든요.'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다행히 추위가 점점 누그러지고 낮엔 덥고 저녁엔 선선하던 시기여서 아이의 옷을 입히고 밖으로 나왔다. "온이야, 오늘 어린이집에서 뭐 먹었어?, "오늘은 소율이 언니 왔어?", "선생님이랑 무슨 그림 그렸어?" 아이의 대답을 기다려주기도 하고, 대신 대답해준 질문도 있었지만 아이의 입가에서 웃음이 보였다. 그렇게 한 2주 정도가 지나면서, 산책길에 "오늘 소율이 언니 왔어. 어린이집에서 김치 먹었어. 안 매웠어."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 온이의 모습을 보기 시작했다.




인정하기 힘든 부분이지만 아이는 엄마의 사랑, 아빠의 사랑이 늘 필요한 존재였다. 아직, 겨우, 27~28개월 밖에 되지 않았는데. 아이가 말로 자신의 의사를 정확히 전달하기 시작하면서 그래도 말이 트이기 전보다 많이 컸다고 생각하면서 온이의 정서적인 부분을 놓치게 된 것이다. 지나고 나면 '그때는 참 애기였는데' 생각이 들지만 막상 그 현장에서 육아를 하다 보면 그 사실을 잊게 된다. 특히 몸이 힘들면 아이의 마음이 잘 보이지 않는다. '나도 힘든데, 나도 힘든데.'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요즘은 맞벌이 부부가 열 가정 중 여섯~일곱 가정 정도는 되는 것 같다. 시대가 바뀌어감에 따라서 회사로 출근을 하지 않더라도 프리랜서로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 있는 시간에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하는 엄마들의 비율 또한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육아 출근'이 부담스러워지는 이유는 치워도 끝없는 집안일이 주는 스트레스도 있겠지만, 이런 아이의 정서와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엄마 회사 가서 슬펐어'라는 말 한마디를 툭 던지면 엄마는 죄책감이 들어온다.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생각만큼 아이와 놀아주는 기술이 부족하다. 퇴근하는 길에는 아이와 알콩달콩 주고받으며 대화하는 상상을 하지만 시간이 조금 흐르다 보면 '그런 건 상상 속에서나 가능하지'라는 생각으로 바뀌게 된다. "엄마 설거지해야 하니까 블록이나 정리해!"



상담을 진행할 때는 하루 10분~15분을 강조해드린다. 이는 유창성(말더듬) 장애 부모교육 때 주로 활용하는 방법인데 어쩌면 맞벌이 부부에게도 정말 안성맞춤 프로그램인 것 같다. 딱, 10~15분은 아이에게 온전히 집중해서 놀이하는 시간을 만든다. 어떠한 자극을 주기 위한 새로운 장난감을 제시할 수도 있지만 그 활동의 주인공은 아이다. 아이가 자동차를 가지고 온다면 자동차로, 블록을 가지고 온다면 블록으로 놀이를 하면 된다.


이때, 아이에게 어떠한 메시지 혹은 언어 자극을 전달해주고 싶은데, 아이의 발음 교정이나 어려운 낱말을 들려주기보다는 기존에 아이가 이미 알고 있는 어휘들을 들려주는 것이 부담감을 줄여줄 수 있다. 그리고 평소에 사물의 이름을 접할 기회가 많다면 놀이 중에는 감정적인 어휘를 많이 들려주면 아이도 감정 어휘들을 익혀가며 자신의 마음을 조금씩 매끄럽게 표현할 수 있다.


"우와, 기쁘다" , "아이, 속상해.", "엉엉, 슬펐어.", "보고 싶다. 엄마는 온이 보고 싶었는데."


때로는 퇴근길에 양손 가득 핑크퐁 장난감을 들고 가기도 했지만 아이가 원하는 것은 장난감보다는 엄마, 아빠와의 눈 맞춤, 엄마의 물개 박수, 아빠의 오버액션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커플에게 사 연인과 함께하는 그 시간 자체가 선물이 되는 것처럼 아이들에게는 부모가 그런 존재일 것 같다.



최근 두 달 동안 나의 아이를 종일반에 주 2일 이상 보내고, 주말엔 출근해서 많은 맞벌이 부부 아이들의 언어평가를 진행하였습니다. 일부일 수도 있지만 평가에 오신 부모님 중 대부분은 부담감과 함께 죄책감도 함께 가지고 계셨습니다. 특히 아이 놀이 패턴이 한정적이라고 걱정을 하시는 경우도 많았어요. 어떤 놀이를 확장시켜주려는 부담감보다는 아이의 마음을 간단한 감정어로 읽어주세요. 진한 스킨십과 함께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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