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공부 중입니다만.
어제는 불가피하게 외출을 해야 하는 상황이 있었다. 아이가 있을 때는 결코 처리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 잠시 개인 카페를 다녀왔다. 거리가 정말 한산했다. 이제 막 점심식사를 준비할 시간이었는데 식당에도 카페에도 손님이 없었다. 이러한 경우는 내가 기억하기로는, 우리 동네에서는 명절 때만 볼 수 있는 풍경이었던 것 같다. 나 또한 온라인 일 외에 오프라인 일들은 이번 한 주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자신의 사업장을 운영하는 입장은 그 부담감이 이루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2020년은 코로나가 다 가져갔다'는 말을 요즘 들어 더 자주 듣는다. 미세먼지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한여름에도 마스크를 써야 하고 턱 밑에 떨어지는 땀은 이제 조금은 익숙해졌다. 한 집단씩 무리를 지어 무언가를 해서 집단 감염이 되면 사회적으로 못매를 맞고 있고 각 연령대별로 각자에게 주어진 짐을 어찌해야 할지 갈팡질팡하고 있다.
무엇보다, 전염병이라는 게 무서운 거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나 마음을 황폐하게 하는지는 몰랐던 것 같다. 그래서 한 때는 심리학을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잠깐 해보았다. 그런데 나에게는 육아라는 것부터 늘 내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공부를 도전하기엔 무리라는 결론을 내렸다. 당장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어야 하는 자격과정도 신랑 퇴근이 늦어지면 들을 수 없게 되는데 새로운 학문을 배운다는 것은 그저 상상만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요즘 들어 그림책에 더 깊이 빠져든다. 올 상반기에는 마음이 지친 아이들에게, 온라인 세상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싶었는데, 어쩌면 그림책이 가장 필요한 사람은 '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정 기복을 스스로 조절할 수가 없다. 특히, 신랑과 아이에게 있어서 더 그렇다. 내가 감정이 가장 예민해있을 때는 '신랑이 늦게 올 때, 외부에서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가 올 때, 무엇보다 아이가 예상보다 일찍 일어나거나 늦게 잠을 자서 내 시간을 뺴앗는다는 생각이 들 때'였다. 올해 주어진 일들을 할 때는 유독 더 힘들었다. 아이가 작년보다 더 성장했기 때문에 수면 패턴이 이전보다 짧아진 것도 있었지만 내 마음이 안녕하지 못하다는 의미인 것 같았다.
아이들에게 읽어주었던 그림책을 오히려 내 마음에 읽어주아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아이들과 수업을 할 때에도 단순히 언어적 지식을 전달하려는 것에 목적을 두기보다는 요즘은 더욱더 아이들의 감정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는 심리학을 공부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상담 때 아이의 내면에 대해 전달을 함부로 할 수는 없지만 나와 함께하는 공간 안에서 함께 같은 그림책을 읽으며 그 순간에 받는 마음의 위로를 서로 느끼고 싶었다. 외부적인 곳에서 핑계를 찾으면 안 되겠지만 요즘은 마음을 쏟아낼 곳이 온라인 공간 외에는 없다. 줌으로 화상회의를 하고 요즘은 온라인으로 각자의 테이블에 찻잔을 놓고 '아아'를 마시며 랜선 만남을 갖는다지만 직접 만나서 눈빛을 주고받으며 손끝으로 마음이 전해지는 그 온도를 느끼기에는 아직은 부족함이 있다. 이후에 AI가 심리치료를 해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여러 번 있지만 작년의 그림책 모임에서의 책 냄새,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분들의 냄새가 너무나 그립다.
어제 커피를 take-out 하고 집에 오는 길에 앞으로의 삶을 예측해보았다. 이제는 sns 안에서 맛집 탐방, 여행 이야기가 이전만큼 올라오지 않는다. 코로나가 종식되기 전까지는, 그리고 이 아픔이 잊히기 전까지는 이러한 경향이 유지될 것 같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스*벅스 안에서 노트북을 하고 책을 읽고 있는 사진 속의 모습은 도시의 트렌드를 보여주는 듯한 이미지였다. 나의 부유함을 은근슬쩍 드러내기 위한 수단은 sns 속 해외여행 사진이었고 면세점에서 사 온 화장품, 선글라스, 아이들의 옷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해외여행의 흔적이 sns 안에서도 남아있지 않다. 오히려 나의 집을 어떻게 꾸몄는지, 커피 머신은 어떠한 것을 사용하는지, 아이의 가정보육은 어떠한 활동으로 진행하고 있는지가 더 많이 올라오고 있다.(아이 엄마들은 '홈카페'가 핫한 키워드다.) '홈+OO', '집콕 + OO'라는 해시태그가 많아졌고 예를 들어보자면 '베란다 수영장', '홈베이킹', '집콕 놀이', '집콕 챌린지'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시대의 변화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내 마음, 상대방의 마음, 아이들의 마음을 잘 돌보아야 한다는 것은 알 것 같은데. 구체적인 실천 방법은 각 상황을 겪어보면서 답을 찾아가야 할 것 같다. 아이의 사진 속에 마스크가 없던 시절이 오늘따라 너무나 그립다.
오늘은 오후에 잠깐 수업이 있어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잠시 보냈지만 내일부터는 이번 일주일은 가정보육을 할 예정이다. 팬데믹은 5~6년마다 한 번씩 우리의 삶에 찾아오고 있는 듯한데, 앞으로의 걱정을 미리 할 필요는 없지만 이제 팬데믹은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는 데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될 수도 있으리라는 결론을 혼자 지어본다.